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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n 18. 2024

투이 언니들 (4)

기억의 단상 2020년 12월호

 

 쌀국수집에 도착했다. 쌀국수와 스프링롤은 정말 맛있었고, 따로 나온 야채도 싱싱했다. 나는 쌀국수에 다른 걸 넣어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넣지는 않았지만. 베트남에서의 첫 쌀국수와 첫 맥주를 그곳에서 먹었다.      


 얼음을 잔에 채워 마시는 베트남식 맥주는 생경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익숙해지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날씨가 더웠으니까. 뜨거운 쌀국수 국물을 들이키다 보니 연신 등줄기에서 땀이 흘렀고, 그 땀을 식힐 유일한 방법은 얼음을 채운 맥주를 마시는 것뿐이었다. 선풍기가 가게 안에 있긴 했지만 딱히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서 맥주로 더위를 식히는 편이 나았다.     


 열심히 맥주와 쌀국수, 스프링롤을 먹고 캐리어를 챙기기 위해 흐엉 투이 언니네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오늘 밤 야간 슬리핑 버스를 타고 나짱으로 바로 넘어갈 계획이었던지라, 저녁을 먹고 나니 언니들과 함께 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나짱에서 며칠 머물고 다시 호치민에 오면 보기로 했지만, 그래도 이상하게도 영영 헤어지는 것 마냥 아쉬웠다.      


*     


 투이 언니들은 나를 슬리핑 버스 타는 곳에 데려다주었고, 내가 슬리핑 버스를 타기 전까지 가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혹시 잘못 탑승하기라도 할까 봐 걱정된 걸까.


 무사히 내가 슬리핑 버스에 탑승하는 걸 확인하고 떠나는 두 언니의 뒷모습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나는 문득 언니들이 베트남이라는 이 나라의 온도와 어울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는 베트남처럼, 언니들이 가진 온도도 따뜻하니까.      


 나의 첫 베트남 여행의 시작이 언니들과의 만남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언니들을 만나며 여행을 시작할 수 있어 더없이 행복했다. ‘행복은 역시 가까이에 있어.’라고 생각하며 나는 바깥의 온도와는 딴판으로 에어컨이 강하게 나오는 슬리핑 버스 안에서 담요를 덮고 스르륵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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