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일하는 김에 놀러 다니기
이 여행의 목적은 단순하다.
최대한 싸게
최대한 많이
최대한 알차게
가진 것: (약간만) 멀쩡한 두 다리, 지지리 궁상, 교회·박물관·미술관·묘지·음악가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집착
없는 것: 돈, 휴식, 음식 정보
2024년 11월, Klangforum Wien에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연주를 같이하자는 연락을 받았고, 당연하다는 듯 수락했다.
그렇게 시작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일하는 김에 (거의 남의 돈으로) 놀러 다니기 프로젝트.”
2025년 7월 26일부터 8월 25일까지, 정확히 31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오스트리아 비엔나, 이 세 곳이 이번 여행의 베이스였다.
대략적인 일정은:
7월 26일 파리에서 잘츠부르크로 이동
7월 27일 ~ 8월 12일 잘츠부르크 생활 (리허설, 연주, 잘츠캄머굿 Salzkammergut 탐방)
8월 13일 ~ 18일 류블랴나에서 휴식 (블레드 Bled, 트리에스테 Trieste, 피란 Piran, 리예카 Rijeka…)
8월 19일 ~ 20일 비엔나에서 박물관 투어
8월 21일 ~ 24일 다시 잘츠부르크 복귀 (연주, 페스티벌 구경, 잘츠부르크 주 탐방)
8월 25일 잘츠부르크에서 파리로 이동
누구한테는 꿀팁, 누구한테는 편법으로 보일 수 있다.
단돈 1센트라도 싸게 놀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 여행, 그 결과 숙박, 교통, 입장료는 총 150유로.
전체 일정은 7월 26일부터 8월 25일까지, 정확히 31일이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일정은 7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그리고 8월 21일부터 24일까지였다.
리허설은 7월 27일부터 시작되고, 공연은 8월 8일, 12일, 21일, 24일에 있었다.
그래서 페스티벌 측에서는 이 두 기간 동안만 숙소를 제공했다.
즉, 8월 13일부터 20일까지는 내가 알아서 머물 곳을 찾아야 했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처럼 비엔나나 그라츠처럼 오스트리아 내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나처럼 불쌍하게 파리에서 살고 있는 경우엔 문제가 조금 복잡해진다.
Klangforum Wien 측에서 잘츠부르크로 오가는 교통편 두 번을 제공해 주지만, 리허설이나 공연 3시간 전에는 반드시 도착해야 하는 것이 페스티벌 규칙이다.
그래서 중간에 파리로 돌아가면 이동만으로 총 3일을 허비하게 된다.
당일 도착하는 첫 기차를 타도 3시간 전 도착은 어렵다.
비행기를 타면 새벽 4시에 출발해 파리-뮌헨 비행기를 타고, 뮌헨에서 기차로 잘츠부르크로 이동해야 한다.
비행기나 기차가 늦으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결국 하루 전날 기차를 타고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하루 전날 도착하면 당연하게도 숙소가 필요하다.
돈 없는 그지 음대생인 나는 최대한 저렴한 숙소를 찾아야 했다.
독방은 사치, 조식도 사치. 결론은 도미토리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망할 악기와 31일 치 짐이 함께였다.
파리바게트의 비자 연장과 학교 등록이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상황에 언제 어떤 서류를 요구할지 몰라, 노트북까지 챙겨야 했기 때문에 짐 보관이 최우선이었다. 여기는 유럽이다. 뭐든 털린다.
잘츠부르크의 호텔 가격은 관광지 기준으로도 비싸다. 게다가 페스티벌 기간과 방학 시즌까지 겹쳐 어디 산골짜기 호텔이 최소 70유로 이상.
독방은 포기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돈 없는 그지 음대생이다.
평소에 독일과 주변국 대도시에서 자주 이용하는 A&O Hostel을 선택했다.
하루만 도미토리에 들어가 악기를 끌어안고, 짐은 머리맡에 두고 자는 전략이다.
Booking.com에서 최저가를 보고 있던 찰나, Agoda에서 더 저렴하게 나오는 바람에 바로 결제했다.
기차 표도 7월 26일 출발·도착으로 바로 끊었다.
그리고 5일 후, Klangforum에서 연락이 왔다.
“하루 전날 도착해도 괜찮고, 너 한 명 하루 더 재워줄 방이 있으니 전체 기간 동안 묵을 숙소로 바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젠장, 최저가 38유로짜리 무료 취소 불가 방인데.
밑져야 본전이니 아고다에 연락은 해보았지만 거절당했다.
이제 비어 있는 8일을 채울 계획을 세워야 했다.
최우선 목적지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였다.
독일 생활 때부터 가보고 싶었지만, 저가항공도 없고 기차로는 시간도 오래 걸려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곳이다.
비엔나에 살 때는 기차나 버스나 둘 다 5시간 반이나 걸리니까 나중에 가야지 했던 곳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스트리아에 다시 왔으니 작정하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친구가 류블랴나에 살고 있었다.
2024년 10월 말 졸업시험 후 파리로 이사하기 전까지 잘 사용했던 Bundesmuseencard의 유효기간이 남아있어서, 남은 3일은 비엔나에서 미술관·박물관 투어로 계획했다.
대충 이 정도 얼렁뚱땅 계획만 세운 채,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리허설이 매일 있는 것은 아니고, 중간에 쉬는 날도 많았기 때문에 자세한 일정은 도착해서 찾아보고 정하기로 했다.
잘츠부르크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은 2년 전에 갔었던 볼프강 호수와, 당시 못 갔던 독일의 베르히테스가덴 두 곳이었다.
독일과 연결되는 루트라면 Deutsche Bahn(독일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예: 파리-독일 구간은 파리–만하임/카를스루에/슈투트가르트/프랑크푸르트 구간에서 TGV(프랑스 기차)나 ICE(독일 기차).
뮌헨–잘츠부르크는 ICE, BRB(독일 지역 기차), RJX(오스트리아 기차).
이 모든 구간을 Deutsche Bahn 한 군데에서 한 티켓으로 구매 가능.
절대 구간별로 조각조각 사지 말 것. 가끔 조각조각이 더 싼 경우가 있는데, 여행 초고수 혹은 기차 덕후가 아니면 시도 금지.
대부분의 기차 회사는 국가 경계 2회 이상 넘는 티켓 발권이 불가능하므로, 이 경우엔 Deutsche Bahn을 이용해야 한다 (독일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각각 1회 - 프랑스-독일, 독일-오스트리아 O). ÖBB(오스트리아 철도) 이용 시 (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 X)
반드시 하나의 연결 티켓으로 예매해야 문제가 생겼을 때 보상 및 환불이 가능하다.
Westbahn 주의: 뮌헨–잘츠부르크 구간에서 저렴한 Westbahn도 있지만, 독일/오스트리아 철도와는 완전히 별개 회사라 연착·환승 시 보상이 전혀 없다.
예 1: 파리-만하임 (TGV) + 만하임-뮌헨 (ICE) + 뮌헨-잘츠부르크 (BRB)를 Deutsche Bahn에서 한 티켓으로 구매
예 2: 파리-만하임 (TGV)를 Deutsche Bahn에서 구매 + 만하임-뮌헨 (ICE) + 뮌헨-잘츠부르크 (RJX)를 Deutsche Bahn에서 구매
예 3: 파리-만하임 (TGV)를 SNCF (프랑스 철도)에서 구매 + 만하임-뮌헨 (ICE)를 Deutsche Bahn에서 구매 + 뮌헨-잘츠부르크를 Westbahn에서 구매
예 4: 파리-만하임 (TGV/ICE)를 Deutsche Bahn에서 구매 + 만하임-뮌헨 + 뮌헨-잘츠부르크를 ÖBB에서 구매
등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예 1이 가장 안전, 예 2, 예 4는 경우에 따라 가장 저렴할 수도 있지만 환승, 연착 보상 안됨, 예 3은 제일 멍청한 방법 (싸지도 않고 보상도 없고)
독일 기차를 자주 이용하여 총 티켓값이 80유로 이상이라면 BahnCard는 필수.
BahnCard 25 → 티켓값의 25% 할인
BahnCard 50 → 일반 티켓 50% 할인 / 할인 티켓은 25% 할인
BahnCard 100 → 무제한 이용 (이거 쓰는 사람 있으면 무조건 친구 만들기)
돈 없는 그지 음대생은 항상 미리 예매한 할인 티켓을 사므로, BahnCard 25가 최적.
추천
3개월 이상 체류: 일반 BahnCard 25
3개월 미만 체류: Probe BahnCard 25 (테스트용) – 19.90유로, 3개월 사용 가능
반드시 (구매 직후) 해지해야 1년 자동 갱신을 피할 수 있다.
BahnCard는 구매 시점이 아니라 티켓 유효일에만 유효하면 된다.
예: 5월에 티켓을 사더라도, 출발일인 7월 26일을 Bahncard 시작일로 선택해 구매 가능.
Booking.com, Agoda가 최저가 검색에 가장 안정적이다.
반드시 무료 취소 가능 방을 선택하자.
같은 방이라도 2유로 정도 비싸지만, 일정 변경·취소 시 훨씬 유리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시크릿 모드 예약, 쿠키 삭제" 팁은 이 두 사이트에서 최저가의 경우 사실상 효과 없다.
가격: 99유로 / 1년권
비엔나 주요 박물관을 1년 동안 무제한 방문 가능.
개별 티켓을 따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
상세 방문기는 이후 일정에서 다룰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