나는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태생이 이과생이고, 숫자에 기반해서 말하는 걸 좋아하며, 입담도 없고, 립서비스는 어렵고, 심지어 소소한 생일카드나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한마디로, 글쓰기가 나에게는 손대기 싫은 어려운 과제이다.
그런 내가…. 바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흘러가는 세월에 나의 생각을 적고 이정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글쓰기에 대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본건 ‘역행자’라는 책을 읽고 나서였다. 벌써 3년 전쯤 읽은 책이다. 책에서 바뀌고 싶다면 당장 글을 쓰라고 했는데 그 순간 아주 살짝 해볼까 생각하다가 내가 무슨 글을… 하고 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의 힘이 이런 걸까…. 자기 계발 책과 유튜브에서 글을 쓰라는 얘기를 자꾸 들으면서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이 왔다. Why not? 해 볼 수도 있겠어.
무엇보다도 이런 생각에 박차를 가하게 된 건 ‘숫자’가 주는 압박감 때문이다.
마흔아홉. 나에게 마흔이라는 직함이 얼마 남지 않아서이다.
몇 달 전부터, 먼 곳으로 여행을 가야 해서 짐을 잘 챙겨야 하는데 가방에 어떤 짐을 넣을지 모르는 그 어수선한 마음이 나를 누르고 있었다. 나의 어수선한 마음이 생긴 이유는 아마도 ‘설렘’보다는 ‘두려움’에서 나온 것이다. 50이 된다는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드는 게 당연하다.
가방 안에 어떤 짐을 챙겨야 나의 50대 여정이 즐거울지 곰곰이 생각하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글을 써보는 거다. Why not! 오랜 직장맘에서 전업주부가 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나의 정체성, 여전히 발전하고 싶은 나의 욕구와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는 나의 고민이 맞물린 지금, 오십이라는 새로운 여정을 걸어가야 하는 나에게 가장 먼저 챙길 물건은 ‘기록’이라고 정했다.
이번에는 스쳐가는 생각만으로 끝내지 않기로 했다. 마흔아홉이라는 벼랑 끝에 있는 겁에 질린 내가 아니라, 차곡차곡 짐을 잘 싸서 ‘단단한 나’로 출발하고 싶다. 소소한 새로운 일상의 도전과 생각과 그리고 기록… 하늘의 뜻을 알아가는 (지천명) 나의 여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