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야 저녁 뭐 먹을래? 점심에 한식 먹었으니까 저녁엔 다른 거 먹어볼까? 햄버거 먹을래? 양식 먹을래? 아님.. 전에 먹었던 복 집 가서 복지리 먹을래?"
"음.. 복지리!"
역시 내 아들이구나. 한식이 제일 속이 편하고 국에 말아먹는 식사를 진짜 식사라 생각하는 우리 아들. 전에 가족여행을 할 때 갔던 해운대 시장 옆 복어 국 집으로 향한다. 가는 길은 젊은이들로 가득했고,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바다와 젊음. 그리고 한국 특유의 시장문화와 호객행위가 어우러져 독특한 한국만의 해운대 느낌이 생긴 것 같다. 아들과 함께 가는 길은 여러 가지 호객행위에도 담대했고, 손잡고 걷는 길은 든든했다.
해운대 시장을 지나 걷는 길에 작년에 민재와 갔던 비빔밥 집을 찾아본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마산 아주머니 식당이라고 적혀있는 식당인 듯하다. 그 간판에 비빔밥 그림을 보고 민재가 들어가자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시끌벅쩍하던 아주머니들은 분주하게 생선을 구워대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 맛 집으로 유명한 분식집을 지난다.
"민재야 여기가 엄청 맛 집이래. 우리 밥 적당히 먹고 이따 들어갈 때 떡볶이 사 가지고 들어가서 호텔에서 먹을까?"
"응~ 그래 그래."
복어 국 집에 들어가서 회 덮밥 복지리 세트를 시킨다. 어김없이 핸드폰을 쥐어주고 복 지리에 밥을 말아 연신 떠먹인다. 복어 살을 발라 숟가락에 얹어 먹이면서 눈으로 쓰다듬으며 주문처럼 속삭인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쑥쑥 자라라..'
요즘 들어 새 학기라 그런지 다시금 눈을 조금씩 깜빡이기 시작하는 민재를 보며 마음이 간절해진다.
사람이란 참 간사하지? 걱정을 적게 끼치고 뭐든 꿋꿋이 잘해 나가면 신경을 덜 쓰게 되고, 아프거나 신경 쓰일 일이 생기면 연신 걱정하고 몰입하게 된다. 아이는 무엇을 바랄까? 난 어렸을 때 무엇을 바랬을까?
몸이 아픈 아이는 자신으로 인해 부모님의 신경이 쓰이는 걸 두려워한다. 내가 그랬듯이..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는 자식이 몸이 아파 보이는 상황을 경계한다. 자식이 그런 생각으로 혼자 감당하려 하는 부분이 많아질까 봐. 나처럼 스스로가 만든 고독에 혼자 갇혀 버릴까 봐.
가볍게 밥을 먹으려 했으나 민재를 떠먹이다 보니 어느새 배불리 먹이게 되고, 걸어서 가는 길에 다음날 엄마와 민서에게 줄 선물들을 챙기려는 생각에 의기투합하여 먼저 빵집을 들른다. 슈크림 빵과 함께 민재가 먹고 싶다고 한 딸기 조각 케이크를 사고, 식당 가는 길에 봐 놓았던 해운대 시장 초입의 액세서리 가게를 찾는다.
그곳에서 민서와 아내의 선물을 아들과 고르는 재미에 빠진다.
'이제 이런 재미도 느낄 수 있구나~!'
민재는 나보다 더 섬세한 것 같다. 엄마가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귀가 뚫려있는지 막혀있는지, 최근에 귀걸이를 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민서의 좋아할 만한 것들에 대해 잘 알고 나보다 더 신중하게 선물을 고른다.
아내 귀걸이와 민서 팔찌, 민재 팔찌와 휴대폰 급속 충전기 케이블을 산다. 마지막으로 편의점에 들러서 간식거리를 사서 호텔로 들어간다.
이것저것 먹고 정리하다 보니 9시.. 민재 눈이 반쯤 풀린 것을 보고 얘기한다.
"민재야 이제 잘까?"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쉽게 응한다.
"그래~"
티브이를 켜고 자기로 했지만 눈 건강을 위해서 끄고 자기로 한다. 조명은 살짝 켜놓고 자길 원하기에 살짝 켜고 잠자리에 든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션뷰 호텔의 창문을 통해 바닷가를 내려다본다.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불야성을 이루며 바닷가와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그 활기찬 걸음걸이와 웃음. 들뜬 마음이 멀리서도 느껴진다. 그들은 누구와. 무엇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늦은 밤. 그 시간의 의미를 찾고 있는 것일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잠이 들랑 말랑 나의 손과 팔을 찾아대곤 하는 민재를 바라본다.
그리고 해운대 번화가의 그들에게 나지막이 속삭인다.
'난 지금 이 곳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의식 속에서도 날 간절히 찾을 민재와 보내는 이 시간이 현재 내가 보낼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시간이라는 확신이 든다. 어떤 것들을 할 때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극단적이지 못했던 내 생각이 그리 확신에 찰 수 있는 것은 민재. 너와 함께이기 때문이겠지. 사랑해 내 아들~ 함께 좋은 꿈 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