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meLee Oct 15. 2023

23년 9월의 창업 일지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배우다.

1. 사업의 핵심은 "잘 만드는 놈"  
2. 선택의 무게를 감당하는 사람  
3. 고객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업의 핵심은 "잘 만드는 놈"

 아버지는 현재 내 나이(28살) 보다 더 어린 나이에 창업을 시작하셨고, 옷부터 식당, 술집 등 다양한 업종을 따지지 않으셨고, 현재는 나름 규모 있는 도자기 공장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아버지의 사업은 순탄한 건 아니었다. IMF에 사업이 망해 부도가 난 적이 있었고, 코로나 시국에는 핵심 고객인 식당들의 폐업 등으로 매출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업을 영위하는 아버지가 어떻게 이 길에 뛰어들게 됐는지 궁금해서 여쭤봤다. 

"아빠는 처음부터 회사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사업을 시작했잖아. 원래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어?"
"아니, 아빠는 원래 장사를 하고 싶었어. 하다 보니깐 지금 이렇게 사업을 하고 있는 거고"


 아버지의 대답은 나를 황당하게 했다. 원래부터 사업을 하고 싶지 않은 게 놀랐고, 더군다나 사업과 장사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있으셨다. 사업과 장사, 둘 사이의  명확한 기준을 만족스럽게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미 아버지는 자신만의 확고한 개념이 있으셨던 셈이다. 

"사업이랑 장사는 서로 뭐가 다른 거야?"
"사업은 부가 가치로 돈을 버는 거지. 반대로, 장사는 다른 사람이 만든 걸 잘 팔아서 돈을 버는 거고."

"그러면 왜 장사를 하고 싶었던 거야?"
"아빠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사업보다 장사가 돈을 더 빠르게 벌기 쉬우니깐 사업은 어려워"


 아버지는 자신만의 논리로 장사가 더 어려운 이유를 이어서 설명했다.

"사업을 잘하려면 잘 만드는 놈이 돼야 해.  잘 만드는 방법은 딱 2가지야. 제품의 생산 가격 자체를 낮추거나 혹은, 제품의 부가 가치를 높이거나 근데, 이렇게 잘 만드는 게 진짜 어렵지."

"반대로 장사를 잘하고 싶다면, 잘 파는 놈이 돼야 해. 마진 장사니깐, 그래서 장사가 더 쉽지. 파는 건 쉬워. 만드는 게 어렵지"


 마침, 이 이야기를 했을 때 우리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반찬통을 사기 위해 다이소에서 있었다. 아빠는 천 원짜리 그릇을 집어 들며 마저 이야기했다.

"지금 우리 공장에서 만든 그릇이랑 이거랑 가격을 봐바. 훨씬 싸지? 이제 웬만한 그릇은 천 원에도 사. 그리고 사람들은 더 싼 걸 선호하고. 그래서 도자기 공장들이 다 힘들어해. 웬만한 공장들이 천 원에 판매하는 그릇을 만들 수 있을까? 되게 어려워"

 

 사업을 잘하기 위해선 결국 잘 만드는 놈이 돼야 한다는 아버지의 생각은 많은 울림을 주었다. "나는 잘 만드는 놈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자아 성찰을 하기도 했고, 동시에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기준을 가진 아버지가 존경스럽기도 하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별하_lifestyle>)





선택의 무게를 감당하는 사람

 아버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남기려고 한다. 이전에 가족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던 적이 있었다. 몇 년 전까지 공장은 생활 자기를 집중적으로 만들어 판매했다. 충돌의 이유는 아버지가 뚝배기를 만든다고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사업 확장에 따른 설비 비용, 인건비 등 문제로 반대를 하셨고, 이유를 물어봐도 아버지는 "이게 답이야"라며 말을 끝냈다. 아버지는 한 번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고, 결국 아버지의 뜻대로 흘러갔다. 사실, 당시에 나도 아버지의 선택은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어머니의 의견이 더 이성적이라고 느꼈다. 


 결론적으로 아버지의 선택은 옳았다. 현재 공장의 주력 상품은 뚝배기가 됐고, 주문 물량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바쁜 상태다. 오히려 생활 자기는 후순위 상품으로 밀려버렸다. 아버지와 술을 마시면서 당시에 뚝배기를 하겠다고 선택에 대한 근거가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봤다. 

"요즘 식당들에서 사용하는 그릇들 봤어? 다 플라스틱이야. 이제 도자기 그릇을 쓰는 식당은 거의 찾기 힘들어. 왜냐면, 플라스틱 그릇이 싸고, 관리도 편하거든. 결국 식당들은 앞으로도 플라스틱 그릇을 쓸 거야."

"근데 뚝배기는 대체 불가능해. 플라스틱은 뜨거운 불을 절대 견딜 수 없어. 결국 대체 불가능한 걸 계속 찾아야지"


 아버지의 의사결정은 현재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돌파구로 대체 불가능한 상품을 찾은 것이다. 이미 생활 자기 시장은 포화 상태이며 플라스틱 그릇으로 대체되고 있기에, 새로운 활로를 찾은 것이다. 아버지의 근거는 이성적이었고,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이 많았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왜 그때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는지를 물어봤다.

"근데 왜 그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이게 맞는 거 같은데, 진짜 확실하게 맞는지 모르니깐. 결국 잘 됐으니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아버지의 말을 들으니, 가슴이 아팠다. 자신도 답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답을 내려야 했고, 그렇다고 내린 답에 대한 공감을 받기 어려운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동안, 아버지는 얼마나 많은 선택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을까?



고객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버지는 매 시즌마다 출장을 나간다. 목적지는 매번 다르다. 1박 2일로 경기도를, 2박 3일로 강원도나 충정도를, 3박 4일로 전라도나 경상도를 갈 때도 있다. 차의 트렁크에는 그릇과 카탈로그가 가득 실려있고, 보조석에는 특정 지역의 지도가 프린트된 A4 용지가 가득하다. 지도 안에는 해당 지역에 있는 그릇 도매 가게가 표시됐다. 매번 여러 지역을 내려가서, 도매장에 들려 카탈로그와 샘플을 보여주고 돌아오신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출장을 따라간 기억도 어렴풋이 있다. 대구부터 부산까지 가는 코스었고, 여러 도매상에 들려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식사를 하며, 샘플을 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흐릿하게 기억 속에 있다. 아버지의 출장은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새로운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살피며, 잠재 고객의 리드를 생성했던 것이었다.


 아버지의 행동과 선택들을 복기할 때마다, 아쉬운 감정들이 많이 든다. 아버지의 모습은 여러 아티클에서 주구장창 말하는 이론과 개념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체화한 결과물이였다. 이를 진작에 알았다면, 아버지와 이야기를 통해 훨씬 많은 것을 빠르게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동시에 나는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MVP의 딜레마 : 속도 vs 정확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