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8월 8일 카페 계약

by 방장

우르릉 쾅!! 번개와 비바람이 몰아쳤다.

핸드폰에 뜬 호우경보대로 날씨가 급변했다.

비가 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는 말이 떠올랐다.


평범한 날은 어떤 일을 해도 밋밋할 테니 대박을 기원하며 이런 비상한 날에 계약하는 게 훨씬 의미 있어 보였다. 나는 시끌벅적한 카페 창가에 앉아 짜증 나는 기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나름 여러 군데 알아보고 그중에서 그나마 마음에 드는 곳에 계약금 100만 원까지 걸었다. 이제 곧 엄마가 도착할 거다. 혼자가 아닌 사업하는 지인을 끼고 오기로 했다. 굳이 지인한테 상가를 보여주고 조언을 들어보겠다는 고집을 꺾진 못했다. 엄마는 100만 원을 날리더라도 사기는 막을 수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서른이 되도록 엄마 말은 얌전히 들었던 터라 불편한 감정을 꾹 참았다. 엄마가 미운 게 아니라 내가 개고생 하며 알아본 상가를 처음으로 보는 아저씨의 말 한마디에 엎어질 것 같아 석연찮았던 거다. 절대 물러서지 않을 각오로 양쪽 입가를 힘껏 위로 올려보면서 얼굴 근육을 풀어본다.


엄마가 데리고 온 지인은 카페에서 일은 해봤냐는 둥 괜한 "트집"만 잡았다. 사업 비결이나 알려주고 덕담이나 간단히 얹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1시간 남짓한 잔소리를 들은 뒤 예의상 “감사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예정대로 오후 4시에 최종 계약을 마쳤다. 마음이 후련했다.


곧 개업할 카페는 전철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천억 빌딩 2층이었다. 전면에 통유리창이 트여 있어 거리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밖에 퍼붓는 폭우처럼, 나는 이제 천억을 벌 일만 남은 것 같은 오늘은 그런 밤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