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쿠팡을 탈퇴했습니다. 쿠팡와우멤버십 구독자, 쿠팡전용 신용카드발급 및 사용자, 쿠팡플레이 시청자, 그리고 쿠팡이츠 사용 배달음식 구매자로 살았던 저도 쿠팡와우멤버십이 종료되는 당일 새벽 탈퇴했습니다. 사유란에 진심을 담아 저의 실망감을 표현했고,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주의를 간곡히 요청하는 글을 적었습니다.
사실 쿠팡개인유출사건을 알고도 탈퇴 전 계속 고민만 했습니다. 과연 쿠팡, 쿠팡플레이, 쿠팡이츠가 내 일상에서 사라져도 잘 지낼 수 있을까?
새벽배송 덕분에 최대한 늦춰서 생필품을 살 수 있었고,
반품이 쉽게 되니 옷이나 신발을 구매할 때 덜 불안했고,
회원전용 가격할인, 1개 구매도 무료배송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했고,
덤으로 쿠팡플레이 UDT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배송비 걱정 없이 음식배달도 시켰는데
이곳에서 탈퇴하면, 이 서비스만 애용했던 난 이제 어디서 생필품을 사며, 어디서 배달을 하지?
며칠간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쿠팡을 사용하기 전 G마켓 애용자였기에 다시 돌아가볼까 했는데 가격, 배송 등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쿠팡 탈퇴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친한 사회과 샘이 “아직 쿠팡 탈퇴 안 했어?” 하고 식사시간에 지나가듯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살짝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쿠팡 일용직 노동자 대우의 부당함, 그리고 이번에 밝혀진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 등이 어떠했는지를 알면서도 실리적 이유로 머뭇거리고 있는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우선 탈퇴를 먼저 하자 결심했습니다. 탈퇴를 했고, 이것저것 알아보다 네이버 쇼핑을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시험 삼아 사야 되는데 미루고 있었던 칫솔을 구매했습니다. 쿠팡에서는 늘 사던 제품이 있어서 1~2분 안에 구매완료 할 수 있었는데 네이버에는 제품도 종류가 너무 많고 가격도 다양해서 페이지를 한참 넘겨가며 골라야 했습니다. 배송도 당일배송, 새벽배송에 익숙한 제게는 2일 정도의 기간이 더 길게 느껴졌습니다. 가격도 조금 더 비싸게 느껴졌고요.
드디어 어제저녁 칫솔이 왔는데 열어보고 웃었습니다. 10개에 11,000원 정도에 구매해서 쿠팡보다 좀 비싸네 생각 헸는데 글쎄 10개짜리가 3개였던 거예요. 도합 30개. 4인 가족이니 최소 7달은 매달 칫솔을 바꿀 수 있는 개수예요. 할인품목이라 엄청 쌌던 거였더라고요. 제가 아직 네이버 쇼핑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인데 결론은 러키비키였습니다.
아~그래도 익숙해져가고 있습니다. 필터기능을 잘 활용하면 원하는 브랜드, 종류 등을 더 섬세하고 쉽게 고를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송비는 포함시켜서 골라야 나중에 훅 올라간 금액을 만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요.
어제는 둘째가 캐주얼한 조금 작은 백팩을 사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뒤 제 표정이 별로여서 속상해진 둘째는 엄마는 자기가 꼭 뭐 사달라고 하면 이런 표정이더라 하고 말해서 뜨끔했습니다. 차라리 말을 하거나 화를 내라고 하길래 엄마는 네가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달라고 하면 기분이 좀 별로라고 솔직히 말했어요. 그래도 어찌어찌 대화해서 사기로 했는데 사실 제가 에이블리 탈퇴해서 30일 후에나 재가입이 되거든요. 둘째는 에이블리에서 사려고 가방을 골랐고요. 고민하다 둘째가 고른 상품명 그대로를 네이버 쇼핑창에 입력해 보았습니다. 결괴적으로 쿠폰할인받아 6,000원 더 저렴하게 쇼핑에 성공했습니다.
둘째 외 저는 빠른 배송에 길들여진 습관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건을 구매하고 언제 올까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도 덤으로 얻고 있습니다.
어제는 가방 구매에 이어 학교일로 속상한 둘째와 마라탕이 먹고 싶은 저를 위해 일요일 배달 1번 규칙을 깨고 마라탕을 배달시켜 먹었습니다. 자주 쓰던 쿠팡이츠대신 어떤 배달서비스를 이용할까 고민하다 배민앱을 설치했습니다. 오랜만에 설치해서 그런지, 아니면 요즘 쿠폰행사를 고객유치용으로 하고 있는지 할인을 7천 원 해주어 총 12,100원에 두 딸과 함께 대화하며 기분 좋게 먹었습니다.
참 요즘 우리나라 드라마 보는 취미가 다시 생겼는데요. 태풍상사랑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너무 보고 싶었는데 넷플릭스 구독 해지해서 못 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네이버 쇼핑으로 갈아타며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했습니다. 한 달 4,900원 멤버십 구독료를 내면 넷플릭스는 광고형으로 그냥 볼 수 있어서요. 어제부터 태풍상사 보고 있는데 저 IMF시절 대학생 때가 생각나 몰입도가 최상입니다. 언제 한번 미드 말고 우리나라 드라마 추천하는 브런치를 연재하겠습니다. 시간은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우선 제가 최소 10개 정도의 맘에 드는 드라마를 최종회까지 보고 나서야 소개할 수 있으니까요. 아마 태풍상사는 목록에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전화위복은 제가 얼마나 제 개인정보를 무지하게 관리했는지를 깨달은 점입니다. 같은 아이디, 비번으로 참 많은 곳에 회원가입을 했고, 카카오, 네이버 간편 로그인도 엄청 되어 있었어요. 이번에 웬만한 연결은 다 해지, 탈퇴 후 새로운 아이디, 비번으로 재가입(이 작업을 하다가 에이블리는 탈퇴 후 재가입하려면 30일이 지나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카운트 인포앱 설치해서 오픈뱅킹 안심차단,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 다 해 놓았어요.
그동안 빠르고 쉽게 이용한 서비스들이 사실은 그만큼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했다는 것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사실 재작년에 구글 2단계 인증 귀찮다고 몇 개월 해지해놨다가 해킹당해서 누가 제 은행의 잔금 6만 원으로 게임 다이아 아이템을 구매했었거든요. 구글에 전화해 환불받긴 했지만, 섬찟했어요. 만약 월급 받은 날 오전에 해킹당했다면 돈을 돌려받기 전까지 제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아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다시 설정할 때는 신용카드대신 적은 금액만 들어있는 체크카드에서 수동으로 결재하는 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이제 느리고, 단계가 좀 더 많은 빙식의 매력에 빠져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