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간의 인도여행을 마치며
2023년 10월 15일 인도에 입국했고 12월 24일 인도를 떠나 몰디브로 간다.
70여 일간의 인도여행... 기간이 길다 보니 우울증 약이 중간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세계여행을 나와 처음으로 해외에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은 나라가 인도다. 인도에서는 총 두 번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다. 11월 14일에 델리에서 한번 그리고 12월 21일 벵갈루루에서 한번.
델리에서 방문했던 병원은 국립병원이라 그런지 진료비가 무료였다. 외국인에게도 해당되는구나 신기하다. 약값만 30알에 150루피(2,500원) 나왔다.
그냥 약만 처방해 달라고 말하기 좀 그래서 나름 열심히 진료를 받았다. 생각보다 문진시간이 길었다. 최소 30분은 이야기한 것 같다. 영어로 대화해야 했서 100%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좀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선생님의 한 질문에는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동물병원에서 일을 하고 싶나요?"
처음으로 들어보는 질문. 내가 나에게도 하지 않았던 질문. 애써 그냥 외면만 했던 질문을 정통으로 맞았다.
"....... 어..... 아직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도 내가 눈물을 참는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상담 마지막쯤에는 음주량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한국말로 "맥주? 소주?"라고 말하셔서 살짝 웃었다.
2025년 1월 1일에 딱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다. 그리고 아직도 사실 한국에 돌아가면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정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한국에 돌아가면...'이라고 시작하는 질문을 받으니까 머리가 멍해졌다. 심지어 내가 죽을 것 같아 뛰쳐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서 일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셨다. 대답하지 못한 나의 속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싫었다면 그냥 "아니요. 다시는 같은 일을 하기는 싫어요"라고 대답하면 끝인데 나는 왜 울컥했을까?
사실 나도 알고 있다.
나는 임상수의사로 동물을 치료하는 일을 사랑했다. 그렇지만 나에게 버거운 일이었다. 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미련이 남았나 보다. 그래서 바로 대답이 안 나왔다. 아... 미련이구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미련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천천히 생각을 해봐야겠다.
벵갈루루에서 방문한 병원은 대학병원이었는데 초진의 경우 카드를 발급해 주면서 400루피(6,500원)를 냈다. 약값은 60알에 340루피(5,500원) 나왔다. 대학병원 치고는 참 저렴하구나 싶었다. 여기서는 따로 길게 상담은 하지 않았고 델리에서 받은 진료기록을 보여드리고 약만 처방받았다.
하루에 한 알씩 먹으면 2개월 동안 복용할 수 있다.
사실 인도여행 막바지쯤 한국으로 돌아갈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힘들었다. 사실 아직도 확실히 결정하지는 못했다. 지금 여행이 힘들다면 한국으로 돌아는 것이 어찌 보면 간단한데 이게 나에게는 너무 복잡한 문제다. 한국에 돌아가서 정신과 진료도 받고 상담도 받고 운동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아프신 할머니 집으로 다시? 불편한 부모님 집으로? 그렇다고 집을 구하는 것이 간단한 일도 아니고... 나에게는 한국에 마음 편한 보금자리가 없다. 그래서 쉽게 결정하지 못한 것 같다. 아... 좀 서글프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살다 보니 내 마음이 편할 수 있는 보금자리의 중요성에 대해 더 절실히 알게 되었다.
일단 두 달치 약이 있으니 다음 나라에서 결정해야겠다.
인도여행 다음 나라는 몰디브다. 그다음 나라는 스리랑카인데 스리랑카로 갈지 한국으로 갈지 다른 다라로 갈지 몰디브에서 고민 좀 해봐야겠다.
일단 몰디브여행하며 생각하기로 하자. 오랜만에 바닷속에 들어가서 생각하자. 아니야 생각을 비워내자. 그럼 뭔가 떠오르겠지. 하고 싶은 대로 하자.
몰디브에 가면 매일 바다를 보겠다. 그리고 매일 조깅을 짧게라도 하겠다.
매일 바다에 가고 매일 조깅하기! 몰디브에서 이것만 기억하자! 이제 허리도 많이 좋아졌겠다. 가볍게 뛰는 것부터 해보자!!! 머리가 복잡할 때는 역시 몸을 움직여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