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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bre Jun 19. 2019

샌프란시스코에 언니가 산다 #3

이래서 구글 구글 하는군요

13. 혈연, 지연, 학연은 해외에서도 유효한 강력한 패스권이다. 혈연에 지연까지 이어지면 구글 사무실을 가볼 수 있고 구글러(구글직원)처럼 잠시 일해볼 수도 있다.

마운틴뷰에 있는 본사 말고도 샌프란시스코에는 사무실이 여러 군데 있는데 그중 두 군데를 지인 찬스로 다녀왔다. 구글을 신의 직장으로 불리게 한 엄청난 복지 시설을 직접 보는 기회였다.


14. 점심시간 즈음 건물 로비에서 만나 바로 카페테리아(=구내식당)로 향했다. 접시 하나씩 들고 멕시칸요리, 샐러드, 스테이크, 샌드위치 같은걸 여유롭게 담고 있는 구글러들 사이에서 곁눈질로 옆사람 접시를 베껴 비슷하게 담아 점심을 먹었다.

이렇게 메인식사가 가능한 카페테리아는 건물마다 하나씩 있고 조금 더 캐주얼한 카페테리아는 거의 층마다 있는데 빵, 과일, 커피, 음료, 과자 등등 없는 게 없다. 물론 다 공짜다.

한손에 이미 과일 투고박스를 들고 또 과자 고른다


15. 배를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구글 관광’을 시작했다. 과연 자유로울까 궁금했던 사무실 분위기는 정말 너무 자유로웠다.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재택근무자 수가 1/4인만큼 오픈된 사무실 공간이 많았는데 앉아서, 서서, 누워서 제 멋대로였다.

진짜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찍는건 실례, 대충 이런 분위기

자리가 지정되어 있는 사무실 공간에도 사람들이 다 어디 갔는지 한 두 명밖에 보이지 않고 군데군데 놓여있는 편한 소파나 조금 독립된 공간이나 경치가 좋은 곳에 마련된 자리에 구글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16. 혹은 오락실, 스파, 안마의자, 영화관, 체육관, 냅룸, 노래방, 명상실, 미용실 같은 곳에 가 있었겠지.

역대급 마사지의자였다 구글은 마사지도 다르구나


17. 아이를 데려올 수도 있다. 앞서 본 것으로 추측컨대 아마 아이를 위해 마련된 시설에서 구글러 부모도 함께 있으면서 일을 하는 것 같다.

개나 고양이도 환영이다. 애완동물이 앉을 수 있는 방석이 곳곳의 책상 아래에 있고 복도에는 펫케어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18. 인테리어는 그저 그렇다. 디자인에 크게 투자하지 않는 걸로 유명한 기업이기도 하고 자유롭고 쾌적한 환경에 가장 초점을 맞춘 것 같다. 화장실 표지판이 엄청 귀엽다거나 복도 중간에 아무 의미 없지만 귀여운 그림이 숨어있다거나 하는 예상치 못한 귀여움을 발견할 일은 없다.

구글이잖아 그럼 됐어


19. 엘리베이터는 딱 구글스럽다. 복도에서 내가 갈 층수를 입력하면 여러 대의 승강기 중에 가까운 걸 배정받고 다른 사람이 갈 층수와 비슷하면 같은 승강기를 배정해줘서 해당 층에만 딱 내려준다. 우버카풀같은 느낌이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버튼이 아예 없다

스마트폰 세대에겐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엘리베이터가 성능이 좋아졌다고 하면 속도가 빨라지는 거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스마트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낯설었다.


20. 퇴사율 4% 이하, 직원의 96%가 자신의 직장에 자부심을 느끼는 곳. 오피스에 마련된 복지시설뿐만 아니라 3개월짜리 휴가, 출산휴가 유급 22주, 사망보험 같은 <구글 복지>는 그 시작의 언젠가에 미친 짓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구글은 해냈고 결국 그게 지금의 구글이 되었다.


21. 출근시간도 정해진 게 없다. 감시하거나 눈치 주지도 않는다. 주로 10시부터 3시 정도까지 일하고 집에 가서 조금 더 하는 정도라고 한다. 출근해서도 내가 가장 편한 환경에서 일을 하면 되고 아예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해도 된다. 이것이 가능하다.


22.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1억 정도라고 하니 ‘돈을 적게 주는 대신 복지가 좋은 회사’ 타이틀을 달고 있는 한국의 여러 기업들이 무색하게 연봉도 직원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금액이다. 사실 여기 물가와 세금을 생각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헉소리 나는 금액이 아니긴 한데 그래도 헉소리 난다.


23. 내가 구글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 신의 직장에 들어와 신이 된 것처럼 살 수 있을까. 언제나 창의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압박하지는 않을까. 자유가 주어진만큼 실적의 압박으로 대신해야 하지 않을까. 이 곳의 복지는 이것들을 모두 이겨내게 만드는 걸까. 구글에 와서 구글뽕을 맞고 있으니 마냥 홀라당 넘어갈 것 같아서 무섭다. 아하! 이래서 구글 구글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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