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ecord - 부산 (1)
새해의 첫 레코드점 방문의 스타트는 부산 양정에 위치한 진레코드였다. 항상 혼자만 레코드점에 걸음 하다 처음으로 친구와 같이 갔는데, 기분이 무척이나 색달랐다. 함께 공간에 대한 느낌을 나눌 수 있는 동지가 있기 때문인 걸까.
진레코드는 지금의 공간으로 오기 전의 공간에서 43년을 운영했는데, 재개발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이전을 하게 되었다. 이전을 하기 전이나 하고 난 후나 여전히 양정에 위치한 걸 보면 양정이라는 동네에 사장님이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재 위치에서 운영한지는 1년 차지만, 도합 44년의 역사를 가진 진레코드는 말끔한 외관으로 방문객들을 반긴다. 하얀색 간판에 검은색으로 그려진 CD와 진레코드 글자는 단정 그 자체였다. 입구의 매대에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와 CD들이 간판만큼이나 단정한 모양새로 각을 맞춰 진열되어 있었다. 투명하게 유리를 투과하는 햇빛이 스포트라이트처럼 CD와 카세트 플레이어 위로 떨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나른함이 몰려왔다. 나는 나른함을 안고 진레코드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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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레코드는 테이프보다는 CD가 더 많은 곳이었다. 테이프 렉은 상당수 비어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에 마음을 뺏겼다. 내가 갖고 싶었던 가요 테이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썼음에도 신난 모습은 숨겨지지 않았는지, 친구가 즐거워하는 내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아주었다. 손끝이 새까매질 정도로 테이프들을 하나씩 꺼내어 찬찬히 살피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친구에게 어느 곡이 담긴 앨범인지도 설명해주는 것도 재밌었고.
테이프에 더 관심이 많은 나에 비해 친구는 CD에 더 관심이 많았다. 우리는 한 공간에서 각자 다른 분야를 파고들었다. 이윽고 살펴볼 테이프가 더 이상 없어진 나도 CD 살피기에 동참했는데, 낯익은 CD는 많았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는 CD는 없어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충분히 많은 테이프를 이곳에서 구매했으니 후회는 없었다. JTL 1집, 장우혁 1집과 2집, SS501 정규 1집, 보아 1집, 비 1집, 파리넬리 사운드트랙까지. CD를 구경하던 친구는 타이타닉을 발견하면 사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타이타닉이 있어서 타이타닉 CD를 사서 친구에게 선물했다. 타이타닉 CD를 볼 때마다 우리가 함께 간 그 날의 진레코드 에서의 추억들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쌀쌀한 겨울바람이 머리끝을 간질였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가방 가득 테이프를 넣어가는 내 마음만큼은 따스했던 겨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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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레코드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연수로 17
051-853-7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