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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lit Apr 19. 2023

#8. 일은 재미없는 게 당연하다고? 동의할 수 없어!

일의 재미와 무기력

무기력에 관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내가 무기력해진 원인에 맞추어 해결책을 찾는 중이다. 

오늘은 세 번째 무기력해진 이유인 '일의 재미없음'에 대해 방법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


일이 재미없다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내 주변 지인들은 그게 정상이라고 했다. 내가 드디어 정상인의 범주에 들어간다며 손뼉 쳤다.

당연히 일은 재미없고, 일을 하고 나서 받는 돈이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사회 초년생부터 '일이 재미없다.'라는 명제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동의할 수 없었다.

하루 1/3의 시간, 최소 8시간 이상을 회사에 머물며 일을 하는데 그 시간이 재미없다면 인생이 재미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돈'도 중요하지만, 일의 '재미'가 우선시되었고, 프로젝트를 할 때나 이직을 할 때 나의 가치관에 의해 선택을 해나갔다. 


갓 회사에 입사했을 시절, 동기 오빠를 출근 버스 안에서 만났다. 

"일 좀 할만해?" 

"응! 너무 재미있어!"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했고 그 뒤 바로 이어진 오빠의 웃픈 얼굴이 또렷이 기억난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부럽다는 듯 애매한 웃음과 서글픈 눈빛이 공존해 있었다.


얼마 뒤 그는 퇴사를 선택했다. 

대학에서 공부하던 일과, 본인이 꿈꾸던 일이 서로 많이 달랐고, 결론적으로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그런 사람 앞에서 너무나 기쁜 목소리로 일이 재미있다고 이야기했으니, 내가 얼마나 이상해 보였을까?


요즘 와서 드는 생각은 예전의 나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뚫어지게 쳐다볼 것 같다.

 '일이 재미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지구인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물론 과거의 내가 하던 일과, 지금의 내가 하는 일은 많이 다르다.

예전에는 2-3개월 주기로 새로운 프로젝트가 주어졌고, 결과물도 확실, 피드백도 확실했다.

협업하는 부서도 많았고 다양한 협력사와 클라이언트랑 소통이 잦았다.

내가 이 프로젝트에 일원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울 때도 많았다. 


현재의 일이 재미없다고 말하지만,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미가 떨어지는 것이지 재미가 0은 아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홍보도 안 하는데 찾아와 주는 손님들, 손님들의 반응, 즐거워하는 모습들과 새로운 인간관계들이 내게 만족감을 준다. 

이런 값진 경험들도 있지만, 아주 잠깐이고 대부분 혼자 청소를 하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야 한다.


스스로 '일의 재미'를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을 깨달았다면, 내가 하는 일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회사를 다닐 때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거나, 팀을 옮기거나, 이직을 하며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았다.

현재는 내가 사장이니까, 본업을 내팽개치거나 회사를 접고 일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새로운 업무로의 확장,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이 남았다. 


내가 재미있어할 만한 새로운 일은 무엇일까?

내가 어떤 걸 좋아했더라?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 나는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할 때 즐거웠지. 반면에 루틴 한 행정업무 숫자 업무를 싫어해. 반복적인 업무를 극험했어.

- 모임을 열고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좋아. 반면에 혼자서 일하는 것을 괴로워했지. (편집일 그만두었던 이유)

- 남들 앞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할 때 흥분되지. 남들이 잘 안 하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 꼼꼼하지는 못하지만, 꽂히면 추진력 있게 밀어붙여서 결과물은 만들어 내지 (책, 창업, 결혼 등)

-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책 읽기를 좋아해.

- 요리를 해서 사람들을 초대하는 순간, 공간 분위기가 즐겁지. 요리 자체를 좋아하기보다 함께 나눌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게 행복해.

-오지 여행, 자연, 산, 강, 바다 인터넷이 안 되는 곳들을 여행 다니는 게 즐거워.

- 결과물이 만족스러우면 과정의 고통을 금방 잊는 것 같아. 업무적으로 결과물 완성도를 높이는 게 좋음.

- 1회 성으로 끝나기보다 지속적이고 단단한 업무, 관계를 원함


키워드로 정리하면 기획, 관계지향, 추진력, 독특한 개성, 피드백, 완성도 있는 결과물 이 정도로 추릴 수 있겠다.

관계지향적인 독특한 개성이 묻어있는 기획에, 지속적이고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해야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커뮤니티 사업, 커뮤니티 프로젝트가 내 성격과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결과를 유추할 수 있다. 


사업까지 거창하면 간단하게 커뮤니티 관련 업무를 지금 일상 속 업무에 추가해 볼 수 있다.

공간이 있으니, 손님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면 어렵지 않게 접근 가능하다. 

숙소에 오신 분들께 파티까지는 아니지만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간단한 모임을 주선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작년 6월에 방문한 손님들과 만든 독서모임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다음 주면 함께 캠핑을 가기로 약속했다.

이런 모임을 몇 개 더 만들면 삶에 활력이 생길 것 같다. 


정리하다 보니, 2번째랑 같은 결로 결론이 나는 것 같다. 

결국 내 무기력의 원인은 '사람'에 있나? 정기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다. 


멀리 있는 서울 친구들도 자주 보러 다니고 말이다. 

나태하게 퍼질러 있지 말고, 새로운 일을 만들고 정부 지원 사업도 열심히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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