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피고 지는 기다리는 마음

왕원추리

by 시인의 정원

팔월이 부러워할 더위다. 아직 유월인데. 숨바꼭질하다가 아예 사라져 버린 비는 식상한 이름을 바꾸었다. 여기저기 수소문 해도 오리무중이다. 연일 폭염 경보만 진동한다. 실종 신고 냈다. 단서는 선노랑(주황) 꽃잎 여섯 장에 빨간 립스틱 자국을 남겼다. 가느다란 술에 흰 촉수를 내밀었다.


일기예보가 없던 시절에 원추리가 필 즈음 장마가 시작되고 꽃이 질 때면 장마가 끝난다고 여겼다.


사라진 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목마른 대궁을 흔들며 기다린다. 기다림의 끝은 아무렇지 않게 만나는 날이겠지. 아파하고, 그리워하고, 고통스러웠던 날들의 길이는 한 뼘 밖에 안 될 거야.


그날에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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