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계 기득권의 완성
20세기 초, 음악계는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1874~1951)를 중심으로 한 12음 기법과 조성 탈피라는 혁신적 전환을 맞이했다. 이러한 음악적 변화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새로운 권력 구조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쇤베르크는 독창적인 이론과 작품을 선보였지만, 일부 제자와 지지자들에 의해 독점적 영향력과 권위가 부각되었고, 이는 음악계 내부에서 새로운 기득권 형성으로 이어졌다.
12음 체계는 단순한 작곡 기법을 넘어, 학문적, 이론적 정당화를 통해 ‘진정한 예술 정신’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이를 따르는 것은 예술적 필연성과 고귀한 미학적 기준을 존중한다는 신호로 간주되었고, 쇤베르크와 그의 제자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권위를 부여받는 듯한 사회적 인식을 형성했다. 결과적으로 이 권위는 새로운 세대와 학계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적 힘의 일부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같은 사상가들이 이론적 지지를 제공했다. 아도르노는 12음 체계를 단순한 작곡 규범이 아니라 문화적 우월성의 상징으로 해석하며, 전통적인 조성 음악을 비판하고 쇤베르크 체계를 현대음악의 기준과 권위로 이론적으로 정당화했다. 이를 쇤베르크를 따르는 일부 작곡가들에게 단순한 창작 능력을 넘어선 철학적, 학문적 권위를 부여했으나, 아도르노 자신은 실제 작곡 실력보다는 비평적, 철학적 논리로 권위를 행사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로 제2빈 악파의 핵심 구성원인 쇤베르크, 베베른, 베르크가 이러한 권위주의적 주장을 스스로 펼친 사례는 거의 없다.
문제는 쇤베르크 체계와 일부 제자들의 권위가 혁신과 다양성을 장려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방식과 해석만이 옳다는 배타적 사고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후속 세대 작곡가와 연주자에게 상당한 제약을 주었고, 음악적 경쟁보다는 체계에 순응하는 능력이 우선시되는 폐쇄적 환경을 만들어냈다. 이 구조는 제도권과 학계 네트워크를 통해 반복적으로 강화되며, 신진 음악가가 창의적 시도를 펼칠 공간을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학문적 카르텔의 근간이 되었다.
20세기 중반, 독일 다름슈타트 하계 현대음악 강좌를 중심으로 한 총렬주의(Serialism)는 쇤베르크 이후 형성된 12음 기법의 권위와 기득권 구조를 더 강력하게 제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피에르 불레즈,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 루이지 노노, 루치아노 베리오 등은 단순한 음악적 혁신을 넘어, '우리만이 현대음악의 정통'이라는 배타적 태도를 앞세워 새로운 기득권을 구축했다.
다름슈타트는 겉보기에는 다양한 음악적 경향을 수용하는 장이었으나, 실제로는 총렬주의 옹호자들이 학파 중심 권력을 장악하며 경쟁자와 다른 시도를 제한하는 구조를 보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작품과 체계만이 현대음악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음악가의 공연 기회와 페스티벌 참여를 제한했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루이지 노노는 존 케이지의 강연 참석을 권하지 않거나, 그의 음악적 접근을 비판한 사례가 있으며, 이는 총렬주의 세력 내 배타적 통제 전략의 일면을 보여준다.
총렬주의 기득권 구조는 대학, 앙상블, 페스티벌 등 현대음악의 핵심 기관에서도 반복되었다.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환경 속에서도, 협력은 종종 인맥 장사로 변질되었고, 신진 음악가가 독립적으로 성장할 공간은 제한됐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학문적 논쟁이 아니라, 경제적, 제도적 권력의 집중으로 이어졌다. 다른 음악가와 연주자의 자율성과 창의력은 구조적으로 억압되었고, 제도와 페스티벌은 현대음악 내 권력과 세대 간 영향력의 되물림을 위해 존재하게 되었다.
루이지 노노와 존 케이지의 충돌은 현대음악계 기득권이 배타적 통제와 권력 남용을 구조적으로 실현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노노는 총렬주의 핵심 세력 중 한 명으로서, '우리 체계만이 올바르다'라는 독점적 사고를 강화했고, 이는 단순한 학문적 논쟁을 넘어 다른 음악가의 활동과 공연 기회를 실제로 제한하는 힘으로 작동했다. 물론 노노 또한 말년에 케이지가 옳았다고 회고록을 남겼다.
노노, 불레즈, 슈톡하우젠, 베리오 등은 륄리와 바그너가 구축했던 개인 독점 모델을 20세기형 제도와 페스티벌로 이식하여 기득권을 영속화했다. 그 결과, 현대음악계에서는 신진 음악가와 실험적 창작이 구조적으로 억제되며, 다양성과 혁신을 제한하는 제도적 배타적 권력 구조가 형성되었다.
현대음악계는 쇤베르크의 이론적 독점과 다름슈타트의 제도화를 거치면서, 경쟁과 협력이라는 명목 하에 형성된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기득권 구조로 특징지어진다. 대학, 페스티벌, 앙상블 등 주요 기관은 단순히 음악적 능력을 평가하는 장이 아니라, 기득권 내부 네트워크와 영향력을 재생산하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구조는 다양한 층위에서 신진 음악가와 외부 창작자를 배제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첫째, 대학과 페스티벌 심사위원들은 자신과 친밀한 제자나 동조 세력에게 연주 기회를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 겉으로는 경쟁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협력이 인맥과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심사 과정에서 음악적 능력뿐 아니라 기득권 내부 네트워크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며, 외부와 독립적 창작자가 설 자리가 좁아지는 환경을 만든다.
둘째, 현대음악계의 폐쇄성은 연주 기회의 집중과 자료 독점으로 나타난다. 악보의 오류나 수정 사항은 연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일부 기득권 단체(Ensemble Intercontemporaine)는 이러한 자료를 내부에서만 보유하고 외부 연주자의 접근을 제한한다(현재진행형). 반면, 클랑포룸 빈(Klangforum Wien)과 같은 단체는 자료를 공개하며 후속 연주자들을 지원한다.
악보나 연주 자료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내부에서만 공유되는 상황은, 동일한 곡을 외부 연주자가 연주하기 어렵게 만들며, 현대음악 작품이 단순히 창작자에 의존하지 않고 기득권이 통제하는 구조 속에서만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는 현실적 한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은 륄리가 궁정 후원을 독점했던 것과 유사하며, 21세기형 문화 자본의 독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연구 자료가 제한된 환경에서 폐쇄적 태도가 지속되면, 넘쳐나는 작곡가와 작품 속에서 특정 곡이 단 한 번만 연주되거나 사라질 위험이 있으며, 이는 마치 합스부르크 왕가의 오페라처럼, 특정 행사에서 단 한 번만 연주되고 짧게 기록만 남는 상황과 비교될 수 있다.
셋째, 현대음악의 폐쇄적 구조는 경제적, 제도적 권력과 결합된다. 후원금, 지원금, 연주 기회, 심사권 등 핵심 자원이 기득권 내부에 집중되며, 외부 음악가는 이러한 자원에 접근하기 어렵다. 신진 음악가와 독립적 창작자는 연주 기회, 지원금, 인지도를 얻기 위해 기존 기득권의 허락과 네트워크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현대음악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권력과 인맥의 구조적 고착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현대음악의 폐쇄성은, 권력과 네트워크가 창작과 연주를 좌우하는 패턴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대음악계의 기득권 구조는 단순한 학문적 권위나 심사 과정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적 권력과 결합하여 지속적인 생태계를 형성한다. 연주 기회, 후원금, 지원금, 페스티벌 참가 등 핵심 자원은 기득권 내부에서 집중 관리되며, 이를 통해 음악계 전체를 통제할 수 있다.
핵심 특징은 재정적 자원의 집중이다. 정부, 기업, 문화재단 등의 지원금은 대부분 기존 기득권 중심으로 배분되며, 신진 음악가나 외부 창작자는 접근이 어렵다. 대학 교수, 유명 연주자, 지휘자들은 재원을 통제하고 자신의 제자 및 동조 세력에게 연주 기회를 집중시킨다. 결과적으로 능력과 창의성보다 인맥과 기득권 중심 구조가 우선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또한 기득권층은 연주 기회를 독점함으로써 경제적 자원과 권력을 한층 강화한다. 대학, 페스티벌, 앙상블 등 현대음악의 주요 무대는 기득권 내부의 연주자와 작곡가 중심으로 운영되며, 외부 연주자는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더라도 구조적 장벽 때문에 진입이 어렵다.
예를 들어, 작은 앙상블이 연주를 기획하고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심사 과정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 전문가들은 대부분 대학 교수나 현직 연주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학의 작곡 교수는 자신의 작품을 연주할 앙상블에, 지휘 교수가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앙상블에 지원금을 집중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 연주자들 역시 '우리를 지원해주면 당신들의 곡을 연주하겠다'라는 식으로 인맥을 활용한 물밑 거래를 벌인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앙상블이 지원을 받으면 기존 기득권층이 받을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들은 새로운 단체의 지원을 피하려 한다.
해외 (현대)음악계에서는 국가별, 언어권별로 형성된 카르텔이 존재한다. 독일의 경우, 구 공산권 출신과 구 소련권 러시아어권 출신이 각각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활동 기회를 공유하고 통제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합스부르크 왕조와 스페인 압스부르크 왕조의 역사적 연계로 인해, 멕시코를 포함한 범 스페인어권 카르텔이 형성되기도 한다. 스페인 단독으로는 영향력이 제한적이어서, 이베리아 반도와 중남미 국가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페스티벌 연주 기회와 지휘자, 연주자 배치까지 출신국 중심으로 통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체계는 해당 지역에서 이미 기득권에 안착한 인물들이 주도하며, 지원금과 재정적 자원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본의 경우 초기에는 다양한 국적의 참여자가 포함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일본 출신 중심으로 구조가 고착된다. 한국인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해외 단체의 대부분도 한국인 중심으로 구성되며, 초기 1~2년간은 지원금을 받기 쉽지만, 이후에는 현지 카르텔 네트워크 없이는 지속적인 운영이 어려워 활동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경우, 자체 자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외부 의존도가 낮지만, 연주와 운영, 청중까지 모두 중국인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동아시아계의 일부 성공 사례에서는 배우자가 현지 교수나 기득권층과 연계되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특정 국가와 언어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가 권력과 자원을 장악하며, 신진 음악가나 외부 참여자는 이러한 구조적 장벽 속에서 제한적인 기회만을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대음악 기득권 생태계는 경제적 자원, 연주 기회, 정보 독점, 제도적 권력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구조화되며, 폐쇄성과 반복적 권력 재생산을 통해 권력과 인맥이 창작과 연주를 좌우하는 구조를 고착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