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일하는 김에 놀러 다니기
일정 요약
8월 15일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 국립공원 (Triglav) / 보힌 (Bohinj) + 블레드 (Bled)
교통: 승용차
숙소: Hostel Tabor
일정: 블레드 호수 / 사비차 폭포 / (보힌 호수)
류블랴나에 도착한 후로 버스를 예매하려고 기차역 옆 정류장에 매일 어슬렁거렸지만, 티켓을 구매할 수는 없었다.
발권기에서 류블랴나를 출발지로 선택하면 나오는 목적지들을 보고 여행할 도시를 골라 볼 생각이었는데, 실패했다.
이틀 전, 블레드 호수 계획을 친구한테 말했더니, 친구가 차로 가면 같이 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아서 같이 가기로 했다.
대충 만든 일정은, 우선 류블랴나에서 출발해서 보힌 호수를 보고, 밥을 먹고, 블레드 호수에 내려서 구경하다가 혼자 버스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뭐 대단한 계획도 없이 그냥 “호수 좀 보고, 성 좀 보고, 풍경 좀 보고 오자” 수준이었다.
호수에 떠있는 섬에 들어가려면 20유로를 내야 하고, 한 시간 내로 돌아와야 해서, 당연하게도 그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결혼식 할 것도 아니니까.
조식 빵이 너무 별로라 싸구려 시리얼을 퍼다 먹었다. 역시 싸구려 설탕맛이 최고다.
그리고 바로 기차역에 가서 일요일에 갈 크로아티아 리예카 티켓도 미리 샀다.
10시가 조금 넘어 친구 차를 타고 보힌 호수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보힌 호수 뒤쪽에 있는 트리글라브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사비차 폭포를 먼저 가기로 했는데, 블레드 근처부터 엄청 막혔다. 100km 거리를 거의 세 시간 걸려 도착했다.
뭔지도 모르고 따라가서 입장료를 내고 20분 정도 산을 올라갔다.
오스트리아에서 산을 많이 타서 그런지 이번엔 가볍게 올라갔다.
폭포는 여느 유럽의 폭포답게 아담했지만 사기 수준은 아니었고, 그래도 폭포가 트리글라브 산맥이랑 어우러진 게 보기 좋았다.
내려와서야 이름이 사비차 폭포인 걸 알았고, 호스텔에 돌아와서야 그곳이 트리글라브 국립공원에 속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친구네가 가본 적은 없지만 후기가 좋은 식당을 시도해 보자며 보힌 호수 근처의 식당으로 갔다.
식당의 경치가 좋았다.
뒤로는 트리글라브 산이 보이고, 그 앞으로는 보힌 호수가 보인다.
밥을 먹을 때는 뒤돌아 앉아있어서 그 풍경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근데 나는 사진 한 장만 찍고 등지고 앉아서 밥만 먹었다.
어차피 보힌 호수를 갈 거니깐.
그러나 시간이 예상보다 늦어져 결국 보힌 호수는 패스하고 블레드로 향했다.
블레드로 돌아가는 길이 아직도 막힌다.
블레드 성에서 내려서 혼자 한 시간 정도 구경을 하고, 만나서 같이 차로 돌아가기로 했다.
성을 구경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이상할 정도로 피곤해졌다.
맨날 힘들게 돌아다니다 편하게 여유롭게 돌아다니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블레드 성으로 들어가서 경치가 보일만한 시야가 탁 트인 곳을 찾다가 실패했다.
더 안으로 들어가려면 티켓을 사라길래 그냥 나와서 호숫가로 내려왔다.
내려가던 길에 교회가 있어서 들렀다.
호숫가는 나쁘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본 느낌은 아쉽게도 거의 없었다.
호수를 오른쪽으로 반바퀴 돌며 산책했는데, 전부 역광이고 햇빛이 호수에 심하게 반사된다.
사진을 찍으면 전부 다 어둡거나 뿌옇다. 눈에 담기도 쉽지 않았다.
왼쪽으로 돌면 섬이 잘 보일까 싶었는데, 죄다 나무에 가려서 결국 포기하고 돌아왔다.
계속해서 돌았으면 가운데 섬과 교회가 좀 더 잘 보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지만, 이래저래 반사광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역시 반나절 이상을 있으면서 돌아다녀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 같다.
이래저래 슬로베니아를 다시 갈 이유가 생겼다.
유명한 카페에서 다 같이 Kremna Rezina를 맛보고, 차를 타고 류블랴나로 돌아왔다.
오후 7시쯤 호스텔에 돌아와 주말 계획을 세웠다.
원래는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Trieste), 슬로베니아 피란 (Piran), 크로아티아 로빈 (Robinj)까지 가려고 했는데, 버스 노선이 문제였다.
이틀 남았는데, 세 도시를 연결해 주는 교통편이 없어서, 다 가려면 3일이 필요했다.
트리에스테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류블랴나 다음으로 가보고 싶은 도시였고, 나머지는 주입식 교육의 산물인 아드리아해를 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류블랴나에서 가까운 여러 나라를 돌아보고 싶어서 크로아티아를 넣었는데, 로빈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매진이었고, 차선책이던 풀라 (Pula)는 왕복 100유로에 편도 4시간이라 포기했다.
티켓을 미리 알아보고 샀어야 했는데, 출발 전에는 늑장 부리고, 잘츠부르크에서는 매일 싸돌아다니다가 뻗어버려서 못했다.
이것저것 계속 찾다가 우연히 슬로베니아 철도 사이트에서 류블랴나-리예카 왕복 티켓이 18유로라는 정보를 발견했고, 아침에 무작정 기차역으로 가서 표를 산 것이다.
문제는 피란과 트리에스테였다.
어찌저찌 찾아낸 방법은, 류블랴나에서 트리에스테까지는 Itabus로, 거기서 4시간 정도 구경하고, 다시 포르토로즈 (Portoroz)까지 Flixbus로 이동하는 것이다.
포르토로즈부터는 동네 버스로 갈아타고 피란까지 들어가는 방식이다.
동네 버스라 시간표, 가격, 정보가 전부 애매하다.
슬로베니아에 이틀 있어본 결과, 사람들이 영어를 꽤 잘해서 그냥 모험을 하기로 했다.
피란에서는 4시간 정도 머무를 수 있는데, 부족할 것 같았다.
그래서 Koper까지 동네 버스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마지막 버스를 타고 류블랴나로 돌아오는 미아 되기 딱 좋은 계획을 세웠다.
월요일 오전에는 무조건 비엔나로 가야 해서, 미아가 될 확률까지 계산해 피란과 트리에스테를 토요일로 결정했다 (어차피 토요일 요금이 1/3 가격이었다).
도시별 세부 계획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고 잠들었다.
류블랴나 기차역 옆 버스 정류장에는 매표소가 없다.
Flixbus의 매표소는 있지만 다른 버스들의 매표소는 있어도 뭐 제대로 사용하기가 힘들고 어렵다.
티켓 발권기 같은 키오스크 따위는 없다.
공식 사이트에서 결제하거나 아니면 버스 기사에게 직접 구매하는 방법밖에 없다.
아니면 매표소에서 직원이랑 손짓발짓을 하던지.
https://www.ap-ljubljana.si/en
위 사이트에 들어가면 시간표와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국내선 한정, 2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누가 차를 태워주면, 돈을 내는 게 아닌 이상 태워주는 사람의 결정에 따르자.
싫으면 혼자 다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