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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보다 Jan 15. 2020

‘여자친구’ 5주년 리뷰 2/2



(1부에 이어)






미니 6집 "Time for the Moon Night": <밤>

2018.04.30.


미니 6집 "Time for the Moon Night"(2018.04.30.)


데뷔 후 처음으로 활동곡의 프로듀서진을 교체했다. 7번을 함께했던 ‘이기용배’는 수록곡 참여로 빠졌고, <트러스트 Trust>와 <그루잠>을 만든 ‘노주환’ · ‘이원종’ 조합이 전면에 등장했다. 밝은 분위기 · 힘 있는 안무 · 현악을 깔고 전자 기타로 중심을 잡는 편곡으로 집약되는 ‘파워청순’도 내려 놓았다. 어두운 분위기 · 선이 강조된 안무 · 전면에 등장한 현악 · 빨라진 속도 · 서정적이면서도 강한 멜로디 라인 등 새로운 요소들을 도입했다. <밤>의 등장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처음에는 <밤>이 조금 낯설었다. 대중적으로도 이전의 곡들처럼 힘을 받지는 못했고, 개인적으로도 이 곡이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발매 초기 호불호가 갈리던 것에 비하면, 역주행이라 불릴 만큼 오랫동안 차트에 남았다. 활동기가 다소 짧았음에도(3주) 이 기간동안 출연한 모든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10관왕)했다. <시간을 달려서>와 <여름비>에서 선보였던 서정성, <바람에 날려>에서 등장했던 휘몰아치는 전개가 배합된 듯한 <밤>의 색채는 ‘격정아련’이라고 명명되며 여자친구의 또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여졌다.


인트로 트랙이 없던 미니 4집을 제외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인트로 트랙은 활동곡과의 연계성이 강하게 부각되어 있었다. 필히 멤버들의 음성이 등장했고, 메아리 퍼지듯 제목이나 후렴부가 곳곳에 배치되었다. 그러나 미니 6집의 인트로 트랙인 <인트로 Intro (Daytime)>는 활동곡과 비슷하게 전개되지도, 멤버들의 음성이 삽입되지도 않았다. 마치 새로운 장을 여는 듯 동화적이고 평온한 분위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속 평화로운 마을을 연상케 한다. 이 트랙의 부제 ‘데이타임’이 정규 2집의 한 버전 이름임을 감안하면, 미니 6집 - 여름 미니 음반 - 정규 2집의 3부작을 총망라하는 인트로 트랙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간감이 느껴지는 사운드, 밝은 멜로디, 귀여움을 강조한 랩(?) 등으로 분위기를 전환한 <러브 버그 Love Bug>, 동화적인 감성과 기타 솔로를 통해 파워청순의 색채를 잇는 <휘리휘리>는 더블 또는 트리플 타이틀 감이라고 불릴 정도의 호평을 받았으며, 각 곡을 만든 ‘라이언 전’(러브 버그)과 ‘미오’(휘리휘리)도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핑거팁>의 장점인 베이스 라인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틱틱 Tik Tik>, 편안하고 감성적인 신스 팝으로 마련한 팬송 <별> 등 모든 수록곡이 전작들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그 정점에는 <바이 Bye>가 있다. 오케스트라와 밴드 위주의 어쿠스틱한 사운드 위에서 이별의 먹먹한 감정을 그린 팝 발라드로, 알앤비 기반도 아니고 팬송도 아닌 첫 발라드이기도 하다. 유주가 곡을 지탱하지만 홀로 달려가게 두지는 않았으며, 모든 멤버들의 음색이 고루 녹아들었다. 길이가 5분에 가깝고 후주가 길어 강한 여운을 남겼는데, 이 곡을 끌고 오는 동안 무리하게 힘을 주거나 규모를 키우지 않아 편안하게 음악에 스밀 수 있었다. 이 곡이 음반 후반부에 배치되어 감정적 절정 역할을 한 덕에 음반이 구조적 완결성을 갖췄다. 개인적으로 아이돌 음반을 통째로 무한 반복한 것은 이 음반이 처음이었다.





여름 미니 "Sunny Summer": <여름여름해>

2018.07.19.


여름 미니 "Sunny Summer"(2018.07.19.)


익숙한 분위기의 <귀를 기울이면>을 제외하더라도, 데뷔 3년 반만에 벌써 네 번째 변화를 선택한 점은 꽤 놀라웠다. ‘격정아련’ 컨셉을 내세운 직후에 다른 컨셉을 들고 나왔고, 그 음반이 외전 격의 스페셜 음반인데다, 다소 전형적인 여름 음반이었다는 점은 여러모로 파격이었다. <핑거팁> - <여름비> - <밤>에 이어 또다시 <여름여름해>로 ‘실험’을 감행했다.


대중적 순위나 인지도와 별개로, 이 곡과 음반은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유행을 타지 않는 레트로 기반의 음악적 색깔과 가사, 독창적 색채, 스토리 텔링(서사)과 어쿠스틱한 감성(서정) 등이 여자친구 음악의 강점이었는데, <여름여름해>에 실린 전형적인 여름 음악의 단편적 장면과 감상은 이러한 장점들과 거리가 멀었다. 곡 구조와 관악 중심의 편곡 등 여러모로 <아이 스웨어 I Swear>(씨스타)를 빼다 박은 덕에 가수보다 '이단옆차기'가 부각되었으며, 멤버들의 이름을 넣는 데에 집중했는지 가사가 부자연스러웠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여름여름해~’를 흥얼거리기에는 2018년 여름이 너무 더웠다. 대체로 6개월 간격을 지키던 컴백이 <밤> 이후 80일로 줄어들면서 퀄리티가 대체로 하락했다는 비판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물론 스페셜 음반의 성격이 강하기에 이같은 혹평은 온당치 못하다고 할 수도 있다. 4월 30일 · 7월 19일 · 80일의 시간차, 그리고 뮤직비디오의 여러 장면에 특정한 의미가 숨겨졌을 가능성이 크다. 여자친구의 세계관과 쏘스뮤직의 큰그림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네가 그러고도 팬이 맞느냐고 항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이 ‘의도된 기획’이었어도 여전히 무리였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을 듯하다. 4월 말에 컴백해서 ‘1월 – 7월’의 루틴이 깨진 마당에 굳이 시간이 촉박한 7월을 고집할 이유도, 스페셜 음반임을 부각해 이미 대중적으로 소모된 스타일의 곡을 굳이 받을 이유도 없었다. 대형 기획사 소속의 일부 그룹이 아니면 대중적 흥행 없이 코어 팬덤으로만 버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데, 결과적으로 <여름여름해>의 곡 퀄리티는 대중을 사로잡지 못했다.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직 수행, 첫 단독 콘서트 및 아시아 투어, 80일만의 컴백 등 일정도 지나치게 빡빡했다. 세계관 설정과 작곡가의 이름값에 매몰된 감이 없지 않다.


다행히도 수록곡의 시도들이 파격의 정도에 비해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했다. 종전의 여자친구 색채와 트로피컬 분위기가 조화를 이룬 <베케이션 Vacation>, 독특한 분위기와 칩튠 · 음성 필터 · 신디사이저 등 실험적 요소들이 돋보인 <스위티 Sweety>, 역시 무난한 여름 신스 팝 <러브 인 디 에어 Love in the Air> 등 ‘전작의 그림자를 걷어내면’ 나쁘지 않은 곡들이 배치되어 있다. <바람에 날려> · <바람의 노래>의 ‘바람’ 시리즈를 잇고, 한국어 위주의 가사와 유려한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비람 바람 바람>은 단연 하이라이트.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며 여자친구의 팬덤 화력도 이전보다 상승했고, <밤>을 통한 신규 유입도 생겼기에 연간 5만장 이상을 판매하여 체면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작에서 도입한 ‘격정아련’ 컨셉과도 연계성이 떨어지고, 여자친구 내부적으로는 실험적이었지만 대중적으로는 새로울 것이 없었기에 좋게 표현하자면 ‘무난’했다.





정규 2집 "Time for Us": <해야>

2019.01.14.


정규 2집 "Time for Us"(2019.01.14.)

데뷔 4주년을 맞아 발매한 정규 2집은 크게 두 가지 색채로 분류된다. 활동곡 <해야>를 비롯해 <유 얼 낫 얼론 You Are Not Alone> · <온리 원 Only 1> · <겨울, 끝> · <어 스타리 스카이 A Starry Sky> · <러브 오 러브 Love Oh Love> · <메모리아 Memoria> 등은 종전의 여자친구 음악 색깔과 <밤>의 ‘격정아련’ 컨셉을 잇고, <기적을 넘어> · <글로우 Glow> · <비밀 이야기> · <트룰리 러브 Truly Love> · <보호색> 등은 <여름여름해>의 분위기와 해당 음반의 실험적 음악을 따른다. <밤>과 <여름여름해>를 잇는 미니 음반 두 장의 합본 혹은 확장판 같은 느낌이랄까.


파워청순 곡들도 마찬가지지만, 개인적으로 <밤>을 꽤 많이 좋아했다. 그 궤를 이은 <해야>도 개인적인 취향에는 맞았다. 조탁을 거친 노랫말, 특유의 서정성, 오르내림이 뚜렷한 멜로디 라인, 현악을 적극 활용한 몰입감 있는 전개, 파워청순의 칼각과 격정아련의 조화를 모두 갖춘 안무까지 장점이 많았다. 복잡하고 불안정하지만 깊어지는 감정을 다성(多聲)적으로 구현한 점, 보이지 않는 상대방을 해에 비유한 점에서 아련한 감성을 충실히 전달하는 가사가 눈에 띈다.


다만 <밤>에 비해 어딘가 투박한 전개와 단순한 멜로디 라인은 아쉬웠다. <밤>이 빠르지만 얌전한 각 절과 승부를 거는 후렴부로 구성되었다면, <해야>의 각 절은 얌전하다기보다는 꽤 발랄한 편에 속한다. ‘아냐 아냐’, ‘맞지 그런 거 맞지’ 부분은 특히 ‘엄지’와 ‘은하’의 귀여움이 강조되면서, 도입부의 아련한 멜로디와는 다른 진행을 보일 것 같았기에. ‘세상 모든 빛들이 쏟아진 거야’ 부분이 후렴부를 위한 ‘빌드업’이라기보다는 ‘급커브’로 느껴졌다. 곡 후반부 ‘신비’의 고음 애드립과 ‘은하’의 폭풍같은 마무리는 전율이 느껴졌지만, 이 화려한 마무리로 곡의 투박함을 상쇄하려는 듯 보인 점은 아쉬웠다. 후행 트랙이 ‘이기용배’의 노련미가 느껴지는 <유 얼 낫 얼론>이라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정규 2집 "Time for Us" 한정판


<유 얼 낫 얼론 You Are Not Alone><기적을 넘어>는 신디사이저를 사용하는 동시에 아련한 분위기를 어느 정도 유지하여 색채 전환의 가교 역할을 하지만, <기적을 넘어>는 보다 실험적이다. <러브 인 디 에어>(여자친구) · <라이언 하트>(소녀시대) · <비밀정원>(오마이걸)을 만든 ‘션 알렉산더’의 독특한 분위기, 곡의 중추를 이루는 랩 파트, 분량이 대폭 증가한 소원의 비중 등 많은 부분이 이전의 음악들과는 달라 이색적이다. 마찬가지로 해외 작곡진들이 참여한 틴팝 <글로우 Glow>, 하우스 구조를 도입하고 신스 리프를 승부수로 건 <비밀 이야기><트룰리 러브 Truly Love>, 진한 딥하우스 색채와 ‘엄지’ · ‘신비’의 저음이 돋보이는 <보호색> 등은 음반의 상승조를 이끈다.


<트룰리 러브><보호색> 사이의 <온리 원 Only 1>은 앨범 초반의 아련한 감성을 환기한다. 딥하우스 색채가 강했던 <보호색>은 이전 트로피컬 트랙들보다 한층 톤 다운되었고, 그 덕에 다소 어두운 <겨울, 끝>으로의 전환이 자연스러웠다. 가성을 섞은 보컬과 키보드 소리가 시린 감각을 형성한 <겨울, 끝>, 전작의 팬송 <별>을 연상케 하는 어쿠스틱 발라드 팬송 <어 스타리 스카이 A Starry Sky>, 초기 여자친구의 풋풋함을 연상케 하는 뉴잭스윙 장르의 <러브 오 러브 Love Oh Love>, 일본 싱글 1집의 활동곡을 번안한 <메모리아 Memoria>로 이어지며 ‘아련’의 틀을 유지한 채 음반이 마무리된다.


비교적 일관된 색채를 보였던 종전의 음반들에 비해, 상반된 두 색깔이 음반 내에 포진되어 있는 데에 대해서는 호불호의 여지가 존재했다. 그러나 타이틀곡 후보였던 곡들이 수록곡으로 들어오고, 실험적인 일렉트로니카 색채를 무리 없이 구현하며, <밤>과 <여름여름해>의 상반된 색채를 동시에 포용했다.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짧은 활동 기간과 드물어진 대외 활동은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이해할 수 있는 색채준수한 퀄리티의 결과물을 갖춰 아쉬움을 덜었다.





미니 7집 "Fever Season": <열대야>

2019.07.01.


미니 7집 "Fever Season"(2019.07.01.)


일본 활동 및 아시아 투어를 마친 여자친구는 다시 '1월 - 7월' 루틴에 맞춰 컴백했다. 정규 1집의 <물들어요> · <물꽃놀이> 등을 만든 작곡 팀 ‘오레오’가 처음으로 활동곡 프로듀싱을 맡았다. 오레오의 멤버 ‘이기’는 ‘가면라이더’ 소속의 ‘용배’와 함께 여자친구 활동곡을 7연속으로 만든 그 프로듀서였고, 그때문인지 <열대야>는 <여름여름해 2>의 길을 걷지는 않았다. 이미 대중적으로 많이 소비된 트로피컬 장르였으나, 그렇다고 <오늘부터 우리는>을 반복하거나 전혀 새로운 걸 시도할 상황도 아니었다. 여자친구는 이미 큰 변화를 여러 번 시도했고, 그 변화들로 인해 굴곡이 따랐다. 트로피컬 장르를 대중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나름 호재였다.


다만 시즌송의 특성과 여자친구의 색채는 <미스터 블루 Mr. Blue>가 더 뚜렷했다. 햇살 · 바다 · 파도를 중시하며 ‘꼭 사랑이란 게 다 빨갛진 않’다는 발상으로 접근했고, 트로피컬 사운드와 뉴 잭 스윙이 꽤 조화롭게 융화됐다. 미니 4집의 <바람의 노래>와 현악 반주가 유사한 데, <미스터 블루>는 작곡 팀 ‘13’의 작품이고 <바람의 노래>는 13 소속의 ‘메가톤 Megatone’(김병석)이 공동 작곡했다. 4번 트랙 <바라> 또한 미니 5집의 <두 손을 잡아>와 비슷한 리프를 갖췄는데, <바라>는 작곡 팀 ‘모스픽 MosPick’이 만들었고 <두 손을 잡아>는 모스픽 소속의 ‘퍼디 Ferdy’가 공동 작곡했다. 이쯤이면 팬들의 향수를 노린 전략적인 시도가 아닐까.


발랄하고 직설적인 태도가 부각된 틴 팝 <좋은 말 할 때>, 뉴 잭 스윙 장르의 레트로 팬송 <기대>, 탱고 풍의 팝 댄스 <플라워 Flower> 등 다양한 장르를 수록함으로써 여전히 음악적으로 게으르지 않음을 증명했다. <파라다이스 Paradise>는 그 정점이다. 펑키한 분위기의 애시드 재즈로, 세련된 사운드와 어쿠스틱 밴드의 연주가 돋보인다. 퓨전 재즈 장르들이 대체로 나른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데 반해, ‘늘 곁에 두고도 (진정한 행복은)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갖춰 곡의 깊이를 더했다. 시티 팝을 중심으로 부는 레트로 열풍에 맞춰 충분히 재조명받을 수 있는 곡.


이번 미니 7집 또한 (언제나 그랬듯) 활동곡으로 요약하기 힘든 정도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구축하고, 여름 음반의 색채 또한 잘 구현했다. 무대에서는 칼군무와 압도적 조화에서 살짝 벗어나 (비교적) 여유를 추구하면서 춤으로로 주목받던 멤버가 보컬로, 보컬로 주목받던 멤버가 춤으로 성장세를 증명하기도 했다. 음악 방송 6회 1위와 더불어 처음으로 초동 5만 장을 돌파하는 성과도 기록하며 팬덤의 화력을 가시적으로 입증했다. <열대야>의 차트 흥행이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면 여자친구의 행보 내에서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일본 진출과 활동

2018.05. ~


일본 베스트 1집 "今日から私たちは"(2018.05.23.)  /  일본 싱글 1집 "Memoria/夜"(2018.10.10.)


케이팝 그룹에게 일본 활동은 숙명인가보다. 데뷔 후 일본 음반이 없었던 여자친구도 3년 4개월만인 2018년 5월에 일본 데뷔 음반을 발매했다. 종전의 히트곡들을 한국어 · 일본어 버전으로 수록한 ‘베스트 음반’ 형식이었는데, <핑거팁>을 제외한 <유리구슬>부터 <귀를 기울이면>까지의 활동곡 5곡과 팬송 <트러스트 Trust>가 한일 양국어 버전으로 수록되었다. 일본에서 먼저 데뷔한 몇몇 케이스를 제외하면 케이팝 아이돌들이 한국 히트곡들을 일본어 버전으로 발표하는 것은 정석이지만, 주로 각 음반으로 나눠 내는 경우가 많았다. 데뷔 그룹이 ‘베스트’를 칭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아마 한국 활동과 일본 활동의 시간적 간격과 곡 발표 순서를 어느 정도 맞추기 위해 종전의 곡들을 당겨모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첫 오리지널 싱글은 2018년 10월에 발표됐다. 한국 정규 2집에 번안된 <메모리아 Memoria>와 <밤>을 번안한 <夜 요루>가 수록됐다. 싱글 2집은 한국 정규 2집 직후에 발매됐다. <해야>를 번안한 <선라이즈 Sunrise>가 홛동곡으로, 일본 오리지널 싱글인 <라팜팜 La Pam Pam>이 커플링곡으로 수록되었다. 한 달 만에 싱글 3집을 발매하고 <플라워 Flower>로 활동을 이어갔다.


국내 데뷔 1년 6개월 만에 정규 1집이 나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 진출 1년 6개월 만에 일본 정규 1집이 발표되었다. 신곡 4곡, 싱글 3장에 수록됐던 6곡, 음반에서만 들을 수 있는 팬송 1곡(번안)이 수록되었다. 공동 작곡 1곡을 포함하더라도 일본 작곡진이 참여한 곡은 4곡이며, 나머지는 한국 작곡진이 만든 점이 눈에 띈다.


일본 싱글 2집 "Sunrise"(2019.02.13.)  /  일본 싱글 3집 "Flower"(2019.03.13.)


해외에 진출한 한국 가수들의 음악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기존의 색채를 유지하거나, 현지화를 택하거나. 그런 관점에서 여자친구의 일본 음악은 전자에 해당하지만, 후자의 특성 또한 갖췄다. 여자친구가 해오던 음악이 동화적 감상과 현악에 기반을 뒀기 때문인지, ‘케이팝 음악에 일본어 가사를 얹었다’는 인상과는 멀어져 있다. 이는 ‘케이팝’이 장르적으로 논의될 때 힙합/랩 · 일렉트로니카/하우스 · 영어 가사 등이 필수 요소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친구의 음악은 처음부터 그 방향과 거리가 있었다.


여자친구는 일본에서 17곡을 발표(번안곡 9곡)했는데, 오리지널 신곡 8곡 중 5곡은 한국 프로듀서진이 담당(공동 포함)했다. 그것도 파워청순 컨셉을 담당한 ‘이기용배’, 격정아련을 만든 ‘노주환’ · ‘이원종’ 조합, 동화적인 곡들을 만든 그룹 ‘미오’, <미스터 블루>를 만든 프로듀싱 팀 ‘13’ 등 여자친구의 음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이들이었다. 게다가 여자친구의 일본 신곡들은 기존의 음악과 크게 멀지 않다. 곡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여자친구의 기존 음악을 참고하거나 이를 변주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여러모로 일본 음악에도 꽤 공을 들이고 있으며, 한국 음악과 일본 음악의 연계성을 유지하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 정규 1집 "Fallin' Light"(2019.11.13.)





총평



대형 기획사 위주의 인식이 퍼져 있다 보니 2010년대 중반부터의 걸그룹 체제가 ‘트·레·블’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 반열에서 빠뜨리면 안 될 두 그룹이 마마무와 여자친구이다. 대외적인 흥행, 음악적 내실과 독자적 색채, 개별 멤버들의 기량과 그룹으로서의 조합, 무대 위 퍼포먼스, 코어 팬덤 형성 등 어느 요소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언론 활용도가 덜하고, 대형 기획사만큼의 빵빵한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데다, 몇 번의 굵직한 변화 때문에 어느새 여자친구는 종종 과소평가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


여자친구의 상승세는 청순 컨셉의 득세와 직캠 역주행이라는 시기적 요소가 작용했지만, 여자친구의 음악은 어느새 그들만의 색깔을 갖췄다. 현 음악계의 시류라고 볼 수 있는 요소들 중 힙합이나 랩과는 거리가 멀고, 일렉트로니카/하우스는 부분적 시도에 가깝다. 그렇다고 ‘드림캐쳐’처럼 아무도 안 하던 장르는 또 아니라서, 여자친구의 음악적 색채가 다소 덜 분명해 보인다는 오해를 받는다.



그러나 막상 여자친구같은 음악이나 퍼포먼스를 하는 팀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 같다’는 평은 이해 가능하고 충분히 합리적이지만, ‘그래서 오리지널리티가 없다’는 평은 불합리하다. 기존에 없던 음악을 하는 케이팝 그룹이 어디에 있으며, 그래서 애니메이션 삽입곡이 연상되는 음악을 하는 케이팝 가수들 중 여자친구 이상으로 그 색채를 잘 보존 및 구현하는 팀은 또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다소 복고적인 여자친구의 음악적 색채가 트렌드에서 먼 것은 사실이다. 현 가요계가, 케이팝 음악이, 아이돌 판이 트렌드에 민감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여자친구가 지금까지의 색채를 버리고 갑자기 딥하우스 · 트랩 등등의 트렌드 일색으로 음반을 채워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유지하면 안일하다고, 변화하면 낯설다고, 말은 쉽다. ‘잘나간다는 사실’ 자체나 ‘신선함’만을 향유하던 사람들은 이미 다른 팀으로 고개를 돌렸을 것이니, 이런저런 외부의 말이나 급변하는 트렌드에 흔들리지 말고 지금까지의 색채를 잘 유지·발전 시켜주길 바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여자친구의 5년은 그 정도로 가볍지도, 헛되지도 않다.





여자친구  GFRIEND



2015.01.15. 한국 미니 1집 "Season of Glass" / <유리구슬 (Glass Bead)>

2015.07.23. 한국 미니 2집 "Flower Bud" / <오늘부터 우리는 (Me gustas tu)>

2016.01.25. 한국 미니 3집 "Snowflake" / <시간을 달려서 (Rough)>

2016.07.11. 한국 정규 1집 "LOL" / <너 그리고 나 (Navillera)>

2017.03.06. 한국 미니 4집 "The Awakening" / <Fingertip>

2017.08.01. 한국 미니 5집 "Parallel" / <귀를 기울이면 (Love Whisper)>

2017.09.13. 한국 미니 5집 리패키지 "Rainbow" / <여름비 (Summer Rain)>

2018.04.30. 한국 미니 6집 "Time for the Moon Night" / <밤 (Time for the Moon Night)>

2018.05.23. 일본 베스트 1집 "今日から私たちは" / <今日から私たちは>

2018.07.19. 한국 여름 미니 "Sunny Summer" / <여름여름해 (Sunny Summer)>

2018.10.10. 일본 싱글 1집 "Memoria/夜" / <Memoria>

2019.01.14. 한국 정규 2집 "Time for Us" / <해야 (Sunrise)>

2019.02.13. 일본 싱글 2집 "Sunrise" / <Sunrise>

2019.03.13. 일본 싱글 3집 "Flower" / <Flower>

2019.07.01. 한국 미니 7집 "Fever Season" / <열대야 (Fever)>

2019.11.13. 일본 정규 1집 "Fallin' Light" / <Fallin' Light (天使の梯子)>



맨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신비, 유주, 엄지, 소원, 예린, 은하


※ '여자친구'의 데뷔 5주년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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