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셜트래블러 May 06. 2022

차별의 입체성

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기록하다

 차별. 둘 이상의 대상을 차이를 두어 구별하는 것. 이것이 차별의 기본적인 정의다. 

차별이라고 하면 우리의 생각에는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이 없는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떠오른다. 가진 자와 없는 자, 남성과 여성, 비장애인과 장애인처럼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도 차별을 대부분 보통 위의 말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차별이 훨씬 광범위하고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차별이라는 칼날은 보통이라고 여기는 기준선에 멀리 있는 사람일수록 날카롭게 다가온다. 기준선에 한참 벗어난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차별은 더욱 서슬 퍼렇게 다가온다. 아직도 만연한 차별. 세상의 모든 차별의 형태를 기록할 수는 없지만,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는 사회복지사로서 현장에서 마주친 차별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사회복지사가 된 이후로 차별과 관련해 가장 마음이 좋지 않았던 사진이 하나 있다. 서울 강서에서 특수학교 설립 문제로 발달장애아 부모들이 토론회장에서 무릎을 꿇었던 사진이다. 이 사진은 내게 있어 정치인 본인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해 약자를 악용한 사례이며, 다수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혹은 무지로 인해 벌어진 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로 각인되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위 사진을 기억할 것이다. 위 사례는 누구에게나 알려진 유명한 사례이지만 사실 차별은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내가 경험한 차별 중 가장 작은 형태는 바로 이용인들과 나들이 혹은 캠프를 진행할 때 식당 혹은 관광지 방문을 거절당한 것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차별하듯이 강자가 약자를 차별하는 구도를 벗어난 경험이 없었다. 강자와 약자의 잣대로 주간보호 현장을 비춰본다면 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와 이용인 중 누가 강자일까?. 보통은 주간보호센터가 강자다. 중증 발달장애인의 개성이 강할수록, 그 개성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수록 부모들은 세상 앞에서 죄인이 되어간다. 그렇기에 늘 약자일 수밖에 없다. (물론 예외도 있다.) 주간보호시설이 강자라면 약자인 장애인에게 어떤 차별을 행할까? 대표적인 차별 사례로는 중증 발달장애인의 입소를 거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 한 센터의 이용인 모집 공고를 우연하게 보게 되었는데, 모집 기준 중 한 차별을 담고 있는 문구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문구는 이러하다.


'신변 자립이 가능한 장애인'


현재 우리 센터 이용인 15명 중 대변 시 뒤처리가 가능한 이용인은 고작 5명에 불과하다. 중증 발달장애인의 다수는 말 그대로 중증이기에 뒤처리가 어렵다. 이용인의 발달 연령은 대부분 4~5세 전후이기 때문이다. 즉 신변처리를 잘한다는 것은 이용인의 기능이 좋은 것과 연결되기도 한다.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하지만 물론 예외도 있다.) 그렇기에 신변처리가 이용인 모집의 기준이 된다는 것은 중증 발달장애인 중 다수를 배제시 다른 하나의 차별이나 마찬가지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또 하나는 이용인 선정방법이다. '관찰 및 평가기간 이후 이용인 선정'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긴 하지만 이와 같은 선정 방법을 모집 안내에 적시한다는 것은 평가기간을 통해 센터 입소에 낙오할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보였다. 예전 다수의 센터에서 수많은 '중증'발달장애인의 입소를 떨어뜨렸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처음 입사했던 센터에서 경험한 일이다. 우리 센터에서 생활하던 이용인이 센터와의 이용기간이 만료되어 타 센터 입소를 했다. 그 센터는 위의 기준처럼 평가기간이 있는 센터였다. 당시 그 이용인은 실내에서 뛰는 개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평가기간 중 뛰다가 다른 이용인의 발을 살짝 밟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센터의 입소가 거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사회복지에 경험이 적은 초년생이었기 때문에 이런 평가기간이 타 센터에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당시가 2007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인권이라는 가치가 차별이라는 함의를 여전히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여하튼, 우리 센터는 이용인이 입소를 하면 타 센터처럼 관찰 및 평가기간을 마찬가지로 약 2주 정도 갖는다. 이 2주간의 시간은 말 그대로 이용인의 개성을 파악하기 위해 좀 더 친해지고 공을 들여 관찰하는 기간이다. 이용인의 개성의 다양성으로 입소가 거부되는 일은 없다. 그렇기에 입소 상담을 진행할 때 관찰 및 평가기간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 대부분 겁을 먹으셔서 꼭 입소가 거부되는 일은 없다는 말씀을 덧붙인다. 씁쓸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별이 생기는 것일까?. 중증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중증에 대한 차별의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사회복지사 인력의 부족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2022년 보건복지부에서 사회복지사 1명당 이용인 4명을 배치할 수 있다는 기준을 사회복지사 1명당 이용인 3명으로 줄였다.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중증 발달장애인 배치 인력을 1대 1로 배치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아직 갈길이 멀기도 하다. 또한 급여 체계도 낮은 편에 속한다. 낮은 급여 체계뿐 아니라 오래 근무한다고 해서 센터장과 팀장의 티오는 1개씩 밖에 없기 때문에 진급을 할 수 없다. 진급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경력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며, 급여도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경력이 있고 베테랑들은 주간보호시설에 입사하려고 하지 않는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진심으로 주간보호에 근무하는 것이 너무나 고되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된 업무에 맞게 인력을 늘리고, 급여 등의 기준을 넓히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가치를 바르게 지켜나가며 떳떳하게 요구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먼저 가치를 지킨다면 발달장애 가족 또한 우리와 같은 편이 될 것이다. 그들의 자녀를 위해 우리와 함께 목소리를 분명 내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있는 이 현장이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별 것 없다. 이것이 연대다. 


PS) 주간보호시설 팀장 직급 기준은 '주간보호시설'을 동일 시설로 인정해 3년 경력과 사회복지 경력 총 7년 이 두 가지를 만족한다면 팀장을 달 수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2022년 인천시에서는 동일 시설의 의미를 해당 시설로만 한정해 해당 센터에서 3년을 근무해야 팀장 직급을 달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해당되지 않던, 타 주간보호시설에서 근무한 것을 인정받아 팀장 자리로 입사한 분들은 일반 직급과 팀장 직급의 급여 차이만큼 받았던 급여를 회수될 위기에 처해졌다. 또한 팀장 자리가 아닌 일반 사회복지사 자리로 강등이 된다. 이에 대해 부당함을 정식으로 이야기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이에 대한 내용은 위의 이야기처럼 경력자를 채용할 수 없는 주간보호시설 환경이 조성된다. 베테랑이 없다는 것은 결국 서비스의 질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입성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