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by 시인의 정원

마른 침 삼키던 구름마저 어디론가 달아난 유월 이십 육일. 모자를 뚫고 바늘 같은 햇살이 꽂힌다. 땅바닥을 벗어나면 좀 시원할까 싶어, 높은데 이르기 위해 안간힘 썼다.


사다리가 보였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손 닿지 않는 나무 위에도 오르고, 그 이상 구름에도 닿을 것 같았다.


사다리라 믿었다. 튼튼하고 멋진 계단이라 여겼다. 한 칸씩 오른 만큼 키가 커진다고 했다. 사다리를 도난당하기 전에는,


사라진 자리에 잡초들이 자라났다.

의심이라는, 불신이라는, 분함이라는,

억새 같은 싹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호미를, 낫을, 곡괭이를 들었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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