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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WORST
Jan 09. 2020
80년대생 아재, 스타워즈와 나의 추억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보고 왔다... (약스포)
80년대 중반 생인 내가 스타워즈를 접한 것은...
초딩 고학년쯤 아버지가 사주셨던 컴퓨터를 통해서였다
당시 국산 브랜드 컴퓨터 (사양은 486)을 샀었는데
번들 게임으로 고전 명작 star wars X wing을 정품 매뉴얼과 함께 줬었다.
그러나 한글 번역이 안된 데다가 비행시뮬레이션스러운 게임 장르 덕에
게임은 제대로 건드려보지도 못했고,
나는 게임 대신 동봉된 정품 매뉴얼만 주구장창 보면서 상상력을 발휘하곤 했다...
아마도 동서게임채널에서 정발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비범하게도 게임 매뉴얼이 꽤나 두꺼운 데다
게임과는 상관없는 스타워즈의 설정도 꽤나 적혀있는 ㅋㅋ 대단한 물건이었다
영화를 접하기도 전에 스타워즈의 설정을 마치 TRPG룰북처럼 탐독하며
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97년쯤인가 스타워즈가 극장에서 재개봉하게 되었는데,
(20주년 기념 수정판 비슷한 것)
당시 내 고향이던 수원의 모 극장에서 사촌동생과 둘이서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스타워즈의 역사적인 첫 작품을 보러 가게 되었다.
설정집만 잔뜩 읽었을 뿐 영화의 스토리는 전혀 무지했던 나는
곧바로 스타워즈에 빠져들었다...
영화 막판에 1인칭 시점으로 나오는 데스스타 내부에서의 비행 씬
신비로운 포스와 간지나는 악역...
당시만 해도 멀티플렉스가 도입되기 이전 시대인데다
극장은 좌석제가 아니어서 아무 자리에나 앉을 수 있었는데
원한다면 영화가 끝나도 극장을 안 나가고 그 자리에 계속 앉아있으면
다음 타임 영화까지 2회차를 볼 수 있었다.
그날 나는 이 쩌는 영화를 한번 본 뒤에 한번 더 봤다...
어린 마음에도 진짜는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고딩때는 에피소드 2 클론의습격을 혼자 보러 갔다가
아나킨과 여친이 잔디밭에서 뒹구는 것을 보고 경악하고
대학교 와서는 에피소드 3를 동기랑 같이 보고 감탄하기도 하고 하면서
나는 회사에서 거의 과장급이 되어버렸는데
이전 작 라스트제다이는 참으로 여러 기분을 맛보게 했었다
볼 때는 나름 충격적인 전개에 흥미진진하게 보기도 했지만
극장을 나오고 생각해보니 이걸 어떻게 수습할지
한편으로는 아예 이 영화가 없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에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한솔로 솔로무비를 보고 나서는 캐슬린 케네디를 속으로 너무나 욕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은 흘러.. 쌍제이가 다시 감독한 스타워즈의 최종장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스포는 이미 한국 개봉이 늦을 대로 늦어
자체적으로 좆무위키를 통해 스포를 당한 상태였지만,
게다가 평도 상당히 별로라는 것을 알았지만, 의리로 보러 갔다.
역시나.. 뜬금없다고 느껴지는 급전개의 초반부에 꽤나 당황했지만
랜도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다시금 추억에 젖을 수 있었다
시퀄 시리즈의 흑인캐 핀이 과거 시리즈의 원조 흑인 쾌남아 랜도와 조우하고
만나서 영광이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공감 100배~~~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이로 돌아가서 마냥 두근거리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일일이 다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대표적으로 후반부 쓰러진 레이에게 들려오는 과거 시리즈 제다이 마스터들의 목소리
퇴근 후 CGV 1인석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나였지만
그 순간은 혼자가 아니게 느껴졌다
정말 우연찮게 내 옆자리에도 한 아재가 혼자 와서 보고 있었는데
옆에서 느껴졌다 ㅋㅋ 순간순간 나름 팬들을 위해 준비한 뜨거운 전개가 나올 때마다
바보같이 와 ㅋㅋㅋ 존나신난다 쩐다 하고 있는 그 모습이...
왜냐면 나도 그랬거든 ㅎㅎㅎㅎㅎ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자체는 별로이거나 평범한 영화인 거 같다.
그래도 보고 나온 내가 느끼는 바로는... 적어도 라스트 제다이 보다는
옛날 어린마음으로 스타워즈를 좋아했던 바보 같은 마음을
조금은 더 보듬어주고, 조금 더 화해하려고 하는 마음이 담긴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스타워즈와 함께해서.. 나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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