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지음 May 28. 2024

1. 샛초록색 알약과 시작하는 하루  

항우울제 복용 삼일 차 

항우울제를 복용한지 딱 삼일차가 되었다. 


아침마다 초록색 알약 하나를 삼키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물 한잔과 함께 아침약을 먹는다.

오늘 나의 하루가 무탈하기를, 내가 잘 버텨내기를 스스로 다독이고 다짐하면서. 


이제 겨우 삼일 차라 아직 크게 달라진 것은 아직 없겠지만, 확실히 감정 기복은 조금 줄어든 것 같다. 

정확히는 잡생각이나 걱정이 줄었달까. 

불현듯 나를 사로잡던 불안이 조금 덜 무서워졌다.


일을 시작할 때도 늘 다른 짓을 하다가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는데, 

책상에 앉자마자 바로 일을 해도 집중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크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는 차분한 감정 상태를 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피로감이 확 밀려든다. 

나른하고, 졸리다. 그러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약의 부작용인지, 용량의 변화가 필요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필요시 약은 딱 한 번 먹어봤다. 

이완에 도움이 되는 약이라고 해서 일부러 취침 전에 먹었는데 오히려 각성상태가 되는 걸 느꼈다.  

다음주에 의사선생님을 뵈면, 이것저것 여쭤봐야 할 것 같다. 



***


본업으로 하고 있는 글은 아직 잘 써지지 않고 있다. 

내가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떨어져서일까. 

재밌다고 짜놓았던 줄거리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자신이 없으니, 쭉쭉 써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것 같다. 


버티고 있던 마음이 한 번 무너지고나니 생각보다 많은 것이 보인다.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 참고 견딘 것들 중엔, 괜찮지 않은 것들이 참 많았나보다. 


내 상처가 꽤 오래 되고, 깊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회복의 출발선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스스로와 좀 더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0. 내가 우울증이라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