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 덫에 걸린 둘째 딸

by 소망이

예비 중학생인 둘째가 요즘 자주 예민해집니다.


킥복싱 학원을 다녀오면 더 그래요.

중3 언니가 있는데 오빠들과도 쿨하게 잘 지내고, 옷도 브랜드(나이키, 아디다스 등) 옷으로 잘 입고 다니고 키도 크고 예쁘고 킥복싱도 잘하고 사범님에게도 실력을 인정받는대요.


킥복싱 학원에서 운동하면 땀나니까 다녀와서 씻는 게 합리적인 것 같지만 학원 가기 전 씻고, 화장하고, 심혈을 기울여 옷을 고릅니다.


브랜드 잠바가 간절히 필요하다고 해서 최근 저의 마음속 소비 규칙을 깨고 며칠 사이에 나이키 잠바, 다시 아디다스 잠바를 사줬습니다.


처음 잠바를 간절히 원할 때는 이 잠바만 입고 가면 해결될 것처럼 말하지만 아니었어요.

나이키 잠바가 아닌 아디다스 잠바가 필요하다고 너무나 간절히 말해서 이것까지만이다 하고 사줘도, 즐겁게 입고 가면 다음 날 다시 불행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많이 안타깝습니다. 비교의 늪에 빠져 힘들어하는 둘째를 보며 같이 마음이 불편하지만, 둘째의 모든 마음의 불편함을 가만히 인정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어찌 성장해 가는 길에 마음이 평안할 수만 있을까요?


질투와 부러움이 가득 차기도 하고,

욕구 충족이 안돼서 속상하기도 하고,

친구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외롭기도 하고,

방학을 알차게 보내지 않고 있는 것 같아 허탈하기도 하겠죠.


완벽한 부모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자녀가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고, 너무 과한 감정 동일시를 한다는 글을 최근 읽고 반성했습니다. 덕분에 어젯밤엔 둘째 딸의 마음을 들었지만, 또다시 해결해 주러 쇼핑앱에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이제 해 줄 것은 해 줬으니 둘째가 이 질투와 부러움, 상대적 열등감의 터널을 잘 통과하기를 응원하며 기도해주려 합니다.


아~ 사춘기 딸의 엄마 역할이 쉽지 않습니다.

절약가 엄마와 패션이 가장 중요한 딸이 만나 절뚝거리고 걸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새벽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서로 다르게 만나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전 둘째 덕분에 학업으로 바쁜 중에도 곱게 정성을 다해 화장하는 학생들을 편안하게 봐줄 수 있고, 둘째는 절약가 엄마 덕분에 본인의 삶을 조절해 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으니까요.


참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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