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나 홀로 집에(1990)
명절은 무료하다. 나에게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긴 명절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영화가 있다. 한 때는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고전 명작. 그 이름도 유명한 [나 홀로 집에] 다. 매년 12월이 되면 우리는 어김없이 트랩 설치의 고인물 케빈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어느덧 서른이 되고, 인생의 실패를 조금 겪고나니, 전설의 명작 [나 홀로 집에]가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 도둑들과 대결하는 케빈의 신명 나는 모험 활극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는 얘기다. 어쩌면 이 영화는 사회초년생의 처절함을 담은 처절한 블랙코미디일지도 몰라. 그게 내 생각이다.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컬리스터 가족의 개구쟁이 꼬마 케빈이 아닌, ㈜ 맥컬리스터의 말단사원 케빈의 고충에 관한 이야기다. 항상 구박만 받는 막내사원 케빈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상사 없는 어린이날’부터, 케빈의 실패는 시작된다.
아아, 슬픈 막내 사원이여
케빈에게 맥컬리스터 기업은 퇴사 욕구를 자극하는 회사다. 규율이나 관습과는 거리가 먼 케빈에게, 전통적이다 못해 답답한 사고방식을 지닌 이놈의 회사는 스트레스 그 자체다.
한 명 한 명 뜯어보면 더 심각하다. 부장급인 삼촌은 눈만 마주쳐도 소리를 질러댄다. 삼촌과는 가급적눈도 마주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연차 높은 대리급인 큰형 버즈는 사사건건 케빈을 갈군다. 그나마 있는 맞후임(동생)은 아직 초짜배기인지라,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조직문화는 억압적이고, 상급자는 폭력적이고, 맞선임은 갈구고, 팀 내에서 권한은 밑바닥이다.
그렇다고 퇴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케빈은 생각한다.
달콤한 그 이름, ‘어린이날’
그러던 케빈에게도 드디어 어린이 날이 찾아온다. 모든 가족들이 케빈만 빼두고 휴가를 떠나버린 것. 그 달콤함은 막내 사원이 아니면 모른다. 절대로 알 수가 없다. 모든 일이 내 맘대로다. 혼자서 모든 일을 챙기는 게 다소 귀찮긴 하지만, 사람들 때문에스트레스 받던 시절에 비하면 천국이다. 그 누구의 눈도 신경 쓸 것 없이 하고 싶은 대로 미쳐 날뛰는 케빈을 보면서, 우리는 생각한다.
꼭 혼자일 때 일은 터진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평화롭던 어린이날은 케빈 인생의 역대급 위기가 되어버린다. 도둑들의 등장이다. 도둑들은 케빈의 집을 호시탐탐 노리면서 케빈을 관찰한다. 이때부터 케빈의 ‘혼자가 아닌 척’이 시작된다. 거실 불을 켜고, 음악을 크게 틀고, 등신대 사이즈의 풍선 인형을 장난감 기차에 매달아 세워두기도 한다. 마치 모든 팀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음을 어필하려는 것처럼.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과 조직에 불만이 가득했던 케빈은, 처음으로 ‘홀로 서는 공포’를 느낀다.
없으니까 절실하더라 (대리님 어디 계세요)
조직에 순응하라는 말이 아니다. 윗사람이 말하는 대로 잠자코 따르라는 말도 아니다. 틈만 나면 고함치는 부장급 삼촌이나, 괴롭히는 대리급 상사 버즈나 모두 인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니까. ‘이렇게 일하느니 혼자 일하지’라고 쉽게 생각했던 사원의 마인드가 문제였다는 거다.
조직화된 팀이 주는 업무 해결력은 실로 엄청나다. 조직원이 많을수록 그 능력은 배가 된다. 겉으론 둔해 보여도 내구성 만큼은 탄탄한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혼자는 얘기가 다르다. 요즘은 1인 크리에이터다, 1인 브랜드다 많이들 말한다. 하지만 사실 그들 역시 대표인물 1인을 전면에 내세울 뿐, 다수로 구성된 팀이다.
왜 사람들은 1인 기업을 선택하지 않을까? 간단하다. 그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리고 안전하기 때문에.
- 2부에서 계속 (1/18)-
글: FAILURES
그림: 됸뎐
https://blog.naver.com/failormoon/221442175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