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을 지키는 앤티크한 에너지, 카페 코인 下

나의 오래된 가게들 - 서울 (2)

by 석류


IMG_22831.jpg 코인 2호점. 1층에는 곰탕집이 있고, 2층과 3층이 코인이다.



문득 본점과 가까운 거리에서 2호점을 운영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본점과 2호점은 걸어서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는 가까운 거리에 2호점을 내게 된 이유를 말해주었다. 수요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거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게다가 동선이 가까운 만큼 수시로 가서 일을 도울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유사시에는 재료나 인력을 서로 호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거리는 가깝지만, 본점과 2호점의 매력은 천차만별이다. 두 곳의 각기 다른 매력을 꼽자면 본점은 오픈한 창업주인 김석수 대표가 계속 긴 시간 동안 공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동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상호상으로는 코인보다 더 오래된 곳도 존재하지만 같은 사람이 자리를 옮기지 않고 한 곳에서 운영하는 건 드물기 때문이다.



IMG_22881.jpg 오래된 고재로 인해 포근한 느낌의 2호점 천장.


2호점 같은 경우는 유러피안 스타일의 세미 앤틱한 분위기에, 창밖으로 보이는 개방감 넘치는 전망감이 도심임에도 확보되어 있다는 매력이 있다. 2호점도 본점처럼 단층이 아닌, 2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층의 천장이 눈에 띈다. 오래된 고재를 사용해 세월감을 살리면서도 포근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두 곳의 공통적인 매력이라면 역시 ‘ACSQ’ 가 잘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긴 시간 코인을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손님도 분명히 많을 테다. 어떤 손님들이 기억에 남았는지 물었더니 그는 두 사람을 꼽았다. 본점에 20년 전 부터 한 5년 정도 매 해 같은 날짜에 혼자 오던 일본인 손님이 있었다고 한다. 항상 같은 날짜에 와서 조용히 차를 마시고 돌아가곤 했는데, 날짜가 되면 그 손님이 언제 올지 기다려지곤 했던 기억이 있다고.



2호점에서는 자주 방문하던 시인이 있었는데, 예전에는 가게에서 직원들과 식사시간이 되면 다 같이 밥을 먹곤 했는데 그 날 시인이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직원이 그 시인의 몫까지 식사를 준비해 앉아있는 테이블로 가져다주었다. 그 모습에 큰 감동을 받은 시인이 시집에도 코인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서 더 이상 올 수 없지만, 시인의 가족들이 주기적으로 코인에 와 시인을 기억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공간이 되었다.



이렇게 훈훈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결코 훈훈하지 않은 에피소드들도 있었다. 건달들이 많았던 시절에, 어떻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나 직접 건달들이 오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빈 테이블에 건달이 앉아 사람들을 지켜보는 모습을 자동으로 떠올렸다.



“코인을 운영하며 좋았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방문해주신 손님들이 음료가 맛있다고 할 때,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할 때, 서비스가 좋다고 할 때 가장 행복하고 성취감이 느껴져요. 그리고 10년 가량 오래 일했던 직원이 있는데요. 그 직원이 지금은 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어요. 코인에서 일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자신의 사업에도 적용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해줬을 때 뿌듯했죠. 마지막으로는 어려운 시국이지만,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어줘서 고맙다고 손님들이 말해줄 때 큰 힘을 받죠.”



오래도록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프랜차이즈도 쉽지 않은 일인데, 개인 카페는 오죽할까. 그런 면에서 개인 카페의 생존은 큰 의미가 있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는 주문을 하고 음료가 나오면 직접 가지러가는 셀프 형태가 일반적인 반면에,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는 유무형의 서비스가 면대면을 통해 직접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부분에서 훨씬 인간미가 넘친다. 키오스크가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으로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개인 카페가 지니는 가장 큰 강점이다.



“방문하는 손님들이 코인을 어떻게 기억해주길 바라세요?”

“본점과 2호점 둘 다 계단이 많은 편인데요.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손님들로 하여금 ‘명동에 이런 곳이 있다니.’ ‘명동에서 이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니.’ 하는 행복한 감정을 들게 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오래된 목재가 주는 따뜻함과 사람간의 숨결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그의 말처럼 코인은 앞으로도 분명히 명동에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남을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는데, 고소한 원두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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