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두리 치킨, 그 꾸덕꾸덕한 매력
탄두리 치킨을 말한다
탄두리 치킨.
인도/네팔 카레 음식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메뉴이다.
카레에 난 몇 개로는 배가 차지 않는 대식가 (나포함...) 에게는
사이드 디쉬로 주문하기에 가장 만만한 메뉴... 탄두리.
이 맛있는 요리는 대체 어디에서 굴러 떨어진 것일까?
탄두리 치킨은 인도 아대륙 펀자브 지방에 전해지는 인도 요리 중 하나이다. 각종 향신료와 발효유에 재운 닭고기를 쇠꼬챙이에 꽂아 향기롭게 굽는 요리로, 전통 방식으로 구울 때 쓰는 원통형 점토 화덕 탄두르에서 탄두리 치킨이라는 이름이 유래하였다. (한국어 위키백과 인용)
카레 음식점 좀 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탄두리'에는 치킨만 있는 게 아니다. 새우도 있고, 다른 재료로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탄두리는 점토 화덕 탄두르를 이용한 조리법 일체를 말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나는 배달의 민족과 그 외 배달어플의 편리함에 푹 빠져있었다. 끽해야 치킨이나 중국요리 (짬뽕 + 탕수육 소자 세트...)만 주문하던 편협한 나에게, 배달의 민족은 주문할 수 있는 메뉴의 자유도를 쑥 하고 올려주었다. 집에서 마라샹궈를 시켜먹고, 집에서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시켜먹고, 급기야는 랍스터 피자(박스에 리본 장식까지 해서 온다!)까지 시켜먹으며 나는 점점 VIP 고객이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주말... 나의 배달음식 여정을 문득 들여다보게 되었다. 수없이 쌓인 주문 이력들에서 나는 반복되는 메뉴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각종 카레와 함께 주문하곤 했던 탄두리 치킨 1/2마리. 나는 어째서 무의식 중에, 마치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익숙한 길로 가듯이, 이 이역만리에서 탄생한 낯선 음식에 길들여져 버린 것일까? 이하 탄두리 치킨의 매력에 대해, 종로구 근방에서 탄두리 치킨을 가장 많이 시켜먹어 본 사람 중 하나일 나의 느낌을 술회해보도록 하겠다.
1. 탄두리는 맛있다
이 요리는 맛있다. 사실 일반적인 후라이드 치킨에 비하면 특유의 꼬린내 or 꼬순내가 나긴 하는데, 그나마도 양고기류의 고기 잡내와는 다른, 인도 카레에서 있을법한 강한 향신료이다. 표면을 살펴보면 빨갛게 양념을 묻힌 후 구워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특히 다리/가슴의 관절 사이에는 양념이 더 많이 묻어있고, 그 특유의 촉촉하다가도 뻑뻑한 (원래는 촉촉 했겠지만 구워내면서 뻑뻑해졌을) 질감이 좋다. 한국식 양념치킨은 사실 기본적으로 후라이드 치킨에 양념을 끼얹는, 즉 다시 말해 치킨 자체의 조리와는 별개로 양념을 만드는 식이므로 사실상 양념과 치킨의 일체감이 덜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탄두리 치킨은 다르다. 탄두리 시즈닝을 만들고 치킨에 덕지덕지 발라가는 과정에 이미 화덕에 양념된 닭을 넣는 미래가 전제되어 있다. 탄두리 양념과 닭은 별개가 아니다. 분리할 수 없고, 폐쇄적이지만 그만큼 정형화된 레시피가 있고 고정적인 팬을 만들게 되는 유니크한 맛을 낸다. 아마도 수백 년간 탄두리의 팬들이 끊임없이 계승 / 발전해왔을 무언가....
2. 탄두리는 덜 찐다
콜라는 마시고 싶지만 살은 찌고 싶지 않다. 그런 경우 제로콜라가 대안이 된다. 마찬가지로 치킨은 먹고 싶은데 그 특유의 폭발적인 칼로리가 걱정이 된다. 그렇다면 탄두리 치킨을 먹으면 된다. (그냥 먹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다.)
탄두리 치킨의 영양학적인 분석을 해본 것은 아니다. 어쩌면 후라이드 치킨과 큰 차이 없는 칼로리를 자랑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튀김과 구이라는 기본적인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리고 한눈에도 보이는 지글지글한 기름 vs 보기만 해도 dry 해 보이는 화덕구이의 극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후라이드 치킨 대비 체중조절에 있어서 탄두리의 우위는 확실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맛있는데 이 정도면 됐지 아예 곤약젤리 수준의 무 칼로리를 원하는 것은 안되지!
3. 탄두리는 어울린다
보통 식당에 가서는 라씨(플레인라씨가 제일 나은 듯하다)와 먹기도 하지만, 일단은 닭요리. 탄두리는 탄산과도, 맥주와도 모두 잘 어울린다. 특히 술과의 궁합이 별로였다면 후라이드 치킨을 대체할 수 없을 터인데, 이 궁합이 정말 나쁘지 않다. 맥주 한 모금 하면서 탄두리 향내 한번 입안에서 씻어 헹궈주고, 다시 한 조각 맛있게 먹고. 아 인정. 게다가 이제는 배달어플로 상대적으로 늦은 시간까지 주문이 가능하다! 술안주는 인도에서 날아온 탄두리 선생과 함께.
오늘 점심은 KFC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