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을 지키는 앤티크한 에너지, 카페 코인 上

나의 오래된 가게들 - 서울 (1)

by 석류


코인 본점의 입구.



처음 코인에 걸음하게 된 건 어느 여름 날 저녁 이었다. 팬데믹 시국이어서 그런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명동 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혹시나 내 발자국 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사로잡혔다. 그런 걱정을 안고 들어선 코인에는 다행히도 사람들이 꽤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코인은 외관부터 내 시선을 사로잡았고, 내부의 인테리어는 이곳의 이야기를 반드시 담아야겠다는 결심을 안게 만들었다.



카페 코인을 운영하고 있는 김석수 대표는 관광호텔 일본어를 전공하고 한국에서 3군데, 일본에서 2군데의 대학을 다니며 공부를 이어간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경영이라고 하는 큰 범위의 매니지먼트가 있다고 하면, 그 속에 관광호텔이 하나의 영역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석수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로얄 호텔에서 몇 년간 근무를 하다가 관광호텔에 대한 적성을 발견하게 되었고, 전공을 관광호텔 쪽으로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 공부들이 이어져 5군데의 대학에서 학문을 닦는 시간들이 되었다. 로얄 호텔 후에는 르네상스 호텔에서도 근무를 하다가, 현대로 아예 자리를 옮겼다. 현대에서 경주 보문단지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게 있었는데 그 프로젝트의 공채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공채로 들어가 과장까지 달고 일하다가 그만두고 93년에 코인을 오픈하게 되었다.



코인이라는 카페명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정해졌다. 지금의 자리에 코인을 만들기 전에 같은 해에 명동에 다른 카페를 하나 인수했는데, 기존에 운영하던 이름을 그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라 로딘이라는 이름을 정해 카페를 오픈했다. 로딘을 오픈하고 난 뒤에 그는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당시 명동에서는 같은 상권에 똑같은 이름을 가진 카페를 운영할 수가 없었다. 프랜차이즈 개념이 흔치 않았기에, 한 동네에는 하나의 이름을 가진 가게만 있어야 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그래서 로딘 말고 다른 이름을 정해야만 했는데, 그 시기에 이태리 밀라노를 가게 되었다. 밀라노에서 코인이라는 이름의 데파트먼트를 우연히 보았는데, 그 단어를 보는 순간 꽂혀버렸다. ‘아, 이거다.’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찼다. 코인에서 인(in)은 들어온다는 의미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손님이 들어와야만 하는 카페 이름으로는 적격이었다.



지금은 코인 1호점과 2호점만 명동에 위치하고 있지만, 원래는 이화여대 앞과 삼청동 등지에 분점을 둘 정도로 호황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로딘을 포함해 9개의 점포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특이하게도 가맹점이 아닌 전부 직영으로 분점을 운영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전부 직영으로 점포들을 운영했던 건, 명동에서 먼저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답했다. 일일이 직접 모든 점포들을 다니며 관리하기가 힘들어져서 결국에는 지금의 두 군데를 제외하고는 운영을 접어야만 했지만 말이다. 직영으로 관리하다보니 사장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으면, 원활하게 가게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코인에는 특별한 시그니처 메뉴들이 있다. 카페라는 이름에 걸맞게 핸드드립 커피는 물론이고, 녹차 빙수, 밀크티 빙수, 떡볶이 와플이 다양한 입맛의 방문객들을 반긴다.



IMG_22931.jpg 코인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녹차 빙수.



녹차 빙수는 커피만으로 마진을 남기기에는 한계를 느껴서 개시하게 된 메뉴다. 자주 오던 손님이 일본에서 녹차 빙수가 한창 대세인데, 코인에도 도입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을 받아들여 녹차 빙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빙수를 도입한 초창기에는 빙수에 들어가는 아이스크림을 하겐다즈를 사서 사용했는데, 하겐다즈가 워낙 비싼 고급 아이스크림이다보니 단가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녹차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해 직접 만들어냈다. 밀크티 빙수는 김석수 대표의 막내딸이 만든 메뉴다. 막내딸이 직접 만들고, 레시피까지 전해주었다고 한다.



떡볶이 와플은 삼청동에서 운영하던 카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탄생한 메뉴다. 코인에서는 매일 오후 2시경에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모여서 간식과 커피를 먹는 ‘커피 타임’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날 한 직원이 와플이랑 떡볶이를 먹자고 했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며 떡볶이와 와플을 먹었는데 그 맛이 무척이나 절묘하게 와 닿았다. 떡볶이의 매콤함을 와플과 커피가 중화시켜주는 그런 맛. 여운처럼 입안에 감도는 맛이 인상적이어서 떡볶이와 와플을 같이 내놓는 메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렇게 탄생한 게 ‘코인 떡플’(떡볶이 와플)이다.



IMG_22281.jpg 코인의 백그라운드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커피.



그러나 다른 디저트 메뉴가 아무리 맛있다하더라도,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건 커피기 때문에 커피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다. 카페기 때문에 커피를 가장 맛있게 내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단단함이 느껴졌다. 커피가 이렇듯 든든하게 백그라운드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메뉴들도 탄생할 수 있는 게 아닐까.



IMG_22631.jpg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커피나 디저트 메뉴의 맛도 훌륭하지만, 내가 코인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는 앤티크한 인테리어였다. 모든 게 현대화된 요즘의 인테리어와 달리 아늑한 느낌의 인테리어는 코인에 머무는 시간동안 편안함을 안겨준다. 게다가 한 층으로 구성된 게 아닌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계단을 타고 위의 층으로 이동할 때마다 마치 여름방학에 할머니 집에 놀러가 숨겨진 다락방을 탐험하는 기분이 들어서 두근거렸다.



IMG_22451.jpg 코인 3층에 위치한 야외 테라스.



맨 처음에는 2층으로만 운영을 하고, 3층은 창고 겸 사무실로만 사용했다. 점점 손님이 늘면서, 3층도 영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게 되었다. 3층에는 야외 정원이 있는 테라스 공간과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테라스의 야외 정원 같은 경우는 워낙 자연을 좋아해서 직접 손수 꾸몄다고 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자연적인 느낌을 받기란 쉽지 않은데, 코인의 큰 창문 너머 테라스를 보면서 마음이 뚫리는 느낌이었다. 보통은 건물 안에 공간이 갇혀있는 느낌인데, 코인은 테라스를 통해서 공간의 답답한 느낌을 해소한다.



코인의 옥상에서 서자 명동이 한 눈에 보였다. 명동 거리를 내려다보며 명동이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했다. 1980~90년대 까지만 해도 명동은 서울의 중심과도 같은 곳이었다. 서울하면 명동이 생각날 정도로 랜드마크와 같은 동네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서 외국인 관광객의 걸음이 늘면서, 내국인은 줄었고 지금은 팬데믹으로 인해 내국인과 외국인을 불문하고 예전처럼 사람이 많은 상태는 아니다.



게다가 시대가 변화하면서 명동이 중심이었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해외로 나가는 사람도 늘고, 명동이 아닌 다른 동네로 유입되는 걸음들이 늘면서 예전과 같은 명성은 사라졌다. 가장 결정타를 날린 건 주차할 곳이 열악하다는 문제였다. 차를 가진 사람들이 열악한 주차 시설 때문에 명동에 잘 오지 않게 되면서 내국인의 접근성은 떨어지고, 따로 주차가 필요 없는 외국인들이 그 자리에 유입되게 되었다. 일본인 관광객이 주를 이루었던 시절에는 그래도 내국인들의 방문 비율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는데, 중국인 단체 관광이 활발해지면서 기존에 있던 다양한 점포들이 많이 사라지고 쇼핑에 최적화 된 점포들로 개편이 되었다.



점포의 다양성이 사라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명동에 대한 매력도는 감소되었고 내국인들은 점점 다른 동네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흘러가던 와중에 팬데믹까지 터지면서 명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줄면서 명동 상권은 직격타를 맞게 되었다.



그는 앞으로의 명동에 대해 첫 번째로는 임대료의 현실화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명동은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동네기 때문에, 한 달에 나가는 임대료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기존의 점포가 빠지고 난 후 새로운 점포가 좀 체 들어오지 않아서 빈자리가 많아서 황량하게 느껴진다고. 임대료가 조금이라도 낮아진다면 새로운 가게들도 많이 생길 것 같은데, 이 부분은 건물주들이 먼저 의지를 보여야만 하기 때문에 어렵다. 두 번째로는 오래된 느낌이 나는 골목들이 명동에 있는데, 이곳들을 문화예술인이 들어와서 활동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이것 또한 임대료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모든 건 임대료와 직결 되어 있다.



비싼 임대료를 이겨 내며 오랜 시간을 버텨온 코인은 팬데믹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명동 상권이 비활성화 되며 유동인구가 줄어들었기에 자연스럽게 매출의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은 ‘ACSQ’를 최상으로 유지하며 언제나 방문객들을 끌어당기려 노력한다. ‘ACSQ’는 Atmosphere(분위기), Cleanness(청결), Service(서비스), Quality(맛)의 약자인데 그가 표방하는 가장 중요한 철학 중 하나이다. 앤티크한 인테리어의 분위기와 항상 청결한 이미지, 직접 와서 주문을 받는 서비스, 커피와 디저트의 맛까지. 그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가려는 의지가 느껴져서 나는 힘든 시기지만 코인이 앞으로도 부지런히 잘 버텨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