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 있지 않나, 왜! 기교와 테크닉에만 집중한 그런 춤 말고, 흥에 겨워 나도 모르게 몸을 흔들게 만들고야 마는 그런 리듬에 맞춘 몸짓! 둠칫, 둠칫, 두둠칫! 빵빵한 스피커는 손에 닿는 모든 공기와 발아래 모든 땅을 함께 울리고, 미친 듯 전율이 일며 머리카락을 쭈뻤주뼛 세우는 그런 음악. 난 그런 음악에 춤을 추러 가려고 한다. 상상 속 록 페스티벌!
강렬한 햇볕을 막아줄 선글라스와 볼캡 혹은 버킷햇, 양손을 하늘로 뻗어 손가락으로 피스를 만들고 아무렇게나 흔들어도 허리춤 맨살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안전한 점프슈트, 하루 종일 서 있어도 발이 피곤하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스타일을 흩트리지 않는 스니커즈, 지갑 하나 달랑 들어가는 가벼운 크로스백. 옷차림은 이 정도면 되겠지.
"Ba de ya, say that you remember!" 이 부분 들었는데 이 노래 모르면 간첩! 얼스, 윈드앤드파이어의 <Sepetember> 앨범 재킷
라인업이 중요하다! 한 번도 눈 앞에서 직접 보지 못한 자미로콰이(Jamiroquai, 온다고 해놓고 취소해서 배신감을 느끼게 했던 바로 그분들, 흥), 마룬파이브(Maroom5), 다프트펑크(Daft Punk)가 와주면 좋겠다. 2013년 <슈퍼소닉 페스티벌>이 대박이었는데! 사랑해 마지않는 얼스, 윈드앤드파이어(Earth, Wind & Fire), 브랜드뉴헤비스(The Brand New Heavies), 펫숍보이즈(Pet Shop Boys)를 그날 하루에 다 봤다! 또 보고 싶다! 앨범 전집을 무한 반복해 들으며 떼창 할 준비를 철저히 해 갈 텐데!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된 듯한 느낌. 아, 그런 기분을 다른 데서도 느낄 수 있을까.
낮에는 잔디밭에 무릎을 쭉 펴고 앉아 맥주도 마시고, 치킨도 먹을 것이다.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고, 이야기가 재밌으면 한창 수다를 떨 것이다. 조금 일찍 간다면 이벤트 부스를 돌며 이것저것 사은품도 챙길 수 있을 텐데, 그런 체력이 지금도 있을지는 모르겠다.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 거의 하루 종일을 놀아야 하니까.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콩콩 뛰고, 목이 쉴 때까지 소리를 지를 것이다.
막차가 끊기기 전에 나와야 할 테니 마지막 앙코르 곡이 끝날 때는 계속해서 시계를 주시하고 있어야 할 거다. 무대 위 밴드가 퇴장하기 서운해 미적거리며 손을 흔들면,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아쉬움에 끝도 없이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칠 거다. 거대한 함성이 계속해서 귓가를 울리겠지. 공연장 밖으로 나오는 길에는 같이 간 사람과 함께 마지막 곡을 흥얼거릴 것이다. 옆 옆 일행도 우리처럼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것이다. 한낮에 그토록 뜨거웠던 열기를 시원스럽게 식혀주는 밤공기는 분명 달콤할 거다. 그 흥분은 한동안 잊지 못할 거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 홈페이지 메인 배너로, 라인업 중 한 팀인 혼네(Honne)의 사진과 포스터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며칠 안에 마무리지을 수 있을 듯한데,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평소라면 여행지에서 해 지기 전까지 바다에서 수영하고 배고프면 밥 먹는 그런 휴가를 갔을 텐데! 이맘때쯤부터는 록 페스티벌이 열리고, 티켓을 발권해놓고 떼창을 준비하겠답시고 얼마나 노래를 흥얼거렸을까 생각하니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든다(<서울 재즈 페스티벌>이 5월 예정인데, 아마 취소될 것 같다). 아쉬운 김에 TV로 구글을 켜고 '아무노래 챌린지'를 검색해 20번 넘게 따라 해 봤다. 이 정도로는 체력이 고갈되지 않아서 또 억울하다.
마스크 쓰지 않고도 돌아다닐 수 있던 보통 날들이 더욱 특별해지는 요즘. 주체 못 하는 흥은 어떡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