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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머니에 대해
처음으로 이토록 생각한다.
처음으로 어머니를 겪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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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집 안 정리하고, 비질하고, 걸레질 하고, 미역국 끓이고, 밥상 차리고, 설거지하고, 뒷정리하고 나면 조금 있으면 점심.
빨래를 돌리고, 빨래를 개고, 빨래를 널고, 기저귀 빨고, 젖병 씻고, 젖병 소독하고, 점심 밥상 차리고, 설거지하고, 가계부쓰고, 책 몇 장 넘기고, 조금 있으면 또 저녁.
산책갔다가, 목욕시키고, 자장가 불러주고, 저녁 먹고 나면 또 하루, 다 가 있다.
으이씨, 어머니가 바르던 리도멕스 습진 연고를 내가 바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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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재워놓고 나면 거실에 누워 어머니 생각을 가만가만 한다.
쌀 씻다 물에 쓸려간 쌀 한 톨 손끝으로 눌러 밥을 안치고야 마는, 어머니
구석에 굴러간 녹두 한 알 손바닥으로 슬어 모으고야 마는, 어머니
참기름 마지막 한 방울을 모으고야 마는, 어머니
어머니께서 가장 많이 하신 말.
야야 밥묵자, 퍼뜩 나오그라
내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
마데야 밥 먹자, 어서 나와
밥 먹자,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는
우리 집안 가훈이다.
일만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인류의 모국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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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인생 별거 없다
밥 잘 묵고 기운 내서
정성껏 사는기다
그거 말고 할게 더 있긋나
밥 챙기 묵고 댕기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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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집안일하고 잠시 차 우리는 동안 부엌 바닥에 누워서 생각한다.
싱크대 개수대에 걸린 쌀 한 톨 주우며 생각한다.
냉장고 뒤로 굴러 들어간 완두콩을 짚고 난 뒤 생각한다.
참기름병 거꾸로 세워 마지막 한 방울을 모으며 생각도 한다.
정성스런 내 어머니,
우리 어머니들.
#이렇게아버지가된다 #이렇게어머니도된다 #부엌의숭고랄까 #식칼의숭고랄까 #앞치마의숭고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