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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시 레터 Mar 28. 2022

커피 선물가격 C price란?

최근 2년간 급격하게 오른 ICE 커피선물가격 변동그래프.


지수가격이란?

영어권 뉴스에서 말하는 ‘커피가격’이란 대개 C-price라고 부르는 커피선물의 거래소 가격일 때가 많습니다. 실제 가격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지수(Index)죠. 지수가격은 전세계 커피거래의 상황과 추이를 살필 때 유용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는 가격은 아니어서, 시장참여자들은 종종 그 실제적인 의미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지수란 무엇일까요?


일단, 대표적인 지수로는 주가 지수를 꼽을 수 있죠. 예를 들어, 미국 경제를 말할 때 우리는 S&P500과 NASDAQ의 지수부터 찾아봅니다. 엄밀히 말하면 주가는 경제를 구성하는 일부이지만, 그 거래가격으로부터 만들어진 지수가 일정한 대표성을 띈다고 보는 것이죠. 이 때,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무수히 많은 상장기업들의 주식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한 눈에 파악하긴 쉽지 않지만, 지수가격을 통해 직관적인 이해와 표현이 가능합니다.


한편, 지수는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기준과 합성방법을 사용합니다. 앞서 스탠다드앤푸어스의 S&P500은 시가총액 상위 500개의 미국 상장기업 주식거래를 추적합니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이 전체 상장규모의 80%를 차지하므로, 미국 경제에 대한 대표성을 띈다고 인정하는 것이죠. 물론 다른 지수도 있습니다. 뉴욕거래소 전체를 나타내는 NYSE종합지수도 있고, 30개 우량회사만 합성한 다우존스 산업지수도 있습니다.


커피의 지수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계의 모든 거래가격을 하나하나 모아서 나열하면 우리가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대표성을 띄는 거래소의 가격으로 표시하게 됩니다. 영어권 뉴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지수가격은 ICE 선물거래 가격입니다. Intercontinental Exchange는 국제금융 및 선물거래소이자, 그 자체로 상장사(공기업)이기도 합니다(NYSE:ICE). 이 국제교역소는 선물거래를 담보하기 위해 인증창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22/2/24업데이트, stock report).


미국시장 선물거래(ICE)가 충분히 대표성을 띄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커피거래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거래가격이 실거래와 일정부분 괴리되어 있다는 문제도 있고, 커피산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금융시장의 요인이라던가, 특정한 의도를 가진 투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43개 수출국을 대표하는 국제커피기구(ICO)는 독자적인 커피지수를 합성하여 대표성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ICO의 indicator prices는 기본적으로 유럽(프랑스, 독일)과 미국의 거래소 가격에 기반하며, 콜롬비아 마일드(12%), 그 외 마일드(21%), 브라질 내추럴(30%), 로부스타(37%) 총 네 가지 상품의 거래가격을 비중에 따라 합성합니다.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해 합성규칙은 2~3년 주기로 조정됩니다. 지시가격 합성규칙은 2019년 10월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되었습니다(sc-106e).




선물거래의 기본적 기능

국제교역에서 커피는 상품(soft commodity)으로 거래되며, 주로 선물(future)거래가격으로 표시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상품의 선물거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품이란 뭘까요? 커피는 왜 선물가격으로 표시할까요?


농산물은 생산과 거래에 있어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을 가집니다. 하나는 수확할 때까지 정확한 가격과 상황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로 생산을 못할 수도 있고, 좋은 날씨 덕택에 많은 소출을 거뒀지만 시장에 공급이 범람하면서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일년 내내 자원을 투입하여 한 번의 거래로 일년치 소득을 얻는 생산자 입장에서 이는 상당한 위험입니다. 미래의 가격을 정해 미리 계약하는 선물(future) 거래가 탄생한 이유죠.


두 번째 특징은 대체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라는 점입니다. commodity는 쉽게 원자재라는 일상용어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제품과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제품과 달리, 상품은 일정한 규격을 만족하면 전세계 어디서 생산되었건 동일한 재화로 취급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제품입니다. 애플의 스마트폰과 삼성의 스마트폰은 서로 다른 제품이죠.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부품과 성능으로 생산했다 하더라도, 두 제품은 서로 다른 가격으로 거래됩니다. 제품의 가격은 제작자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일한 순도로 정제된 금이라면 어디서 누가 생산했는지는 알 필요가 없습니다. 순도가 같다면 같은 금(상품)입니다. 그래서 상품은 전세계 어느 시장에서나 같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품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바로 공급과 수요의 원리입니다. 상품의 공급이 많고 수요가 적으면 상품가격이 내려가고, 공급이 적고 수요가 많으면 상품가격이 올라갑니다. 상품의 선물(future)가격도 그렇게 결정됩니다. 미래에 상품의 공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거나 수요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면 선물가격이 내려가고,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거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 선물가격이 올라갑니다.  


여기서 선물거래의 중요한 기능인 위험회피(hedge) 전략이 탄생합니다. 헤지는 기본적으로 현물과 선물시장 양쪽을 오가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농부는 3개월 후 수확 예정인 커피를 재배 중입니다. 그는 이 커피를 수확해 판매할 생각이므로 현물 매수자이며, 이것이 3개월 후 적정가치를 가질 것이라 믿고 있으므로 미래에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 믿는 투자자(롱 포지션)입니다.


3개월 후 수확 예정인 커피에 대한 거래수요가 생긴다고 합시다. 이제 3월 선물이 생겼습니다. 농부는 선물시장에서 현재 자기가 기르고 있는 커피의 미래 가격을 확인했습니다. 이 가격은 3개월 후 계약이 실제로 체결되기까지 계속해서 변동할 것이며, 수확시점이 다가올수록 실제 계약가격에 가까워집니다.


농부는 남은 3개월 동안 갑작스러운 폭우나 가뭄이 걱정되어, 위험을 헤지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현재 수요가격에 따라 선물계약을 매도(숏 포지션)하고 가격을 확정합니다. 이제 농부에게는 미리 확정한 계약가격과, 아직 알 수 없는 현물가격 두 가지를 옵션으로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3개월 후 농부가 이 커피를 현물시장에서 실제로 판매하려면, 매도했던 선물을 환매수하면 됩니다.


농부가 선물시장에서 헤지가 가능한 이유는, 반대편에서 커피를 구입해야 하는 숏포지션이 있기 때문입니다. 생두수입사는 농부가 가진 커피현물을 3개월 후에 매수해야 합니다. 수입사는 선물시장에서 롱포지션(계약 매수)을 취하고 구매가격을 확정합니다. 3개월 후 실제 커피를 구매할 때, 미리 매수했던 선물을 되팔게 됩니다.  


즉, 변동성이 심한 상품시장에서 위험을 회피하고 가격 안정성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것이 선물시장이며, 여기서 선물가격이란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과 미래수요가 포함된 지표인 셈입니다. 이것은 약간 더 정교한 기대치일 뿐이지만 그 자체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 각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을 조정하여 수급과 가격 변동을 안정화시키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한편, ‘예상치 못한’ 위험으로 발생한 손해는 나눠지지만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나눠진 손해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금융시장에서의 헤지는 투기자본이 나눠 가집니다. 이론적으로 국제거래소에서의 선물거래는 생산자와 유통 밸류체인을 보호하고 무역의 효율을 높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70~2021, 50년 간의 커피가격 변동. FX empire 제공


실제로 C-price가 작동하는 방식

현실에서 선물계약을 통해 위험을 헤지하는 농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ICE에서 거래되는 커피선물의 단위는 생두 17,000kg (37,500lb)인데요. 대부분의 커피농부들은 5헥타르 이하의 소영농이고, 단위생산량은 생산지마다 편차가 있지만 평균 1헥타르 당 16백, 그러니까 고작 960kg/ha 정도입니다.


당연히 C-price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이것은 커피거래의 효율성을 높이고, 세계 무역을 촉진하고, 시장 참여자들을 보호하려는 선의로 만들어진 시스템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대형 금융의 투기목적에 사로잡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perfect daily grind, 2018/10/24).


선물시장의 헤지기능이 작동하려면 미래의 불확실성에 의한 변동성이 있어야 하며,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된 금융시장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선물거래 또한 그 자체로 시장이므로, 금융 자체의 유동성 공급과 투기 수요에 의해 추가적인 변동성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한편 선물가격은 현물의 예상되는 미래가격이므로, 반대로 그렇게 만들어진 C-price가 실제 현물의 수요 공급과 상관 없는 가격을 지시할 수도 있죠.


C-price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선물가격이 너무 낮게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커피는 농작물이고, 따라서 정상적으로 거래된다면 커피가격은 생산비용 밑으로 떨어져선 안됩니다. 그러나 오늘날 C-price는 농부들의 생산비용이라던가, 현물시장의 수요공급과는 관계 없이 형성됩니다. 커피가격이 낮아지면 선물시장에서 투기하는 금융세력은 큰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C-price는 종종 실제 생산비용보다 낮아지곤 했습니다.


실제 커피거래는 대부분 C-price를 기준으로, 저마다의 프리미엄(+@)을 더해 성사됩니다. 따라서 선물가격이 낮게 유지되면 농부들은 낮은 소득으로 인해 투입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고, 이는 저품질 커피나 작물교체로 이어집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낮춥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C-price를 비판하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죠(perfect daily grind, 2018/2/23).




선물가격의 대안이 또 다른 지수가격일까?

올해 커피가격이 오르자, 비판적인 어조를 유지하던 해당 매체에서는 다소 누그러진 기사를 내보냈습니다(coffee daily grind, 2021/6/17). 이번 기사에서는 가격탄력성 원리를 소개하며, 소비시장에서의 경쟁이 원가상승의 압박을 상쇄할 거라고 말하고 있네요. 그나저나, 같은 원리로 공급시장에서의 경쟁이 생산비용 압박을 상쇄할 수도 있지 않나요?  


해당 기사에서 서술하지는 않았지만, 전체 커피밸류체인에서 그린빈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자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중간 무역상과 로스터가 손해를 흡수할 수밖에 없다는 행간이 생깁니다. 기억하세요, 손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결국 가격이란, 누가 누구에게 전가할 수 있느냐의 힘겨루기입니다.


자, 그렇다면 지수의 대안으로 또 다른 지수가 필요할까요? 선물시장을 악마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타당한가요? 현재 세계 교역의 구조는 시장경제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며, 정의로운 비판만으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은 분명 아닙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생산자들이 그동안 손 놓고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예요. 커피산업 참여자들은 이미 서드웨이브(third wave)를 통해 미래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앞서 상품(commodity)의 정의를 ‘대체가능성’으로 설명했습니다. 커피농업이 선물거래가격에 얽매여 휘둘리는 진짜 이유는 바로 ‘대체가능성’ 때문입니다. 굳이 이 커피를 사지 않아도, 얼마든지 다른 커피를 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문제는 C-price 자체가 아니라, 상품(commodity)으로서의 커피가 너무 쉽게 대체 가능하다는 냉정한 사실입니다.


코모디티 커피의 특성을 이런 맥락에서 정의할 때, 스페셜티 커피의 본질을 또렷하게 볼 수 있습니다. 더 좋은 품질, 개성 있는 향미 특성, 이상한 프로세싱, 희소한 품종, 공정무역이나 생산인증 등은 부차적이고 지엽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는 더 이상 커피를 상품이 아닌,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 제품으로서 가치를 높이려는 것입니다. 그 브랜딩 과정에서 방법으로 사용된 특정 품종이나 특정 인증 등이 가치 그 자체를 부여한 것으로 이해해선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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