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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rystar Oct 11. 2019

싸이월드

오늘 하루 단어 22일차

점심을 먹고 슬슬 졸음이 밀려올 무렵, 남편에게 카톡이 왔다.

‘싸이월드, 역사 속으로...’, ‘싸이월드 접속 불가’ 등의 기사 캡처본이었다.

아뿔싸. 올 것이 왔구나...


아마 고등학교 때부터였을 거다. 싸이월드를 시작했던 건. 중학교 때 다모임을 한참 하다가, 언젠가부터 싸이월드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그때 당시 놀랐던 건, 내가 이미 1999년도에 가입을 했다는 것을 알고서다. 나무위키에 싸이월드 설립년도가 1999년으로 되어있는 것을 보면, 어떤 광고를 보고 가입을 했다가 잊었던 것이리라...


아무튼, 학창 시절에 싸이월드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었다. 대학 때는 스킨을 내가 직접 만들어 꾸미고 싶어서 편집스킨으로 선택해, 수많은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여기 붙였다 저기 붙였다 하며, 심혈을 기울여 편집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신부님도 싸이를 하셨어서, 신부님 사진을 넣은 편집스킨을 선물해드리기도 했다. 스킨을 사는 데 돈이 들었지만, 아깝다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내가 직접 편집한 스킨으로 미니홈피가 새단장을 하면, 그 자체로 엔돌핀이 솟아나던 시절이었다. 마치 그 공간이 진짜 나의 작은 집인 것처럼.




시간은 흘러, 싸이월드는 이미 한물 간지 오래된 낡은 집이 되었지만, 오랜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선 내 싸이에 로그인하게 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아직 일촌공개로 남아있는 사진들이 나에겐 많았기에, (다시 보면 손 발이 오그라드는 하두리 사진 등은 비공개로 변경했지만) 추억 속 사진들을 보여주면, 다들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그때를 회상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았고, 사진을 원하는 이들도 많아, 화면을 캡쳐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심지어 한 달도 안 된 최근에는, 편집스킨을 보내드렸던 신부님과 성당 언니와 만난 식사자리에서 10년 전 싸이월드 사진을 보여드리고, 캡쳐본을 카톡으로 보내드리고, 그때 얘기로 한참 얘기를 나눴었다.


그런데 접속 불가라니, 도메인 만료라니...

나는 잊지 않고 한 번씩 그곳에 들어가 내 추억을 꺼내보며 행복해하곤 했었는데. 내 작은 집을 잃은 것 같아 속상하다.

내가 싸이월드에 자주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돈을 내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해준 것은 10년 전쯤 음악을 사고, 스킨을 샀던 것뿐이지만 말이다.




싸이월드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접속만 된다면 사진과, 함께 올렸던 멘트들이라도 백업을 해놓고 싶다.


제발, 며칠만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싸이월드 로고, 이와중에 웃고있는 니가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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