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500만 년 전, 백악기 말기에 거대한 소행성 충돌 또는 대규모 화산 폭발로 인해 비조류인 공룡이 대량 멸종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재앙 속에서도 달팽이, 쌍각류 조개, 불가사리, 성게, 거북이, 악어, 도롱뇽, 개구리, 그리고 대부분의 포유류는 살아남았으며 조류 또한 대량 멸종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조류 공룡이 살아남았는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었다.
아르헨티나 출신 연구진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조류 분류군인 베가비스과(Vegaviidae) 조류들이 과거 대량 멸종을 피해 살아남은 조류들이라고 한다. 이 조류는 거위와 비슷한 물새군이다.
이 조류는 아비새와 비슷한 생김새에 거위와 비슷한 울음소리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며 물가에 서식했다. 오리, 거위, 닭과 관련이 있다.
비록 현재는 베가비스과 조류가 멸종했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 자연과학박물관의 페데리코 아그놀린은 베가비스과 조류가 공룡을 멸종시킨 재앙에서 살아남은 조류군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동안 과학자들은 살아남은 조류의 흔적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구했고 2005년에 남극 대륙에서 중생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거의 완전한 조류 해골을 발견했다. 이 화석의 주인공인 조류에는 베가비스 이아이(Vegavis iaai)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조류는 현대의 오리와 비슷한 모양새였다.
아그놀린은 베가비스 화석이 칠레에서 발견된 백악기 초기 네오개오르니스 웨첼리(Neogaeornis wetzeli) 화석, 남극 대륙에서 발견된 백악기 후기의 폴라오르니스 그레고리(Polgorornis gregorii), 뉴질랜드에서 발견된 아우스트랄로르니스 로베이(Australornis lovei) 등 다른 조류의 화석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들 화석과 베가비스 화석을 비교한 결과 이 새들은 모두 작고 두꺼운 뼈를 가지고 있으며 잠수가 가능했다. 또 이 새들은 날씨가 추운 남반구 지역에 많이 분포돼 있었다.
아그놀린은 이 새들이 날카로운 부리를 가지고 해안 지역에서 잠수를 하며 먹이를 잡아먹던 새라고 말하며 잘 날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째서 베가비스 조류는 공룡 멸종 위기에 살아남았고 공룡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또 다른 조류인 에난티오르니테스(Enantiornithes)는 백악기 후기에 멸종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그 이유가 새들의 뼈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베가비스 조류가 매우 높은 신진 대사를 보였을 것이며 생후 1년 이내에 성체로 성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성장 속도는 매우 독특하다.
원래 원시 조류의 성장 속도는 매우 느리며 파충류와 비슷하다. 따라서 신진 대사와 성장 속도가 빠른 베가비스는 다른 원시 조류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즉 이런 특징으로 인해 베가비스는 남극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았으며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멸종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은 베가비스의 발견으로 인해 고생대 후기부터 중생대 중반까지 남반구에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초대륙인 곤드와나대륙이 오릿과 조류(오리, 거위, 백조 등)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스 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박물관의 루이스 치아피는 아그놀린의 연구 결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치아피는 "남극 대륙에 원시 오리와 비슷한 새들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이론은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베가비스 조류의 가계도가 충분히 분석되지 않았기 때문에 베가비스 조류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새들의 관계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젠켄베르크 연구소 자연사박물관의 게랄드 마이어 또한 회의적이었다.
그는 아그놀린이 베가비스 조류를 폴라오르니스 조류와 비슷하다고 언급한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네오개오르니스나 아우스트랄로르니스까지 비슷한 개체로 분류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