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ecord - 부산 (2)
어떠한 순간은 찰나지만 짙게 기억에 남는다. 명성레코드에 갔던 순간이 딱 그랬다. 남포동 광복 지하상가에 들어서 37이라는 숫자를 찾아 시작점에서부터 쭉 걸었다. 37번에 내가 가려는 명성레코드가 있기 때문이었다.
명성레코드는 이름만큼이나 테이프 수집러들에게 유명한 곳이었고, 나 또한 이곳에 반드시 가보리라 결심하고 갈 날만을 기다려왔다. 그렇게 고대하던 날이 드디어 왔고, 나는 명성레코드에 닿자마자 놀라고 말았다.
이제까지 걸음 했던 레코드점 중에서 가장 말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는 테이프, CD, LP판들은 얼마나 사장님이 신경 써왔는지가 티가 날정도로 손끝에 묻어나는 먼지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체계적으로 가나다라 식으로 잘 꽂혀있어서 살펴보기도 너무 편했다.
“어떻게 이렇게 진열을 잘하셨어요? 제가 가본데 중에 제일 잘 정리되어 있어요.”
“그래요? 우리 남편이 오랫동안 설계 일을 해와서 정리를 잘해요.”
연신 감탄하며 테이프를 둘러보는 내게 여사장님은 뿌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게는 크지 않지만, 꼼꼼하게 정리가 잘되어 있어서 그런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매장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고 진열된 음반들도 많아 보인다는 점에서 나는 사장님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
한참 테이프를 둘러보고 있으니, 자리를 비웠던 남사장님이 등장했고 내가 했던 칭찬을 여사장님이 전해주자 쑥스러운 듯 웃었다. 나는 남사장님에게 얼마나 운영하셨냐고 물었고, 그는 지하상가의 시작을 같이 한 가게라고 말했다. 33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고. 한 자리에서 이동하지 않고 쭉 운영 중인 가게는 우리밖에 없다고 말하는 남사장님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묻어 나왔다.
자부심만큼이나 두 사장님은 다정다감하기도 했다. 종종 테이프가 새로 들어오기도 하니까 다음에 또 부산에 오게 되면 들르라고 넌지시 말해주는 목소리가 따뜻했다. 다정하게 배웅까지 해주는 그들을 보며 나는 이곳을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따스함은 공간을 기억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니까.
-
명성레코드
부산광역시 중구 중앙대로 17 광복지하쇼핑센터 C37
051-246-2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