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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r 29. 2024

2023. 11. 17 - 2023. 11. 19

2부 7화


2023. 11. 17     


 올해의 첫눈이 내렸다. 내가 살던 진주에서는 좀체 눈이 내리지 않아서 눈을 볼 일이 드물었던지라 눈이 내리니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기분이 좋은 건 잠시였고 눈으로 인해 더 매섭게 추위가 몰아치자 눈이 그만 내리기를 바라게 되었다.     


 열린 하차대 도크로 바람에 흩날리는 눈이 컨베이어 벨트 위까지 날아와 앉았다. 자연스레 분류를 하는 내 옷 위로도 눈이 날아와 앉았다. 살면서 눈을 맞으며 일을 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곳에 와서 일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눈을 보며 낭만을 느끼기는커녕, 그치기를 바라게 되다니. 그 정도로 눈이 내리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더 추웠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은 아침까지 끝없이 내렸다. 꽁꽁 언 손을 비비며 통근 버스를 타고 옥천을 벗어나는데, 온통 눈 세상이었다.      


 따뜻한 버스 안에 앉아서 눈을 보니 그제야 낭만이 되살아났다. 온통 아름다운 순백의 눈 세상 속에서 아름답지 않은 건 마치 나뿐인 것만 같아서 입가가 썼다.     


-     


2023. 11. 19     


 파스를 매일 붙이다 보니 효과가 점점 미미해지는 것 같아서, 새로 자석패치를 사보았다. 파스보다 냄새도 나지 않고, 나름대로 효과도 있는 것 같아서 애용하게 될 것 같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자석패치는 뜯을 때 조심해서 뜯지 않으면 피부가 같이 뜯겨나간다.      


 그래서 심혈을 기울여서 패치를 제거해야 하는 게 번거로웠지만, 파스 냄새가 나지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괜찮았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진동하는 파스 냄새에 내 자신도 질식할 것 같이 괴로웠으니까.      


*     


 오늘은 하마터면 출근하지 못할 뻔했다. 통근 버스가 출발 시간보다 3분 빨리 출발한 것이다. 출발 시간도 아닌데, 이미 출발한 통근 버스를 보고 당황한 마음이 들었다. 버스를 따라 죽어라 뛰어가서 겨우 신호에 걸렸을 때 잡아탔다.      


 진주에서 버스를 탈 때는 무조건 정시 출발이었는데, 대전은 기다려주지 않고 버스가 오는 대로 바로 탑승 장소에 서 있는 사람만 태우고 출발하는 모양이었다.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며, 내일부터는 더 여유 있게 탑승 장소에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통근 버스를 놓치면 출근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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