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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언어를 알고 싶어

기억의 단상 2023년 2월호

by 석류


구몬 중국어 화상학습을 신청했다. 독학으로 중국어를 공부하려고 기초 책을 샀지만, 나에게 있어서 중국어 성조는 너무 넘기 힘든 벽이었기에 책을 잠시 뒤적거리다가 다시 덮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래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구몬을 알아보았다. 일주일에 한 번 화상학습으로 선생님과 만나지만 성조부터 시작해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서, 독학으로 혼자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선생님과 만나지 않고 혼자 공부해야 하는 날을 위해 구몬 스마트펜도 구입했다.


1월 말에 구몬 상담을 신청했는데, 명절 이후로 문의가 폭증해서 뒤늦게 신청한 나는 애석하게도 2월이 아닌 3월부터 화상학습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 더 빨리 신청할 걸. 미리 3월분부터 선 결제를 하고, 듀오링고 어플을 켜서 간단한 중국어 단어를 연습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알 수 없었다. 내가 중국어를 공부하게 될 거라는 걸. S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중국어 공부 책을 사지도 않았을 테고, 구몬을 신청하지도 않았을 테고, 듀오링고도 유료 결제를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자 묘해졌다.


S의 중국 이름은 무려 열 글자. 고작 두 글자인 내 이름에 비하면 엄청나게 방대한 길이의 이름이었다. S는 태국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읽기 힘들어해서, 태국 이름도 따로 있다고 했다. 나는 S에게 말했다.


“내가 열심히 중국어를 공부하면 너의 이름을 읽을 수 있게 될 거야.”


사실, 어떻게 발음하는지 음성 녹음해서 보내달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직접 알아내고 싶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 정도는 물어보지 않고도 읽을 수 있게 되길 바랐으니까.


S가 나의 모국어를 궁금해 하듯이, 나 또한 궁금했다. S의 언어, S의 문화, 그리고 S의 모든 것. 중국 문화에 관련된 책을 틈틈이 읽으며 나는 또 다른 세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S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절대 관심가지지 않았을 것들을.


몇 달 후에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를 머릿속으로 상상해본다. 나는 S에게 “니 하오.” 라고 말하고, S는 “안녕.” 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그리고 한 가지 더. “많이 그립고, 보고 싶었어.”를 S에게 중국어로 전하는 내 모습도. 마치 시뮬레이션처럼 그 날의 풍경을 미리 상상하며 나는 오늘도 듀오링고 어플을 켜서 중국어를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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