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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사진이 되어버린 어느 여권사진”

사진작가의 눈, 맨발바닥의 시선

by 맨발바닥

“딸랑딸랑”

출입문 종이 울리며, 작은 키에 허름한 조끼잠바를 입은

할아버지 한 분이 들어오셨다.


“여권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하시면서 말이다.
사진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말씀이 너무 많으시다.

“나는 왕년에 무엇을 했고, 월남파병도 다녀왔다.”

하시며 계속 혼잣말을 하신다.

조끼에는 여러 가지 배지와 “월남참전” 배지도 달려있었다.

말도 많고 옷도 허름해서인지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조끼를 한 번 다듬어 드리고 촬영을 시작하려는데,


“사진을 이렇게 찍으면 어떠냐?”

“어떻게 하면 잘 나오냐 “

자꾸만 물어보며 귀찮게 한다.

나는 성가셔서, 대충 찍어버렸다.


그다음 날.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와서는, ”어제 아버님이 여기서 사진을 찍고

가신 것 같은데.. “ 하며 사진을 내밀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며, 이 사진으로 영정사진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많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좀 더 잘 찍어드릴걸... “

귀찮아서 대충 찍은 여권사진은, 영정사진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할아버지는 이제 필름의 상(相)으로만 남게 되신 것이다.


영정사진은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그를 기리는 마지막 사진이다.

인간은 태어나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며, 그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다.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이고, 존재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죽음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터부시 된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음에 대해 딱히,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죽어본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종교에서만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윤회“ ”천국“ 등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부정하고 싶은 죽음.

그 죽음은 어찌 보면 잠과도 비슷하다.


우리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후 잠에 든다.

죽음은 잠처럼 의식 없이 몸을 가만히 두고 긴 어둠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죽음과 잠은 물리적으로 매우 많이 닮아있다.

그러나 잠자는 시간 동안 우리는 ”꿈“이라는 것을 꾸기 때문에

죽음과 잠은 다르게 보인다.

그럼에도, 꿈에 대한 뇌 과학자들의 연구는 참으로 흥미롭다.

마크 소름스 (mark solms) 케이프타운 대학 신경심리학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인간은 매 90분마다 꿈을 꾸며 25%를 램수면(RAM) (rapid-eye-movement) 상태로 보낸다.

램수면(RAM), 안구신속운동으로, 잠잘 때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교수는 말한다.

”꿈을 꾸는 것은 의지의 작용이 아니다.

뇌교에서는 여러분의 마음 상태와는 상관없이 완전히 자동적으로 매 90분쯤마다

스위치를 켠다 “.


즉, 우리가 집에서 형광등을 켜듯 , 뇌는 스위치를 매 90분마다 자동적으로 켠다는 것이다.

꿈이란, 낮 동안 우리가 대상을 인식하기 위해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잠잘 때 일정시간이 되면 눈동자는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움직이고(rapid-eye-movement), 이것이 꿈이다라고 한다.


잠잘 때 꾸는 ”꿈”,

이 (꿈꾸는 시간)을 돌리는 “눈동자“를 시계의 ”분침“으로 비유해 본다.

분침이 60분을 돌아가면, “시침“이 자동적으로 1칸을 넘어간다, 1시간이 지나간다.

눈동자는 일정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낮 시간) 동안 움직이는 ”눈동자의 시계”는 "초침"으로 돌아간다.

60초를 돌아가면 자동적으로 1칸이 넘어가며, 1분의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다.


“죽음의 시계”는 12달의 시간이 지나면 1년이 지나가는 것이다, 좀 더 긴 하루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편안한 죽음, 웰다잉 (Well-Dying)과 같은 품격 있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러 대학의 전문가 과정, 호스피스 활동, 이제는 죽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우리는 ”죽음“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죽음은 나뭇잎에 타고 가는 깊은.. 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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