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에필로그
이제까지는 인터뷰어로서의 역할을 소화했다면, 에필로그에서는 역으로 인터뷰이가 되어 독자들이 ‘서점원이 사랑한 도시’에 대해 궁금해할 것들을 담아보았다. 질문들은 직접 선정한 것과 서점원들에게 받은 질문들로 구성되어있다.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시간을 내어 질문을 보내주신 서점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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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남 진주에 거주 중인 석류입니다. <너라는 계절>이라는 그림 에세이를 썼고요. 현재 전국의 서점들을 다니며, ‘서점원이 사랑한 도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 어떻게 ‘서점원이 사랑한 도시’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현재 시장에 나온 책들은 서점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데 반해, 서점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 없어서 서점원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한때 서점원 생활을 했던지라 서점이라는 공간을 지키는 서점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 주제에 대한 열망이 더 불타올랐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예요.
- ‘서점원이 사랑한 도시’를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전국을 다 다녔다는 것? 원래도 역마살이 있어서 여기저기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다 다녔어요. 인터뷰가 없을 때도 책방들을 돌아다니곤 했고요. 그렇게 전국을 다니면서 책방과 책방을 운영하는 분들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어요.
- 인터뷰를 진행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터뷰를 거절당했을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거절당하는 순간이 많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제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막상 거절을 당할 때마다 기운이 빠지곤 하더라고요.
- 제일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모든 인터뷰이가 다 기억에 남아서 어느 한 분을 꼽긴 어렵네요. 그래도 굳이 한 명을 꼽자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던 서점원 정도선 씨를 꼽고 싶어요. 그분이 아니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 인터뷰 질문은 어떤 식으로 정하나요?
인터뷰 질문들은 각 서점의 인터뷰 허락을 받는 순간부터 정하기 시작해요. 서점과 그 서점을 이끌어가는 서점원들에 대한 나름의 정보들을 수집하고, 공부해서 그에 맞는 색의 질문을 정하죠. 인터뷰를 가기 전까지 질문을 계속 추가하거나 수정하기 때문에 인터뷰 기간이 넉넉하게 남아있어도 항상 촉박하고 부족한 느낌이 들어요.
- 인터뷰를 진행하며 가장 좋았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좀 더 자세히 서점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게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함께 책방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참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 인터뷰 요청을 주로 메일로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있나요?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전화보다는 메일로 요청하는 게 더 낫다고 봤어요. 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고, 왜 인터뷰를 하고 싶은지 표현하기가 말보다는 글이 더 쉬웠고요. 그리고 메일에 제가 쓴 글에 대한 링크도 함께 보내드리기 때문에, 인터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기에 메일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 서점원 생활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서점원이 된 이유가 궁금해요. 어떻게 서점원이 되셨나요?
제가 2014년에 제주도에서 지냈는데요. 그때는 글을 쓰고 싶지만,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는 슬럼프의 시기였어요. 그래서 2015년에 진주로 돌아오면서, 글을 쓰기 위해 책과 조금 더 가까이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때마침 진주문고에서 직원을 구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운이 좋게도 서점원이 되었고, 2년 정도 서점원 생활을 했어요.
- 서점원으로 있으면서 경험했던 일들 중에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서점원 생활을 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손님이 있는데요. 중학생 소녀였어요. 어느 날 그 소녀가 시집을 사러 왔는데 찾는 시집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헤매길래 제가 시집을 찾아주면서, 다른 종류의 책들도 함께 추천해줬어요. 얼마 후에 그 책들을 재밌게 읽었다며 다시 책을 추천받으러 자주 서점에 발걸음을 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지금은 그 소녀가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서점이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듯이 그 소녀도 함께 자라나 가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게 참 벅찬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저는 많은 독자 여러분이 동네책방들과 함께 나이 먹어 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책방도 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 독자 입장에서 서점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서점에 아쉬운 부분이라기보다 대형 프랜차이즈에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작은 책방에는 공간적, 물질적인 부분 때문에 들여놓지 못하는 책들이 많아요. 그러나 상대적으로 대형 책방은 자본도 탄탄하고 공간도 충분하기에 많은 책을 들여놓을 수 있는 여건이 돼요. 근데 요즈음은 대형 책방들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늘어나면서 서가가 많이 줄어든 느낌이에요. 그런 부분이 제일 안타까워요. 이제는 더 이상 대형이라고 해서 책의 종수가 많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 미래에 동네책방이 존재할지, 동네책방이 동네에서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번에 인터뷰를 다니면서 저는 동네책방만이 가지는 힘들을 직접 마주했어요. 하나의 빛을 보았달까요. 그래서 미래에도 동네책방은 존재할 거라고 생각해요. 동네책방이 동네에서 가지는 역할이라면 역시 사랑방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으로써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지 못한다면 그곳은 오래 버티기 힘들 테니까요.
- 우리는 외국 기사를 통해서 형편이 어려워 존속이 불가능한 서점을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다양한 형태를 통해 서점이 유지될 수 있게끔 하는 사례들을 많이 봐왔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군산에 있는 한길문고가 수년 전 수해를 입어 서점이 통째로 물에 잠기며 폐업을 결심하던 중에 지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걷은 성금을 통해 다시 서점을 운영하게 된 사례가 있습니다만, 외국에 비해서는 이런 사례들이 극히 드문 것 같아요. 외국의 사례처럼 지역서점이 지역민들에게 친숙한 공간, 함께하는 공간, 지켜야 하는 공간으로써 인식하게 하려면 우리나라의 지역서점에게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한 자리에서 오래 운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건물이 아닌 이상 한 곳에서 오래 자리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겠지만요. 우리나라에서 오래 사랑받으며 운영 중인 서점들을 보면 장소의 이동이 적은 편이에요. 한 곳에서 뚝심 있게 운영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 되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서점만이 아니라, 건물을 소유하고 계신 분들의 임차인에 대한 배려도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 서점뿐만 아니라, 영화에도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부산의 국도예술관을 가장 애정 하는 공간으로 자주 얘기하시는데요.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공간을 다니면서 생각했던 것들은 무엇인가요?
국도예술관은 제게 있어 첫사랑과도 같은 곳이었어요. 사람이 아닌 공간에게도 사랑이란 게 생길 수도 있다는 걸 국도로 인해 처음 알았어요. 국도를 갈 때면 항상 마음이 두근거렸어요.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그곳에서 보았던 영화들은 말없이 저를 위로해주었고요. 많이 위로받았던 만큼, 나중에 나도 그 위로를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었던 고마운 곳이에요. 비록 지금은 공간으로써 존재하지는 않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항상 살아 숨 쉬고 있어요. 그래서, 여러분의 동네에 작은 영화를 상영해주는 곳이 있다면 많이 아끼고, 걸음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책방이 독자의 발걸음으로 유지되듯, 소규모 영화관들은 관객의 걸음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으니까요.
- ‘서점원이 사랑한 도시’는 일반 인터뷰의 형식을 떠나 여행 에세이를 표방하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석류님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가 있다면 어느 곳인가요?
일본 교토를 가장 좋아해요. ‘서점원이 사랑한 도시’의 산책 파트를 통해서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걷는걸 참 좋아하는데요. 교토는 한적하고 고즈넉해서 걷기 제일 좋은 도시라 생각하거든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특유의 분위기도 매력적이고요. 기온 시조에서 바라보는 해 질 녘의 노을도 무척이나 사랑스럽고요.
- 본인만의 책방을 열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책방을 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곤 했는데요. 저는 예전부터 게스트하우스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책방만 따로 열기보다 책방과 게스트하우스가 접목된 북 스테이 형식의 공간을 열고 싶은 꿈이 있어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지만요.
- 석류님에게 있어서 책이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저에게 있어서 책은 든든한 친구와도 같은 존재예요. 가장 외롭고 지쳤던 순간에도 책은 언제나 제 곁에 있었거든요. 책을 읽으며 힘든 시기를 많이 버텨왔기에, 책이란 평생 지기라고 생각해요.
- 석류님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내 글에 공감을 느낀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요. 제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공감을 전달하는 게 제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가치를 가진 일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