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을 가꿔준 말들 (2)

했다, 실패 여섯 번째 인터뷰 : 김아라

by failit

*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1부에 이어


'센티스트' 김아라는 실패를 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그녀를 다독였던 것들은 '꿈'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포기하고 싶던 순간 주변의 '말'들은 그녀를 다독여 주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반복되는 실패들을 자신의 밑거름이자 비장의 카드들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금부터 무엇이 그녀를 꿈꾸게 했고, 어떤 말들이 그녀를 다독여 주었는지 들어보자.




2장. 실패 속에 싹튼 센티스트의 꿈,

그리고 그 꿈을 가꿔준 말들


Q. 지금부터 여쭤보고 싶은 질문들은 ‘센티스트’로서 협업을 하거나, 연계를 하려는 이유입니다.


향이 타 분야와의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셨던 건지, 아니라면 다른 어떤 이유로 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네요

A. 지금 현재 상황에서 보면, 두 가지 모두가 이유일 것 같아요. 우선 다른 분야 혹은 다른 감각이 반드시 필요해요. 한편으로는 다른 감각을 돋보이게 하는데 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사용하는 것도 있어요.


가장 큰 시작점은, 사람들이 이해하기에 향은 너무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매력적이고 충분한 가치가 있었지만, 대중들 당장 제 주변의 사람들조차도 향을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림을 사용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쉽고, 음악과 합치면 더 이해하기 쉽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협업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Q. 사실, 향은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다루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다른 분야와 연계하는데 어려움이 많지 않았나요?

A. 방금 말씀하신 공간의 개념에서 보자면 제가 생각하는 또 다른 실패와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녀의 첫 번째 '넬 콘서트' 인생은 실전이었다 좀 많이.

제가 처음으로 향을 공간에 접목시켜서 기획했던

‘넬’이라는 밴드가 있었어요. 그때는 저도 경험이 정말 부족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관객들에게 감각을 전달할 수 있을지 규모에 대한 감도 없던 상태였으니까요.


당시에는 굉장히 물리적인 방식으로만 계산을 했는데, 실제 공연을 구성하는 ‘땀냄새’, ‘화약냄새’ 등의 다른 구성요소들을 생각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아쉬운 결과였던거 같아요. 시각적인 것들이나, 주변 환경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서 제대로 할 수가 없었죠. 처음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고려해야 된다는 걸 배웠던 기획이었어요.


그리고, 재작년에 그리고 다시 ‘넬’ 콘서트에 다시 향을 접목시키게 되었고, 기본적인 컨셉이 무대에 거대한 장미를 두게 되었어요. 그리고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관객들이 ‘저거 진짜 꽃인가 봐, 생화 냄새가 나’ 라고 말하는 것들을 통해 경험의 힘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녀의 두 번째 '넬 콘서트' 장미와 장미향 가득한 공연장


Q. 공간에서 시각과 어우러졌을 때, 후각이 주는 효과가 확실히 있었던 거군요

A. 아직 후각은 단독으로는 아쉬움이 있고 시각 같은 것들 혹은 또 다른 공감각적인 것들과 어우러져야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다행인 건,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향’이라는 것들이 사람들한테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점점 시각에 청각이나 후각이 더해졌을 때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말하고자 하는 바를 훨씬 깊이 있게 전달하는 시기가 오고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시각적인 것들만으로는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다른 감각들이 접목되었을 때 훨씬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향이 다른 감각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부수적인 요소지만,
언젠가는 향을 선명하게 하는 요소로 다른 감각들을 사용하도록
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꿈꾸고 있는 것 같아요
꿈꾸는 그녀의 미소


Q. 타 분야와 함께 진행하셨던 프로젝트 중에 좌초되거나, 아쉬웠던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A. 최근에 진행했던 공연이 있었는데, 그 공연에는 이미 4가지 정도의 제품화된 향기가 있었어요. 이 경우에는 제가 조금만 더 고집을 부렸었더라면, 더 좋은 효과를 낳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클라이언트는 이 4가지 향을 모두 사용하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향은 이미 공간에 머무르는 향, 새로 채우는 향도 있어요.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해서 다 아쉬워졌어요.


아마 클라이언트는 만족하셨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4가지 향 모두가 개성이 강해서 하나하나를 온전히 느낄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던 것 같아요.

한일 월드컵 8강 진출 후 그는 말했다 "I'm still hungry"


그리고 또 하나는, 이미 일이 진행되기 전에 계약이 파기되었던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브랜드의 박물관을 짓는 프로젝트였는데, 이전에 다른 곳에서는 만족스러운 향을 만들지 못했었다고 해요. 저희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아마 ‘여기도 똑같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사람들이 ‘향’을 만드는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던 거네요. 일종에 낯섦에서 벌어지는 어려움.

A. 네 맞아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였을 수도 있을 거예요.

어떤 사람이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텐데, 아마도 ‘향’이 아직은 확신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고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죠(ㅎㅎ)

이런 좌절에서도 그녀는 다음을 생각한다.


Q. 대표님이 경험한 실패들 대부분이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혹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어려움,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치적인 부재들이라고 생각되네요.

A. 조향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향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향으로 대변해주는 사람들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이해하는 것도 잘해야 하고 경험도 많아야 하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향을 잘 맡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필수적인 거고 사람들의 감각이나 감성적인 면을 이해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Q.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대표님의 경우에는 실패를 자양분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단순히 낙천적인 성격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하하)

A. 사실 전 낙천적인 것도 있지만, 처음부터 저는 아주 뛰어나거나 주목을 받는 사람이 목표가 아니었던 것이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전 직업적 성공에 모든 것을 걸지 않았어요.


그냥 내가 향이 좋으니까, 이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중간에 저도 회사도 다니고 다른 활동도 했었는데 막연하게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경험들이 언젠가는 조각조각 모여 저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아요.

전적으로 자신을 믿으셔야 합니다

밑도 끝도 없지만, 그랬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좋은 환경에서 누구나 보기에 예쁜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생각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구보다 실패도 많이 했었고요. 너무나 속상한 얘기들도 실제로 많이 들었었어요.


Q. 동력이 떨어지셨을 수도 있겠네요.

A.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이걸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 제게 물어봐 줬던 것 같아요.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큰 힘이었어요. 제가 잊어버리지 않게 계속해서 절 두드려주었거든요.


너 꿈이 뭐야?
너 나중에 뭐하고 싶어?
아라야 너 그게 꿈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충분히 행복한 거야?


누군가의 사소한 관심은, 누군가의 성공을 만들어 낸다.


상대는 인사치레였을지 모르지만, 저한테는 이 질문들이 항상 저에게 자극을 주던 질문들이었어요.

저를 정신 바짝 차리게 만들어주는 그런 질문이요. 그리고 그 경험 안에서 이런 것들 하나하나 필요할 거라고 막연하게 믿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누군가에 비해 뛰어난 능력을 갖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제가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경험할수록 더 발전할 거라는 믿음이 강했어요.



Q. 주변에서 계속해서 두드려줬다는 말은, 실패를 마주한 많은 이들 특히 실패를 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실패한 사람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일 것 같네요.

A. 네. 그 고마운 질문들이 제가 실패들을 경험으로 생각하시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저는 괜찮아야 하니까. 제가 좌절하고 있다고 누구도 제 꿈을 키워주지는 않는 거니까요.

위로를 해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Q.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바라보는 실패란 어떤 건지 말씀 부탁드려요,

A. 실패라는 말이 저 같은 일반 사람에게는 좌절같이 부정적인 단어들이 연상되잖아요. 듣는 것만으로도 힘드니까요. 그럼에도 모두들 지금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실패라는 것들이 어쩌면 본인이 이미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근사한 그림을 목표로 삼고 실패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본인이 꿈꾸는 것들을 기준으로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닌 목표를 세우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 실패들은 단순히 실패가 아니고 또 다른 경험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늘 혼자 되뇌는 말 중 하나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 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인 것 같아요’ 저한테는 꿈이 버티고 살아가는 이유예요. 그래서 저는 그 질문을 받는 것만으로도 벅차거든요. 저처럼 사업을 하거나 일을 하거나, 회사를 다니는 누구든 많은 경험을 하고 실패를 했으면 좋겠어요.



실패나 좌절을 했을 때 본인을 다독이는 매뉴얼을 반드시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그 일들을 자양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녀의 매뉴얼은 ‘설렘을 잊지 말자’라고 한다.

한 회사의 대표로서, 설렘을 최우선에 둘 수는 없다고 말하며 동시에 지금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일들을 소개해주었다.


그녀에게는 어쩌면 실패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졌을지 모르겠다.



인터뷰이: '센티스트' 김아라
글: 검
사진: 말하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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