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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i Dante Oct 07. 2019

엄마에게서 벗어나라.

나와 대화를 나눈 학생들, 직장인들, 주변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엄마에게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매여 살고 있다. 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2-30대 남녀이지만  40대도 많다. 이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엄마에게서 벗어나라>이다. 즉 엄마에게서 벗어나 네 인생을 살아가라 이다.      


여기에서 매여 산다는 것은, 내 삶의 순간순간의 결정을 엄마에게 맡겨버리고 나는 그 결정에 따라 피동적으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빠보다 엄마의 영향권 아래서 살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엄마로 한정해서 얘기하기로 하자.    

  

우리는 일상 대화에서 이런 말을 흔히 하고 듣는다. 엄마가 그렇게 하래/ 엄마 생각이야/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서 손해 본 적 없다/ 엄마 말대로만 하면 돼/ 엄마가 하라고 하니까 그냥 하는 거야/ 엄마는 무조건 옳아/ 엄마가 다 나 잘되라고 하는 거잖아/ 등등.     


고등학교 때는 이해가 간다. 미성년자이고 스스로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행동하기 어려우므로 엄마의 보살핌 아래서 엄마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 공부하고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하고 자식을 키우는 모든 과정에서도 여전히 거의 모든 것을 엄마에게 의존하고 엄마의 결정에 따르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고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경험도 풍부한 엄마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고 현명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엄마의 생각을 참고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내 인생의 모든 결정을 엄마에게 맡겨버리고 엄마의 아바타처럼 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누구든 깨어있는 의식의 소유자라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면, 존재 의지의 소유자라면, 결코 그렇게 자신의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엄마에게 맡겨버리고 살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자신이 엄마의 주장대로 엄마의 뜻에 따라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면 지금 나는 내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먼저, 엄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엄마의 결정에 거의 모든 것을 맡겨버리고 사는 이유와 그렇게 살면 안 되는 이유를  같이 짚어보기로 하자.     


엄마에게 모든 결정을 맡겨버리는 첫 번째 이유는, 엄마가 다 알아서 내 일을 처리해주면 내가 힘들게 고민하고 행동할 필요가 없어 편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계속되면 나도 모르게 그런 과정에 익숙해져서 주체적 인간의 보편적인 행동방식인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예 생각해보지도 않게 된다.

      

더 나아가 이제는 엄마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내 인생을 송두리째 맡겨버리고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까지 생기게 된다. 이렇게 나의 인생을 제삼자나 대리인에게 맡겨버리는 것은 진정 내 인생을 사는 것일 수 없다. 힘들고 어려워도 내 인생 내가 결정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인생 법칙이 아니겠는가?     


엄마에게 모든 결정을 맡겨버리는 두 번째 이유는, 인간의 위험회피 본능을 잘못 발휘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아니 모든 생물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회피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당연한 본능이다.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고 위험한 것들로 가득 차 있기에 어떻게 현명하게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느냐를 늘 생각하고 최적의 선택을 추구한다.


이런 위험회피 본능에 따라, 나보다 앞서 인생을 살아온 엄마가 위험회피 능력이 나보다 더 뛰어날 것이고 당연히 엄마는 나를 위해 모든 위험을 무릅써가면서 나를 보호해주리라고 생각하고 엄마에게 나의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을 맡겨버린다. 위험회피 본능에 기반한 행동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단지, 엄마에게 나의 위험을  맡겨버리는 방식의 위험회피방법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순간순간 수많은 결정을 하고 그러한 결정들이 쌓여서 내 인생이라는 총체적 집합물을 만든다. 인간은 위험회피와 관리를 위한 생각과 행동을 통해 인생의 노하우, 삶의 노하우를 뇌와 몸에 축적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음에 보다 나은 의사결정과 행동을 하게 된다. 그것이 곧 인간으로서의 성장이고 성취의 과정이다. 그런데 엄마가 내 인생의 결정들을 맡아서 위험회피와 관리를 다 해줘 버리면 나 스스로 위험회피 능력을 키울 수 없고 인생의 노하우를 축적할 수 없고 성장할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의사결정 능력이나 행동능력을 발휘하더라도 그것이 내 몸과 정신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퇴적되지 않으면 그것은 능력이 아니고 그냥 잠시 왔다 사라지는 일시적 기억일 뿐이다. 나 스스로 위험회피에 대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하고 엄마가 내 대신 위험회피 생각과 행동을 해주는 것 하고는 이 점에서 하늘과 땅 같은 차이가 있다.      


위험회피 본능은 따르되 엄마를 통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그 본능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나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멘텀이 되고 동력이 된다. 이것이 바로 엄마가 아니라 나 자신이 나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이유이다.      


엄마에게 모든 결정을 맡겨버리는 세 번째 이유는, 자기 결정의 결과에 직면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에 직접 마주할 용기가 없는 사람은, 내 생각이 옳은 건가? 내가 잘못된 결정을 하면 어쩌지? 그것에 대한 대가를 어떻게 내가 감당하지? 이런 생각을 새로운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하고 결정과 행동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에는 엄마에게 내 대신 결정해달라고 미뤄버린다.  


세상을 살아갈 때 모든 일의 중요도나 위험요소는 천차만별이고 행동의 결과도 내가 완벽히 예상할 수 없기에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려워도 결정을 해야 하고 행동을 해야 한다. 두렵다고 자기 인생의 결정과 행동을 멈춰버리거나 타인에게 결정권을 양도해버리면 내 인생도 그 자리에 멈추게 되고 내 인생을 타인에게 양도하게 된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시간과 비용 그리고 그 결정의 효과가 일생동안 지속되는 결정들, 예를 들어 진로선택, 직업선택, 결혼, 내 집 마련 등의 결정은  그 발생 빈도가 높지 않다. 당연히 그러한 결정들은 부모님의 의견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최종 결정은 나에게 달려있다. 그 점이 중요하다. 결정의 결과가 두렵다고 엄마가 정해준 진로를 선택하고 직업을 정하고, 엄마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하고 그렇게 산다면 그게 진정한 내 인생을 사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실 우리의 일상을 차지하는 일은 대부분 사소한 일들이다. 문제는 내 인생의 사소한 일들까지도 엄마가 알아서 다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사소한 일이니까 엄마에게 맡긴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사소한 결정들이 모여서 일상을 이루고 그 일상들이 모여서 내 인생의 하루, 일 년, 십 년, 백 년이 되어 내 인생 전체를 이룬다.


사소한 결정이라도 엄마에게 모두 맡겨버리면 내 인생 전체를 엄마가 대신 살아주는 결과를 낳는다. 자기 결정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모든 결정을 엄마에게 맡겨버리면 인생을 내가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잠재적이며 지속적인 두려움을 안고 살게 된다. 이것보다 더 크고 치명적인 두려움이 또 어디 있겠는가?

     

엄마에게 모든 결정을 맡겨버리는 네 번째 이유는, 내가 밖으로 나가 만나야 하는 사람과 세상이 두렵기 때문이다. 사람과 세상이 두렵기에 사람과 일에 맞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것을 회피해버린다. 세상이 두렵기에 엄마의 방패 뒤에 스스로 숨어버린다. 세상일은 그렇게 숨어버리고 엄마가 대신 막아준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그 방패가 세상일을 다 막아줄 정도로 튼튼하다는 보장도 없다. 또 아무리 그 방패가 무적의 방패라 해도 언젠가는 나 스스로 세상의 앞에 나아가야만 한다.      


세상이 두려워서 엄마에게 내 인생을 맡겨버리면 인생의 앞을 스스로 막는 결과를 낳게 된다. 우리가 세상에서 만나는 많은 두려움은 실체 없는 허상이고, 그 두려움이 실상이라고 해도 부딪쳐 나아가면 극복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세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엄마 뒤로 숨어버리면 안 된다. 계속 숨어 살면  내 인생에서 내가 도망치게 된다. 자신의 인생에서 도망치는 것처럼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


엄마에게 모든 결정을 맡겨버리는 다섯 번째 이유는, 엄마에 대한 과도한 믿음에 기초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고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기에 오류는 있을 수 없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 믿음이 정말 옳은 믿음일까? 


엄마의 지혜와 경험이 나의 인생의 새로운 결정을 항상 옳은 길로 인도해 준다는 보장도 없을 뿐 만 아니라, 엄마의 시대와 나의 시대는 최소한 20년 이상의 시간차를 갖기에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판단 근거도 많다. 따라서 엄마는 무조건 옳다는 믿음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엄마의 사랑은 믿고 의지하되 엄마의 판단을 무조건 믿고 따르지는 않는 것이 현명하다. 

    

엄마에게 모든 결정을 맡겨버리는 여섯 번째 이유는, 내가 엄마의 결정에 따르지 않고 나 혼자 결정해서 행동하는 것은 불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엄마의 결정에 따르지 않으면 엄마는 마음의 상처를 받을 거라는 생각이다. 엄마를 사랑하는 자식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생각이다. 하지만 엄마의 의견에 따라서 사는 것만이 효도일까? 엄마의 의견과 달리 사는 게 불효일까? 자식으로서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엄마에게 상처를 주는 것일까?      


오히려 독자적으로 자기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 불효이고 엄마에게 상처와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닐까? 크게 생각해보면 해답이 나온다. 엄마와 다른 생각을 갖더라도 내가 나의 판단 아래 온전히 나의 길을 가는 것보다 더 큰 기쁨과 보람을 엄마에게 주는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모든 결정을 맡겨버리는 일곱 번째 이유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으면 오늘까지 이어온 엄마의 지원이 끊겨버리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기 나름의 독립된 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흔치 않겠지만, 엄마로부터 심리적, 경제적 지원과 육아지원 등을 받고 있는 경우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런 경우가 가장 엄마로부터 벗어나기 힘든 경우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명한 엄마라면 자식이 스스로 자기 결정에 의해 자신의 독립의지를 실현하려는 것을 이제까지 이어온 필수불가결의 지원을 끊는 것으로 꺾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점진적으로 그 지원을 줄여가는 과정은 독립과정에 꼭 필요하다.


문제는 엄마가 경제적인 지원이나 여러 이유를 들어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경우보다 내가 미리 그렇게 짐작하고 엄마에게서 벗어나 자기 주도적으로 살기를 포기해 버리는 경우다. 엄마는 마음으로부터 나의 독립적인 삶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나는 그것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엄마에게서 심리적, 경제적 지원을 받더라도 현명하게 독립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우리가 엄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데, 이들의 공통분모이며 핵심 이유는 나에게 나의 삶을 스스로 결정해 살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뻔한 소리를 하자는 게 아니다.  내 인생을 스스로 살고자 하는 의지, 아무리 나를 낳아준 엄마라 할지라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달라고 하지는 않겠다는 독립의지가 없기 때문에 엄마에게 매여 산다. 굳건한 독립의지를 나의 삶의 추동력으로 삼아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     


이제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엄마에게서 벗어나 내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여기에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처방전이 될 수는 없겠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활용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엄마에게서 벗어나는 첫 번째 방법은, 엄마와 나의 심리적 결별을 내가 나에게 선언하는 것이다. 더 이상 내 인생을 엄마에게 의지해서 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내 마음속에 굳건히 다짐하는 것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실행은 결심으로부터 시작되므로 독립된 삶을 위한 구체적 행동을 하기 위해 심리적 결별선언을 하라. 공개적으로 엄마에게 <나, 엄마 말은 더 이상 듣지 않을 거야>라고 소리치며 결별선언을 하라는 게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마음속으로 독립선언을 하라는 것이다. 독립으로 가는 긴 행보의 첫걸음이다.


엄마에게서 벗어나는 일이 하루아침에 단칼에 이루어지는 그런 것이 아니기에 이런 선언은 꼭 필요하다. 여기에서 심리적 결별선언을 한다는 것이 엄마와 남이 되는 선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자신에게 선언하고 나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엄마에게서 벗어나는 두 번째 방법은, 내 인생의 일에 대해 엄마와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대화는 일상의 대화가 아니라 나에게 어떤 일이 있을 때 엄마가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며 행동으로 나서면 지금까지는 <그래, 엄마가 하는 결정이니까> 하고 넘어갔지만, 이제부터는 <엄마, 저는 그 일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요.>, < 이 일은 제가 이렇게 해 보겠습니다.>라며 자기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뜻을 밝힌 뒤 그렇게 하려는 이유를 차근차근 말씀드리는 것이 필요하다. 엄마가 당장 그 말을 들어주고 안 들어주고는 다음 일이고 일단 나의 뜻을 밝힌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작은 결정이든 큰 결정이든 내 인생의 문제는 내가 결정한다는 인식을 엄마에게 심어주기 위해서 문제 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내 의견을 제시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이제까지는 아마 큰 문제가 아니면 거의 모든 일을 엄마에게 맡겨놨겠지만 이제부터는 작은 일이라도 내가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엄마에게 이 일은 근본적으로 나의 일이고 내가 당사자이고 내가 결정하고 행동하고 내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내 인생의 문제에 있어 엄마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내 의견이 더 중요하고  우선이라는 인식을 대화를 통해 엄마가 갖게 하는 것이다. 엄마와 대화를 하다 보면 충돌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충돌이 무서워서 대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엄마와 대화를 할 때 중요한 점은 엄마를 이기려고도 하지 말고 엄마에게 지지도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엄마에게 내 의사를 분명하고 담담하게 표명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라.      


이런 대화가 계속되고 이렇게 한 가지 한 문제를 풀어 가다 보면 엄마도 나의 의견에 귀 기울이게 되고 차츰차츰 내 인생의 결정권을 나에게 넘기게 되고 머지않아 내 인생의 주관자가 엄마가 아니라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엄마도 그러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엄마가 대화 자체를 거부하거나 내 의견을 계속해서 묵살하고 듣지 않을 수 도 있다. 그런 경우에도 결코 포기하면 안 된다. 모든 발전의 과정에는 진통이 있다. 이럴 때는 엄마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그냥 문제의 사안이 있을 때마다 내 의견을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는 뉘앙스를 엄마에게 전달하면 된다. 이 과정이 계속되면 엄마도 자연스럽게 내 의견을 존중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된다.   

  

엄마에게서 벗어나는 세 번째 방법은, 작은 일에서부터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사소한 일까지 모두 엄마가 하는 때가 많다. 생활필수품을 사는 것부터 가구를 들인다든지, 내 월급을 어떻게 관리할지 등등. 사소한 것이니까 그냥 엄마가 결정하게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확장돼서 엄마가 내 인생의 모든 결정에 참가하게 된다.      


엄마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와 관련된 일들 중 엄마와  의견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되든가 또는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결과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은 이제부터 나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에 옮겨보라.  이렇게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더 큰 것으로 결정의 범위를 넓혀가면 나중에는 취업, 결혼, 육아와 교육, 집 장만 등 큰 결정에도 내가 주도권을 잡고 내 인생을 풀어 갈 수 있다. 일단 작은 것부터 시도해 보아야 한다. 시도해보면 엄마와 서로 타협하게 되고 합리적 접점을 자연스럽게 찾아가게 된다.      


엄마에게서 벗어나는 네 번째 방법은, 독립된 공간을 마련해서 엄마와 떨어져 사는 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부모와 같이 살고 있는 경우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학생이 아니고 직장생활을 하거나 독립적인 경제생활이 가능한 상태라면 집이나 방을 구해서 부모와 떨어져 독립해 사는 것이 자기 인생을 독자적으로 사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기숙사로 짐을 싸서 옮기는 순간 이제 부모는 학비를 지원하는 일 이외에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하고, 자녀들도 이제 자신은 부모와 독립된 개체라는 인식을 갖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살아간다. 대학 입학을 계기로 장소적 독립과 함께 인간 개체의 실질적인 독립이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을 하고 나서야 부모는 이제 자식을 독립시켰다고 말하고 자식들도 자신의 독립을 인정한다. 결혼을 계기로 한 독립 이전이라도 부모와 떨어져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독립된 공간에서 자기 주도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물론 떨어져 산다 해도 엄마의 원격조정은 계속되겠지만 그래도 간섭과 관여는 한 집에서 같이 사는 경우에 비해 현저히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엄마와 떨어져 살다 보면 내 인생의 동력을 스스로 만들게 되어 더 적극적이고 활력 있게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이 책임지는 일에서 스스로 동기부여도 하고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는 데서 오는 기쁨도 함께 누린다. 


독립의 활력과 기쁨을 연료 삼아서 삶이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고, 엄마와 같이 살 때 보다 엄마의 삶에 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집 나가면 고생이다. 하지만 그 고생을 이겨내면 내 인생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엄마에게서 벗어나는 다섯 번째 방법은, 엄마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다. 사람은 경제적으로 묶이면 그 사람에게 묶이게 되어 있다. 엄마라 해도 마찬가지다.  엄마의 돈에 묶여 내 인생까지 묶이지 말아야 한다. 내가 번 돈은 엄마에게 맡기지 말고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것에서부터 경제독립을 시작하라.  월급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귀찮고 번거로워도 직접 월급을 저축하고 운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직접 돈의 쓰임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경제적 의사결정을 해보면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지고 자산관리능력도 향상된다. 

    

엄마의 돈과 내 돈을 섞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돈이 섞이면 권한의 경계도 모호해져서 돈의 쓰임과 운용에 대한 결정도 모호해지고, 나  스스로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나만의 독자적인 경제운용은 엄마로부터 경제적인 독립으로 이어지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면 독립된 개체로 우뚝 섰다는 자긍심과 생존의 기초를 스스로 마련했다는 뿌듯함도 맛보게 된다.     

 

엄마에게서 벗어나는 여섯 번째 방법은, 엄마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분리하는 것이다.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한 만큼 나 자신의 시간도 소중하다. 나의 하루의 시간에서 엄마가 차지하는 비중을 꼭 필요한 절대 시간 수준으로 줄이고  새로 발견한 시간을 나를 위한 생산적인 활동의 시간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와 같이 하는 시간이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다. 엄마와 같이 하는 시간의 밀도를 높이고 시간의 길이는 짧게 가져가라는 얘기이다.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단지 편해서인지 꼭 필요해서인지 생각해보라.      


엄마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엄마의 뜻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간이라면 더더욱 그 시간의 사용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엄마의 인생 시간과 나의 인생 시간이 각자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수준에서 배분되지 않고 온통 엄마에 의해 나의 인생의 시간이 소비된다면 그것은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이라는 무형의 유한자원이다. 그 귀중한 시간 자원을 오직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엄마에게 바치는 것이 옳다고만은 할 수 없다. 엄마로부터의 시간의 독립은 진정한 의미에서 나의 독립의 출발점이고 가장 핵심적인 성과물이다. 시간의 독립을 통해 나의 독립을 이룩해 보자. 

    

지금까지 엄마로부터 벗어나 내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 보았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갈 것은 엄마로부터의 독립하라는 말이 엄마와 관계를 끊거나 엄마의 의견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님을 꼭 기억해야 한다. 엄마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내게 많지 않다. 하지만 엄마의 인생만큼 나의 인생도 소중하다는 자각에서 앞의 얘기들을 음미하고 실천해보기 바란다.      


엄마로부터 독립하기 전의 나와 엄마의 의사결정 패턴이나 행동 설계가 < 감정 60% 이성 40%>로 구성되었다면, 독립 이후에는 <이성 60%  감정 40%>의 보다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구성으로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엄마로부터 벗어나 나 자신의 인생을 사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나와 엄마 모두 각자의 삶을 더 충실하게 살게 될 것이고, 엄마와 나의 관계가 성숙한 동반자 관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이 엄마에게 매여 있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건축하며 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자신의 인생 독립을 위한 과감한 한 걸음을 내디뎌 보기를 권한다.  인생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고 어제와 전혀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며, 순간순간 가슴 벅차오르는 기쁨을 누리는 자유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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