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퐝메리 Feb 12. 2023

이상보다 중요한건 일상이야, 연진아

 직장인 갓생살기 '이것'부터 시작하면 되더라구요


친구와 최근 대대적인 세미나를 가졌다. 주제는 이랬다. '긴급점검 2023, 계획대로 잘 살고 있나' 친구 하고는 작년 연말에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이놈의 회사 때려치자, 때려치자! 못살겠다 갈아보자, 갈아보자! 직장인답게 대충 주제는 그랬다.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우리가 여기 있기엔 너무 아깝잖아. 맞아 맞아. 새해를 시작한 지 한 달 후, 우리는 다시 만나 계획을 점검하기로 했다. 타이틀은 거창했다. 신년기획, 2023년 이대로 괜찮은가. 부제는 이랬다. '대기업 다니는 K 씨와 언론사 재직 중인 K 씨. 그녀들은 과연 어디로 가야만 하는가'


평일에는 맨날 저녁을 먹고
공부를 두 시간씩 하거든


작심삼일. 사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올해도 또 대충 아등바등 버티고 살겠지. 허나 놀라웠다! 다이어리를 쭉 보는데 생각보다 너무도 계획을 잘 지키고 있었다. 나의 올해 계획은 그랬다. 데이터 전문가 되기. 데이터분석가가 되든, PO쪽으로 커리어를 전환하든 올해 내 계획은 기깔나는 데이터 전문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SQL을 시작했고. 1월에는 다음과 같은 성과를 냈다.


 


- 프로그래머스 SQL KIT 모두 풀기


물론 SQL이 처음도 아니고. 이 정도의 분량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매일매일'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 신이시여. 제가 정녕 ENFP가 맞단 말입니까!


기적(?)의 원동력은 간단했다. 루틴을 만드는 것. 우리 회사는 고맙게도 야근을 안 해도 저녁을 주는데 그 저녁식사를 루틴의 기점으로 만든 게 유효했다. '6시가 된다 -> 저녁식사를 한다 -> 자리에 앉아서 조금이라도 공부를 한다 -> 하다 보면 1-2시간이 지나간다'


나는 매일매일 공부하려는 루틴을 세우지 않았다. 나의 루틴은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는다'였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가 나를 매일매일 공부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주말에는 일요일마다 집무실에 가거든


그런가 하면 집무실에 등록해 놓고 일요일마다 집무실에 꾸준히 가는 것도 습관형성에 주효했다. 토요일에는 팽팽 논다. 친구를 만나든, 영화를 보든, 밀린 드라마를 보든, 유튜브를 보든. 그리고 일요일만 되면 점심을 먹고 집무실에 달려간다. 그럼 뭐라도 하게 되어있다. 평균 공부시간은 3시간. 공간의 힘은 위대해서 놀랍게도 자리에 앉으면 2-3시간을 꼼짝 않고 집중하게 된다.




- 사람들에게 추천을 아끼지 않는 직장인 최고의 공부공간, 집무실 (회원제 개인작업실)



성실한 사람은 아무리 재수 없는 날도 성실합니다  

최근에 이동진의 프랙탈 이론(?)을 다시 읽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그의 말은 이렇다. '천사가 이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어서 하루 24시간을 스캐닝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누구한테 화를 낼 수도 있고 그날따라 잘해서 상을 받았을 수도 있죠. 어찌 됐건 24시간을 본다면 그 사람의 일생을 판단할 확률이 95%는 될 것 같아요. 무슨 말인가 하면 성실한 사람은 아무리 재수 없는 날도 성실합니다.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수능 전날이라도 성실하지 않습니다.'


2월이 됐고 여전히 나는 성실하게 생활 중이다. 성실함이 꼭 어떤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성실한 사람이 더 좋은 인생을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안다. 매일매일,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번. 나만의 루틴으로 채워가는 일상. 이상이 있어야만 삶이 충만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상보다 중요한 건 일상이었다.



이렇게 해서 2월에는 데이터리안 SQL 실전캠프를 수강 중이다. 처음으로 예습복습 다 하면서 인터넷강의를 수강하는 기분 좋은 경험. 여기다가 동료들과 함께 스터디까지 하기로 했다. JOIN도 무서워서 손사래 치던 내가 어느새 서브쿼리를 척척? 기분이 짜릿하고 동공이 확장되고 뭘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평일에는 저녁 먹고 책상에 앉기, 일요일에는 점심 먹고 집무실 가기. 


이 두 가지 루틴으로 천하의 게으름뱅이 ENFP도 갓생을 산다. 


 글은  자신이 너무 대견해서 기억하기 위해서 썼다. 오늘도 해내다니? 어제도 해냈는데? 일상의 성실함 -> 자기 신뢰 -> 새로운 도전 -> 반복을 통한 훈련 -> 해냄.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이유는 어쩌면  때문이 아니었을까. 불안 속에 게을렀던 토끼는, 성실한 거북이가되어 조용히 웃는다. ‘ 지금 너무 신나, 연진아. 인생에서 중요한건 이상이 아니라 일상인가봐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은 어떻게 친구를 사귀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