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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n 25. 2024

맘마 산티시마

기억의 단상 2020년 12월호

 

 넷플릭스에서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대부>가 서비스 종료된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대부>를 다시 보았다. 다시 본 <대부>는 여전히 세련되고 멋진 작품이었다. <대부>를 다시 보고 나자 한때 나의 꿈이었던 맘마 산티시마가 떠올랐다.     


*     


 맘마 산티시마는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중 가장 유명한 나폴리 마피아 카모라의 보스를 일컫는 호칭이다. 가장 성스러운 어머니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 뜻처럼 실제로 다른 마피아 조직과는 달리 여성 보스가 있기도 했다.


 한창 마피아를 주 소재로 삼는 느와르 물에 빠져 있던 무렵, 나는 맘마 산티시마를 꿈꿨다. 친구들에게 “나는 맘마 산티시마가 될 거야.”라고 말하며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낮에는 나폴리에서 직접 도우를 반죽해 피자를 만들고, 피자 가게의 간판 불이 꺼지는 시간부터 제2의 삶인 맘마 산티시마로의 삶을 시작한다. 나는 보스니까 내 손에 직접적으로 피를 묻히는 일은 없다. 그러한 일들은 하급 조직원들이 하는 일이니까.      


*     


 요즘 시칠리아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와 칼라브리아 마피아 드란게타, 신흥 세력인 풀리아 지방의 사크라 코로나 우니타가 계속 우리의 영역을 슬금슬금 침범해오고 있다.


 조직원들은 가만히 있으니 이들이 우리를 얕보는 게 분명하다며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언제든 명령만 내리면 혼쭐을 내주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나는 감정에 휘둘려 행동할 생각이 없다. 이왕 혼 내주게 된다면 뭔가 이득이 되는 게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감정적으로 움직이다가는 도리어 우리가 피를 볼 수도 있다.      


 시대가 변했으므로 주먹구구식의 전투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첨단 방법을 써야 한다. 나는 신입으로 들어온 조직원들을 훈련시켜 둘씩 다른 마피아 집단에 스파이로 심기로 했다. 스파이가 된 조직원들은 장기적으로 그곳에서 몸담으면서 내부가 썩어 들어갈 정보를 우리에게 넘길 것이다.


 처음에는 반도체보다 작은 크기의 정보밖에 알 수 없겠지만, 오래 버틴다면 그들은 도시 전체를 뒤 흔들 정보를 손에 쥐게 될 것이다. 그들이 그 정보를 손에 쥐게 되는 순간 조직은 파멸할 것이고, 우리는 그들이 관할로 지휘했던 지역에 카모라라는 이름을 새롭게 각인시킬 것이다.     


*     


 상상 속이지만 이렇듯 나름대로 구체적인 방법들을 세워가며 영역 확장도 꿈꾸었다. 현실에서는 내가 맘마 산티시마가 될 수도 없다는 걸 알지만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현실의 나는 작고 왜소하지만, 꿈속에서는 달랐으니까.


 꿈의 세계는 모든 걸 가능케 하기에 나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매일매일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을 벗어나 오늘 밤 나는 나폴리로 날아갈 것이다. 눈꺼풀이 닫히고 어둠이 나의 세계를 뒤덮는 그 순간, 나는 맘마 산티시마로 새롭게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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