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나홀로 집에(1990)
솔직히, 나홀로 회사에 있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맥컬리스터 집안, 아니 맥컬리스터 기업의 사원인 케빈은 윗사람 없는 어린이날을 꿈꾼다. 그리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어린이날이 실현되었다.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된다. 아무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 일도 안 할 수는 없었나 보다.
두 도둑이라는 역대급 위기가 닥쳐왔지만, 사원 케빈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제야 케빈은 깨닫는다. 손쉽게 문제를 해결해왔던 팀원들의 잠에서 나오는 바이브, 조직이 만들어내는 탄탄한 업무해결 능력 등. 그 모든 게 사라졌다. 사라지니 절실해졌다.
회사에 혼자 남은 사원 케빈은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까.
어린이날은 사실 어른이 되는 날이다.
우리 모두 겪어봤다. 회사의 어린이날이 주는 즐거움을. 그리고 혼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괴로움을. 분명 나는 사원인데 지금 당장 대리급 일과 부장급, 팀장급 일을 해내야 한다. 여기저기 물어봐도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다. 혼자서 대책을 세우기엔 손이 부족하다. 비단 손뿐이랴. 소위 짬이라 말하는 경험치도 턱없이 부족하다. 대리님은 30분이면 기안 서류부터 수정 시안까지 뚝딱 이던데, 나는 3시간이 걸려서야 겨우 하나가 나온다.
케빈, 처음으로 인프라를 활용하다
내일이면 도둑들이 쳐들어온다. 그래서 케빈은 회사를 지켜내기 위해 회사의 모든 인프라를 활용하기 시작한다. 징그럽게 여겨 거들떠 보지도 않던 거미를 손으로 덥썩 잡아 트랩을 설치한다. 평소라면 들어갈 일조차 없었을 지하실에서 렌치, 페인트 통 등 온갖 도구들을 구해오기도 한다. 보안이 취약했던 회사의 백-도어 바닥에는 물을 부어 만든 빙판으로 방어체계를 구축한다. 케빈이 만들어내는 기발한 트랩들 덕분에 우리는 영화 후반부 내내 배꼽을 잡고 웃는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시키는 것만 하면 되는 거니까, 워낙에 바쁘니까, 윗사람들에게 치이느라 스트레스 받으니까. 그런 이유들로 지금껏 케빈은 회사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해본 적이 없었다.
지원부서는 나의 적이 아니더라
각종 트랩으로 도둑들을 방어한 케빈. 자랑스럽다. 우리의 막내 사원 클래스가 이 정도다. 하지만 케빈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도둑들은 결국 케빈을 사로잡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케빈을 위기에서 구해준 건, 놀랍게도 동네의 청소부 아저씨다. 평소 케빈은 말이 없고 무서운 인상의 청소부를 훔쳐보면서 그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어왔다. 숨어 지내는 범죄자일 거라든가, 혹은 살인을 저질렀을 거라든가…
원래 회사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실무 하는 입장에서는 지원부서의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저 사람은 실무하는 나의 고충을 알지도 못하겠지.' 하고 무시하기도 한다. 알지 못하니 상상과 억측이 난무한다. 그러니 친해지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손 놓고 당하는 순간에 정말 도움이 되는 건, 지원부서의 사람들이다.
모든 사원은 케빈처럼 착각한다
결과적으로 케빈은 위기 대처에 성공했다. 회사 인프라를 조금 낭비하긴 했지만, 맥컬리스터 기업은 케빈 덕에 위기를 넘겼고, 원만하게 일을 처리해냈다. 덕분에 케빈은 윗사람들로부터 조금은 신뢰를 얻었다. 대리의 미움도, 부장의 성질머리도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잊지 말자. 결국 [나홀로 집에]는 케빈의 성공담이 아니었다는 것을. 오히려 뼈아픈 실패를 바탕으로 한 수 배워나가는 사회초년생의 이야기다. 애초에 케빈은 팀원들과 밍글 링에 실패했다. 업무를 위해서는 팀원들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인프라를 활용하는 법도 늦게 배웠고, 지원부서 인력들의 소중함도 나중에야 깨달았다. 위기를 잘 넘긴 게 오히려 운빨로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 실패를 케빈은 유익한 경험으로 승화시켰다.
많은 사원들이 케빈의 실수와 실패를 답습한다.
그리고 케빈처럼 실패한다.
하지만 케빈만큼 성장하지 못한다.
-[나홀로 집에-케빈처럼 실패하기] 完-
글: FAILURES
사진: GOOGLE / DU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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