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재수생. 수석을 차지하다.

17세 재수생... 생각도 해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며칠을 아무 생각없이 울었는지 모르겠다.. 반에서 1등만 하던 내가.. 왜 학교를 갈 수 없는거지.. 억울하기만 했다. 한참을 울다가 아이러니하게도 갑자기 배가 너무 고파져서 만두를 먹었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로....

그때 생각했다. 그래 다시 제대로 시작해보자. 아주 사소한 무언가가 내 마음을 사로 잡았고, 새로 시작할 의지를 심어주었다.


만두 사진.jpg


부모님 뿐 아니라 나마저도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홀로 모든 시간을 케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해서 우선 같은 상황에 있는 친구들이 있는 학원을 찾기로 했다. 다행히 집에서 먼 대입 재수 전문 학원에서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기 위한 반을 개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선택의 여지 없이 여기서 나머지 한 해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한 해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같은 반 친구들도 낯설었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린 나이에 같은 좌절을 겪은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더 결속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상당히 자주 모의시험을 치루었는데, 아버지는 내 담력을 기르기 위해 내가 졸업한 중학교에서 같은 시험을 칠 때에는 학원이 아닌 학교에서 시험을 치도록 했다. 학교에서도 양해를 해서 시험을 칠때마다 졸업한 중학교에 갔는데, 시험을 치는 것보다 동생들 사이에서 홀로 시험을 치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하지만 몇차례 시험을 치르다 보니 낯선 공간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뒤에는 시험을 치러 오는 나를 응원하는 동생들이 생기기도 했다. 시험을 치기 위해 교문을 들어서는데 몇몇이 "언니 힘내세요"하면서 웃으며 반겨주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꿋꿋이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공부하는 사진.jpg


나에게 좌절을 안겨주었던 연합고사를 이듬해 다시 치뤘다. 작년보다 수월하게 문제가 풀린다는 생각을 하며 시험을 보았고, 올해는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시험이 끝난 이후 채점을 해야했지만, 스스로 채점을 할 자신은 없었다. 아마도 작년의 트라우마가 남아있어서 였던 것 같다. 친한 친구에게 채점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현정아. 현정아...." 친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혹시 또 떨어진건가... 두려움이 엄습했다. 왜그러냐고 친구에게 다가갔는데, 친구가 "야! 1개만 더 맞췄으면 만점인데, 아깝다. 한개 틀렸다야." 웃음을 띄며 나를 바라보았다. 다행이다.... 이제 나도 고등학교에 갈 수 있겠구나. 그제서야 안도를 했다.


집으로 왔는데, 낯선 곳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이번 울산 연합고사의 수석이라고 전하며 뉴스에 소식을 알려도 되겠냐는 것이었다. 너무 뜻밖이었고, 한 해동안 가족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그날 나는 뉴스 꼭지 한부분을 장식했다.


아버지 회사 신문을 포함한 지역 신문에 내 이야기가 나왔고, 이로 인해 잠시 반짝 동네 스타가 되었다. 중학교 마지막을 슬프게 끝냈지만, 고등학교 입학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18세에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언니지만 언니 같지 않게 한 살어린 동기들과 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보냈다.


뉴스 사진.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반에서 1등. 홀로 고배를 마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