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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랜딩 Dec 01. 2023

N포 세대, 포기하게 만든 건 본인인가 사회인가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 우리는 알고 있다.

요즘 이해하기 어려운 뉴스들이 참 많이 보인다. 집을 사는 것은 고사하고 육아를 계획하는 것은 물론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뉴스, 심지어 아예 노동조차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어떤 마음에서 내 집 마련과 결혼을 포기하는 것일지 공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임금 상승에 비해 집 값은 무서울 정도로 올라있으며, 모은 돈과 월급에 비해 사회가 바라는 결혼이나 육아에 필요한 비용이 터무니없이 높은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이유로 본인의 삶을 내려놓은 사람들에게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접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보통 살아온 과정이 만들어낸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학창 시절 공부를 하기 싫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PC방에 다니다 보니 성적이 좋지 않았고 그렇게 괜찮은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A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대학교 4학년이 된 A는 취업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지원서를 내보았지만, 왜인지 서류에서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취업 준비를 하던 A는 대한민국의 학벌주의 세태를 비판하게 된다. 그들이 만들어온 카르텔이 본인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결국 A는 취업을 포기하고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알바를 시작하게 된다. 주위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제안해 보지만, 당장의 수입이 끊기는 것이 두려웠던 A는 결국 알바 생활을 지속하다 30대를 맞이한다.


30대가 된 A는 학창 시절부터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와 결혼이 하고 싶었지만, 알바를 하며 모은 돈으로는 전세는커녕 결혼식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렵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 직장이 없다는 사실은 A의 자신감을 계속 깎아먹고 있었고 경제적인 이유로 자주 다투던 둘은 결국 이별을 선택한다. 여기서 A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아마 결혼이라는 것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그저 허례허식이라고만 느끼고 있을 수도 있고 떠나간 여자친구를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의혹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A가 취업을 하지 못했던 것이 과연 정말 우리나라가 가진 학벌주의 때문이었을까? A가 결혼을 하지 못했던 이유가 정말 높은 결혼식 비용이나 여자친구 때문이었을까?


우리나라에 학벌 카르텔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고 결혼식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취업을 하고 누군가는 결국 내 집마련에 성공하여 행복한 결혼 생활을 쟁취해 낸다. 심지어 누군가는 빚만 가득한 집 안에서 태어났지만 자수성가하여 행복한 인생을 살기도 한다. 이처럼 만약 사회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었다면 무엇이 A의 삶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조심스럽게 나는 A가 스스로 본인의 삶을 포기했다고 말하고자 한다. 취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편입이나 반수를 준비하는 방법이 있었을 수도 있고 경제적인 문제를 벗어나고 싶었다면 알바를 하면서 투자를 공부하거나 사업 자금을 모아봤을 수도 있다. A가 취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을까? A가 공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A가 결혼에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을까?


아니다. 나는 A가 미래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A는 어떠한 방법도 시도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본인이 지나온 과거와 환경만을 탓하며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조금씩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있는 우리 세대는 어떠한가.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뉴스는 사실 10년도 전부터 들었던 것 같고 결혼이 힘들어진다는 말도 굉장히 많이 들어오며 자랐다. 취업이 힘들다는 사실도 공부를 하던 시절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자랐으며, 심지어 결혼이든 육아든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한지 정도는 대충이라도 알고 있었을 정도이다. 험난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뭔가를 깨달아 지금부터 열심히 산다고 해도 지나간 과거는 물론 지금 느끼고 있는 팍팍한 삶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지금의 암울한 현실이 아니라 더 암울한 미래에 대해서 수도 없이 듣고 접하고 있음에 집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연금은 고갈되어 가고 있으며 우리를 부양해 줄 젊은 세대들은 기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전 세대와 다르게 우리는 소비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알아버렸으며 이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면 아마 인생의 절반 정도는 더욱 암울하게 보내야 할 수도 있다. 


지금 당신이 포기한 것들은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미래조차 또 포기하려고 하는지 나는 묻고 싶은 것이다.  정말 사회가 행복을 포기하게 만든 것인지, 과거의 우리가 미래의 행복을 포기하고 살았던 것인지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변하지 않았을 때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 우리는 분명하게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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