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노션으로 일합니다]를 출간하고 남기는 회고록
목차
1. 책 출간, 성공적!
2. 책과 IT 서비스, 본질은 똑같다.
3. 문제를 정의하기
4. 문제 가설 검증하기
5. 솔루션 도출하기
6. 반복적인 가설 검증
7. "단어의 정의"와 "관점"의 관계
지난주, [오늘부터 노션으로 일합니다] 책을 성공적으로 출간했다. 교보 문구, YES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서 내가 작성한 책이 팔리는 걸 보니 기분이 묘하다.
작년 10월부터,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로 노션박스를 운영하면서, 많은 기회를 얻었다. 혼자서 프로덕트를 만들고 개선을 반복해, 유저가 검색으로 알아서 찾아오게 만든 경험은 누구나 쉽게 하지 못하며, 이 여정을 통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노션박스의 경험을 정리한 글이 여러 온라인 매체에서 기고 요청을 받기도 했고, 노션을 쓰는 사람 사이에서 노션박스나 FameLee를 아는 분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5월에 출판사로부터 갑작스레 연락을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논리적 사고를 나름 한다고 자부하지만, "생각을 잘하기"와 "글을 잘 쓰기"은 별개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공대생이 글을 써봐야 얼마나 잘 쓰겠는가... 그래도, "FameLee"라는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
책을 출간하고, 지난 시간을 회고해보니 책을 기획하는 과정이 IT 서비스와 다를 바가 없음을 깨달았다. 책, 앱, 웹사이트 등은 서로 형태도 다르고, 제작 및 배포 과정도 다르다. 책은 종이라는 형태로, 인쇄를 통해 제작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서점을 통해 배포된다. 앱, 웹사이트는 PC, 모바일이라는 형태로, 개발을 통해 제작되고, 인터넷과 앱 스토어를 통해 배포된다.
하지만, 책, 앱, 웹사이트는 모두 프로덕트로서 (1) 핵심 타겟에게 (2) 가치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지 않은 책은 구매하지 않고, 앱은 설치하지 않으며, 홈페이지는 방문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1) 소비자가 정확히 누구이고, (2) 이들이 필요로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아내야 한다.
출판사와 첫 미팅을 마치고, 어떤 주제로 책을 써야 할지 고민했다. 출판사 측에서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한 책을 제안 주셨고, 어떤 주제로 책을 쓸지를 결정해서 전달해달라고 말씀하셨다.
프로덕트를 만들 때, 가장 먼저 답해야 하는 질문은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다. 이 문제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에 따라서, 유저에게 제공되는 가치의 크기는 달라진다. 엄청나게 큰 문제를 해결한다면, 고객은 더 큰 가치를 느낄 것이다. 반대로, 크게 중요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만큼 가치도 작아진다.
고민 끝에, 내가 풀고자 한 문제와 이를 겪고 있는 타겟은 아래와 같이 나왔다.
[페르소나]
" 노션을 사용해본 적이 없고, 회사에서 일한 경험 없이 바로 창업을 시작한 사람 "
[문제]
"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시스템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모른다. "
인간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생각하기 어렵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범주는 '경험'이란 중심에서 얼마나 멀리 나아갈 수 있느냐일 뿐이다. 이는 시스템에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다녀보지 않은 사람은 회사가 어떤 시스템으로 자사를 유지 및 관리하는지 알지 못한다. 회사 전체의 방향성 설정, 프로젝트 관리, 재고 관리 등에 대한 방법론이 모두 미지의 영역이다. 특히, 이 미지의 두려움은 회사에 다니지 않고 바로 창업을 시작한 사람에게 더 강력하게 느껴진다. 필자도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배우고자 대기업 취업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
주목한 문제는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이고, 나 또한 겪은 문제이기도 하다. 가장 풀기 좋은 문제는 (1)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문제이면서, (2) 자신도 관심 있는 문제여야 한다. 이 문제는 두 요건을 모두 만족하기에 "이렇게 좋은 문제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의 주제를 "노션 초보자를 위한 회사 시스템 구축"으로 잡았다.
물론, 이렇게 정의한 문제는 가설일 뿐이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유저에게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혹은, 이 "문제"를 이미 슬기롭게 풀고 있을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크게 3가지 방법으로 검증했고, 이 가설은 유효한 문제 가설로 결론지었다.
앞서 정의한 페르소나는 "노션을 사용해본 적이 없고, 회사에서 일한 경험 없이 바로 창업을 시작한 사람"이다. 다행히 나도 창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계속 스타트업 씬에서 활동을 해왔기에 이 페르소나와 유사한 사람을 쉽게 찾아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할 때, 노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창업을 하고 가장 크게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만약 노션이나 협업 툴을 언급하면, 자칫 인터뷰이의 사고가 여기에 제한돼서 유도 질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겹치는 문제가 대게 비슷했는데 가설 검증, 개발 문제 등과 더불어, 팀원이 더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해당됐다.
교보 문구 등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현재 판매 중인 노션 책을 찾아봤다. 시중에 다양한 노션 책이 있지만, 대다수가 (1) 노션 개념과 (2) 개인의 생산성을 주제로 노션을 다루고 있었다. 물론, 책에 기업 시스템과 관련된 책이 있긴 하지만, 이를 핵심 주제로 다루는 책은 크게 찾지 못했다.
노션박스에는 GA를 연결된 상태이기에 유저가 어떤 템플릿을 많이 보는지 파악할 수 있다. PV 기준으로 보면, 매주 상위 템플릿에 (1) 프로젝트 관리 템플릿, (2) 회의록 관리 템플릿, (3) 애자일 시스템 템플릿이 꾸준하게 있었다. GA4 언제 변경하지...
문제 가설이 유효하다고 결론 지었기에, 이제 "어떻게 풀 것인가?"를 답해야 했다. "문제를 잘 정의하기"와 "문제를 잘 풀어내기"는 서로 다른 영역이다. 전자는 Why의 영역이고, 후자는 How의 영역이다. 노션을 아무것도 모르고, 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크게 2가지 방향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기로 했다.
개발을 처음 시작한 분들은 기존 서비스를 클론 코딩을 하며, 개발 능력을 기른다. 레퍼런스가 있고, 이 레퍼런스를 따라서 만드는 방식이 처음 시작하는 분에게 가장 효과적이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관련 정보가 한 번에 방대하게 주어져서 오히려 처음 시작하는 분을 지치게 만든다. 레퍼런스는 학습의 가장 큰 방향을 주어지기에 더 수월하다. 또한,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이 큰 방향에서 덧붙여서 학습하면 된다. 무엇보다, 따라서 만드는 건 결국 행동이기에, 앉아서 이론만 공부하는 것보다 지루함이 덜하다. 이렇게 말하니, 현재 창업 중인 투두몰이 생각나는데...?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어떤 시스템이 있는지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다양한 시스템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애초에 세상에 절대적 정답인 시스템은 없고, 팀과 문화에 잘 맞는 시스템만 있을 뿐이다. 책에서 나온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했는데, 팀의 업무 패턴과 달라서 오히려 부채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주목한 문제의 본질적 해결책은 "가장 좋은 시스템 알려주기"가 아니라, "시스템의 감을 잡는 능력 만들기"다. 감을 잡기만 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시스템을 쉽게 빌드할 수 있다.
가설은 계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며칠 전에 옳았다고 생각한 가설이 알고 보니 틀릴 수도 있다. 일단 지금까지는 내가 생각한 문제 가설이 옳은 가설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후배, 지인, 노션박서 유저 총 3그룹에서 서평단을 뽑고, 책을 주며 간단한 커피챗을 진행했는데, 서평단 모두가 "창업을 생각하고 있거나, 창업을 진행 중인 분"들이며, 신청 이유는 "시스템을 어떻게 빌드할지 몰라서"였다.
책이 출간된 시점부터 모든 가설의 최종 판단은 객관적 지표인 책의 판매량 수에 달려있다. 되도록 많이 팔려서 내가 설정한 가설이 옳았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좋겠다. 가설이 옳았다면, 책도 많이 팔려서 돈도 많이 들어오겠지?!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관점이 달라진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죽음"이란 정의에 대해 심오하게 토론한다. "심장이 멈추는 것이 죽음인가?" "의식이 없는 것이 죽음인가?" "나라는 인격이 사라진 게 죽음인가?" 기획도 마찬가지다. "기획"이란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서 바로 내 옆에 존재할 수 있고, 먼 나라의 이야기일 수 있다.
나는 "기획"의 정의를 "Why와 How를 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의에 입각한다면, 책을 쓰는 과정, 저녁 요리를 선정하는 과정, 이번에 구입할 커피 머신을 구매하는 과정도 모두 기획에 속한다. 이번에 각자가 낯설게 느껴진 단어의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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