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동영상에서 당근온도 99도인 분을 봤습니다. 본인에게 온 물건은 어떻게든 다시 쓰임이 있도록 새 주인을 찾아준다고 말하는데 인상 깊었습니다.
몇 년 전 당근으로 워킹매트를 구매해 운동하다가 결국 안 하고 방치하게 되어 다시 당근으로 판매한 것이 저의 유일한 당근 경력입니다.
그런데 그 영상이 저의 뇌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었는지 둘째 딸이 취향이 바뀌어서. 아니면 키가 자라서 지금은 안 입는 겨울 아우터 두 개를 비닐봉지에 넣어 그냥 재활용품으로 내놓으려다 '아~옷 상태가 좋은데 한번 당근으로 팔아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근 어플을 깔고, 옷 사진을 찍고, 옷 설명과 함께 글을 작성하려 했는데 AI가 알아서 해주더라고요. 간단명료하게, 옷상태파악해서 정확하게 말이에요. 그리고 얼마 정도에 팔면 되는지도 알려줬습니다.
또한 택배 부치러 가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바로구매를 선택하면 저는 상자에 넣어 당근 00(지정된 번호를 써주면 돼요.)이라고 적어 문 앞에 두기만 하면 택배기사분이 알아서 가져가 구매자에게 배달해 주더라고요.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스마트하고 친절해진 당근을 경험하니 '참 편리한 세상에 내가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많은 일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가 되겠네. 난, 우리 딸들은, 학생들은 괜찮을까?'라는 걱정도 살짝 생겼습니다.
아~그리고 첫 거래에서부터 다른 구매희망자에게 컴플레인을 받았습니다. 새해가 이제 갓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받은 지적입니다. 그냥 지나갈까 하다 나를 위해, 그리고 기분 상했을 상대방을 배려하며 예의를 갖춰 반응했습니다. 당근만의 규칙이 있구나, 아직 난 새내기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옷 두 벌을 상태와 브랜드에 비해 저렴하게 올리니 바로 구매자가 나타났습니다.
한 벌은 바로구매택배서비스로, 다른 한벌은 직접 만나서 구매로 판매예정입니다.
그렇게 들어올 2만 원은 신랑이 허리등받이쿠션 사달라고 해서 쓴 2만 원과 퉁치려 합니다. 신랑이 쇼츠 보는 것을 좋아하니 새 물건에 혹할 때가 있습니다. 새해선물이다 생각하고 사줬습니다.
아깝지만 그냥 재활용품으로 버릴 옷 두 벌이 이렇게 주인을 찾아가고, 2만 원을 벌게 해 주니 재미있어서 계속 당근이 하고 싶어 집니다. 또 어디 팔게 없나 하고 쳐다보니 신랑이 아주 집안물건 다 팔아버리겠네하고 웃네요.
단점은 당근 알림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 집에 있을 때 가능한 핸드폰을 무음으로 하고, 앱들의 알림 설정을 꺼두고 확인을 별로 안 하는데 구매자와 의견조율 등 여러 가지로 계속 채팅을 해야 하니 바쁠 때에는 정신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시간이 넉넉할 때에만 천천히 한 개씩만 판매해야겠습니다. 가격은 금방 팔리고, 상대방이 물건 받고 기분 좋도록 저렴하게 올리고요.
공유경제에 관한 영어지문을 작년에 학생들에게 가르쳤는데 직접 경험하니 더 이해가 잘 되고 재미있습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도 당근 고수도 많으시겠죠? 이제 갓 초보 당근러의 글이니 귀엽다 웃으시며 읽으셨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