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이란은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과의 군사적 정치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통제하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의 산유국들이 석유를 수출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좁은 바닷길입니다. 그런데 이란은 이곳을 완전히 막아버린 것이 아니라 매우 독특한 전략을 취했습니다. 바로 중국 위안화로 원유를 거래하는 선박에 한해서만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해주기로 하고 8개 국가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란 정보 소식통을 인용한 세계 여러 언론 보도들을 보면 실제로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과 인도 국적의 엘피지 수송선과 유조선들이 이란의 철저한 통제와 안내를 받으며 해협을 무사히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즉 이란은 전면적인 통행 금지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건을 충족하는 배들만 골라서 통과시키는 선별적 통제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위안화 결제 선박만 통과시켜주는 것일까요? 물론 이는 역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라 확실하게 알기는 힘들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사항들로 추정과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이란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크게 경제적인 생존과 지정학적인 도발이라는 두 가지 계기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번째 이유는 당장 눈앞에 닥친 전쟁 자금을 조달하고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로 보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현재의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는 원유 대금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모든 자금 흐름이 미국의 감시망에 걸리게 되고 제재를 받는 이란 입장에서는 돈을 받을 방법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달러 대신 중국의 위안화로 대금을 받게 되면 미국의 감시와 금융 제재를 피해서 국방비와 국가 운영에 필요한 현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는 전쟁 중인 상태라 이 1번째 이유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이 2번째 이유로 보입니다. 2번째 이유는 미국이 쥐고 있는 달러 패권을 흔들기 위한 치밀한 도발로 보입니다. 수많은 학자들이 이미 자세히 설명했지만 "패권국"과 "패권"에 대한 정의를 설명했지만 "패권"이란 단순히 강대국이 아닙니다. 군사력이 강하다고 패권국이 되는 것이 아니며, 군사력이 약하다고 패권국이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면 패권국이 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군사력보다는 "경제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경제력만 높으면 되냐? 그건 또 아닙니다. 패권국이 되는데 군사력보다 경제력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맞지만 단순히 경제력이 높다고 패권국이 되는 건 아닙니다. 군사력이 강했던 고대 중국 한나라, 페르시아 제국, 로마 제국이 패권국이 되지 못했던 이유도 단순히 군사력만 강하다고 패권국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며, 경제력만 높다면 송나라가 패권국이 되야 하는데 오히려 세계 패권은 대원제국(원나라)가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패권은 어떻게 되느냐? 바로 전 지구적 영향력과 그리고 전 세계에 대한 무역 패권, 그리고 전 세계가 그 국가의 패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면 전 세계가 그 국가의 패권을 받아들였다는 "증거"가 어딨느냐? 그게 바로 "기축통화"입니다. 전 세계가 그 초강대국의 화폐를 사용함으로서 기축통화가 돼고, 그렇게 기축통화가 되면 결국 패권국으로 올라서는 겁니다.
그렇기에 대원제국(원나라)는 중세시대의 세계 무역 기축통화로 "교초"를 등극시켰기에 세계 패권국으로 군림했었고, 근대의 대영제국(영국)의 경우도 영국 화폐인 "파운드"를 기축통화로 사용하게 했으며, 오늘날 미국 역시 기축통화가 "달러"가 됐기에 패권국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란의 이같은 행위는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하는 걸 넘어서, 미국이 가진 패권을 아예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지구적 영향력을 가진 무역로를 통해 근간에서부터 무너트리려는 도발이기 때문에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지상군까지 동원하면서 노발대발하는 것입니다. 이란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달러가 기준이 되는 현상을 깨뜨리고 싶어 하며 중국 역시 위안화를 세계적인 통화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두 국가의 이해관계가 완벽하게 일치하면서 위안화 거래라는 특별한 조건을 내걸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원유 거래는 오랫동안 오직 미국 달러로만 거래되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었습니다. 과거 중동의 다른 나라 지도자가 달러 대신 유로화나 다른 화폐로 원유 대금을 결제받으려 시도했다가 미국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받고 몰락했던 역사적 사례들도 존재합니다. 그만큼 원유 시장에서 달러의 지위를 지키는 것은 미국 국가 안보를 넘어선 패권의 핵심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니 달러 패권이 무너진다는 건 미국 패권이 무너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이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이 되었고 2018년에는 중국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에서 위안화로 원유 선물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만들었습니다. 오랜 기간 서방 세계의 경제 제재에 시달리며 원유를 팔 곳이 없었던 이란에게 중국은 기꺼이 위안화로 원유를 사주는 가장 가까운 최우선 동맹국이 된 겁니다. 이란은 중국의 계속된 지원으로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고 이러한 오랜 상호 협력의 역사가 지금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 조건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늘날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 선박들의 국적들은 이란 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입니다. 이란이 협의 중이라는 8개국의 전체 명단이 공식적으로 모두 공개되지는 않아서 이 부분은 정보가 부족합니다 라고 명확히 말씀드릴 수밖에 없지만 왜 중국과 튀르키예,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이 특별 대우를 받는지 가장 먼저 중국은 이란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위안화 결제의 핵심 국가이기도 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친이란 국가를 넘어 경제적 생명줄을 쥐고 있는 최우선 동맹국이기 때문에 중국 무역선이 최우선 1순위로 통과하는 것은 이란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이란과 군사적으로도 깊이 협력하는 우방국이므로 상호 통행을 돕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집니다. 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이 두 나라는 러시아, 중국처럼 친이란 국가까지는 아니지만 중동의 원유와 가스가 국가 경제를 돌리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즉,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으로 모두 이란과 동맹국에 가깝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은 그정도 동맹국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는 이란에게 꼭 필요한 국가인 겁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파키스탄 유조선과 인도 선박이 이란 해안선에 바짝 붙어서 이란 당국의 지시와 통제에 따라 이동했다고 합니다. 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이란이 내건 정치적 경제적 조건 즉 위안화 결제 같은 이란의 요구 사항을 수용했거나 이란의 해협 통제 시스템을 인정하고 협조했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통과를 허락받은 것으로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이후의 향후 전망입니다. 이란의 이러한 선별적 통제와 위안화 결제 강요는 앞으로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우선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제 유가가 급격하게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고 이는 세계 경제 전반에 물가 상승이라는 고통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란의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과 이란의 대립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에 반발하는 이란, 중국, 러시아 등이 하나의 강력한 경제 블록을 형성하게 되고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더 강력한 외교적, 경제적 압박 카드를 꺼내 들어야만 하는 상황이 펼쳐질 겁니다.
결국 이란이 특정 국가들에게만 바닷길을 열어준 것은 단순한 특혜가 아니라 미국의 목줄을 죄고 중국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활용해 장기적인 전쟁과 국제 제재에서 살아남으려는 매우 고도의 전략적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