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한번 들어보지 않겠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한 남자가 있었다. 머리털이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고, 콧대마저 주저앉았지만 외모 콤플렉스 따위는 없었다. 하는 일은 번번이 실패하고, 그때마다 드러나는 반사회적 성향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미움받았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도전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신념을 지켰다.
세상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를 손가락질하지도 못했다. 그는 존경 대신 공포를 권위로 사용할 줄 알았다. 그래서일까. 대세에 타협하기 싫어하는 혁명가들은 그를 선망했다.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그 남자의 이름을 나는 차마 부르기가 어렵다. 과연 우리는 볼드모트를 실패자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세상을 지켜낸 남자도 있다. 치안 수준 최악의 도시에서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 집단의 수장들을 하나둘씩 체포한다. 덕분에 도시는 안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의 입장은 다르다. 검은 망토와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범죄자를 잔인하게 심문하는 그의 행동은 법치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동이기 때문. 사회적 질서는 더 강한 힘으로 강제하여 이뤄내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경찰은 범죄자를 쫓는 동시에 그도 함께 쫓는다. 하지만 백만장자 부르스 웨인은 현금으로 금칠한 최첨단 장비들로 번번이 경찰들을 농락한다. 밤에는 법을 무시하는 자경단으로 군림하고, 낮에는 어릴 적 부모를 여읜 트라우마로 끊임없이 정신과 상담을 받는 백만장자. 그는 정의사회 구현에 성공한 게 맞을까? 그의 매일과 신념은 사실, 실패로 가득한 게 아닐까?
It is Impossible to imagine
what is impossible.
물리학자 윌리 가론의 말이다. 만화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작중에서 이 말을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실현 가능한 현실이다." 약간의 의역이 있기는 하나, 분명 그 의미는 닿아있다.
인간은 있을 법한, 일어날 법한 일을 상상해낸다. 그 상상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교훈을 주고,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수학적 증명을 이뤄내며, 설계도를 구상하여 전에 없던 물건을 창조한다. "에이, 그게 가능키나 하겠어?", "그냥 상상일 뿐이잖아?"라고 말하던 사람들은, 마침내 실현된 상상 앞에서 조용히 입을 다문다.
그렇니 우리도 상상해보자는 거다.
텍스트나 영화, 역사 속 인물들을 현실로 끌어내 보자. 오로지 상상에 기반해서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자.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재평가해보자. 그렇게 [상상] 하다 보면, 우리는 놀랍도록 현실적인 조언들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평가, 재평가에는 지극히 주관적인 필자의 시선이 깃들 예정이다. 앞으로의 이야기들은 ‘정답’이 아닐 거란 얘기다. 누군가의 시선에선 납득 못할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오히려 좋다. 다른 시선 다른 의견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그럴수록 실패의 개념은 더욱 풍성해진다.
각설. 상상 속 인물과 함께하는 실패담. 개막.
글: FAILURES
그림: FAILURES
https://blog.naver.com/failormoon/2214278908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