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상 2023년 9월호
꽤 오래 하지 않고 꽂아만 둬서 먼지가 쌓인 닌텐도를 다시 켰다. 닌텐도를 문득 다시 하고 싶어졌다. 아무 생각 없이 게임을 하면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새로운 게임 칩도 몇 개 사고 전원을 다시 켰더니 나의 복귀를 환영한다는 듯이 닌텐도는 배터리를 절반 넘게 간직한 채 얼른 자신을 플레이 해주기를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기대를 배반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닌텐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지런히 조이스틱과 버튼을 눌렀다.
귀에는 신나는 노래로 채운 플레이리스트가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꽂아 넣고서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더니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내 적응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점점 더 다시 닌텐도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처음에 닌텐도 스위치를 샀을 때 하고 싶은 게임이 정말 많았는데, 현실에 치여서 하지 못했던 게 떠오르자 지금이라도 틈틈이 그 게임들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게임은 영화와 묘하게 닮았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NPC가 되어 화면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에 몰입해 러닝타임 동안 스크린 속 인물이 되는 모습에서 게임과 영화는 참 닮았다.
가끔은 영화가 아닌 게임으로라도 현실을 잊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기에 나는 다시 닌텐도와 친해지려고 한다. 잠시라도 이렇게 현실을 빠져 나와 걷는 시간들이 있다면 무너짐의 시간도 약간은 줄어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