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의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았는지 민재는 8시가 다 된 시간까지 깨지 않는다. 오늘은 9시쯤에 출발해야 기차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조식 먹고 출발하려면 시간이 없는데.. 그래도 나 씻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자라는 생각에 슬그머니 일어난다.
내가 일어나는 기척이 들리자 득달같이 일어나는 민재. 미어캣처럼 고개를 쑥 들고 두리번거린다.
"민재야 일어났어?"
"응~"
몸에 센서가 붙어있는지 내가 조금만 떨어지면 눈을 번쩍 뜨는 민재. 날 필요로 하는 민재가 너무 사랑스럽고 애틋하다.
조식을 먹으러 내려간다. 자리가 없어 처음엔 러시아인 옆에서 밥을 먹다가 중간엔 일본인 두 명이 옆에 앉는다. 글로벌한 우리..
빵까지 구워서 서비스해주는 민재. 호텔 조식 먹는 걸 너무 좋아한다. 사랑스럽다. 아침을 먹고 챙겨서 나갈 준비를 한다. 마지막 호텔의 날. 다음에 또 보자~
해운대 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민재가 울먹거린다.
"집에 가기 싫어.."
이번 여행도 성공이구나!!! 속으로 나에게 칭찬을 하며 미소를 띤다.
"민재야 우리 2박 3일 꽉 채워서 있었는데 집에 가기 싫어?"
"응.."
"뭐가 제일 좋았는데?"
"박물관 간 거랑. 바다에서 논거랑. 인형 뽑은 거랑. 아빠랑 논거랑, 불쇼 본거랑. 분수 본거랑.."
다행히 게임 많이 한 거는 이야기 안 한다. 고맙다 민재야...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에 도착한다. 한 20분 정도 남은 상황. 부산역 대합실에는 술을 먹고 인사불성이 된 한 청년이 있다. 지갑과 핸드폰을 옆에 놔두고 바지에 토 자국이 가득한 상태로 누워서 자는 청년..
"아빠, 저 아저씬 왜 슬퍼해?"
"아.. 슬퍼하는 게 아니라 술을 많이 먹은 것 같아."
"술을 많이 먹으면 저렇게 슬퍼하는 거야?"
"아.. 슬퍼하는 게 아니라 술을 많이 먹으면 저렇게 잠이 오거든. 그래서 잠이 안 깨서 저러나 봐.."
"아 그래?"
민재는 아직 숙취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
술을 많이 먹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거기서 더 먹으면 어떤 상태가 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민재가 아직 알 수 없는 것. 알아선 안 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습득해 가겠지.. 그 시간의 흐름 속에 너와 내가 손을 맞잡고 있었으면 좋겠다.
어제는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교회 사람을 보며 또 한참을 이야기했다. 지나가는 길에 무엇을 나눠주거나 잠깐 와보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 나쁜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경계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민재는 반발심을 보였다.
교회가 나쁜 게 아니고 저렇게 나눠주는 종이에서 좋은 글들 많이 봤다고.. 그러는 것이다.
나는 변명하듯이 다 나쁜 것이 아니라 간혹 사이비 종교 같은 것도 있어서 민재를 힘들게 하거나 나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을 경계하라고 말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또한 민재가 잘 알지 못하는 것들..
살다가 크게 나쁘거나 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어떤 경험을 하든지 훌륭한 자산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안전을 해치거나 신변의 위협이 될만한 상황은 막아주고 싶다.
그게 부모로써의 의무이기 때문에..
그 영역에서 많은 대화나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와 함께 걷는 이 길에 너와 맞잡은 손만 있다면 그 어떤 일도 극복해 갈 수 있겠지.’
기차를 탄다.
기차는 빠른 속도로 부산을 빠져나간다. 함께 기차를 탄 수많은 사람들과 부산에 남아있는 수많은 사람들.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순간순간 동료가 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민재야~ 이번 여행 즐거웠니?"
"응~ 엄~~~~~~~~~~"
"엄마 보고 싶다고?"
"아니~ 엄~~~~~~~~"
"엄마 딱밤 때려주고 싶다고?"
"아니~ 엄~~~~~~~~~~~~~~"
"엄마한테 선물 주고 싶다고~?"
"아니~~ 엄~~~~~~~~~~~~~~ 청 좋았다고. 아빠가 중간에 말해서 말을 할 수가 없잖아~~"
"아 그래? 미안~ "
엄청 좋았다고 하는 민재.
'사랑해. 우리 다음엔 어떤 여행 갈까? 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