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잠자리를 좋아한다.
알고 있니?
아빠도 잠자리를 좋아한다는 걸..
아니.. 아빠는 잠자리라는 걸..
너른 수면 위로 부서지는 햇살이 좋아서..
찰박찰박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며 비행하는..
잠자리라는 걸..
그 깊은 심연 아래로..
지극히 무서운 세상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지만.
생과 사를 넘나들듯 그 미묘한 수면의 경계에서 비행하고 있는..
잠자리라는 걸..
네가 자라면 더 많은 것들을 알려줄게.
아빠는 서툴러 아직 옳게 비행하는 법을 잘 모르지만
비행하면서 만나는 많은 '존재'들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중이니.
네가 좀 더 많은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가르쳐줄게.
잠자리는 평화로운 듯 날고 있지만..
많이 어지럽고.. 무섭고.. 서툴지도 모른다.
저 깊은 강물, 그 미지의 무서움보다
더 무서운 ‘존재’라는 이름의 심연..
오늘도 나는..
꿈속에서..
현실 속에서..
그리고 아들이 즐겨보는 만화 속에서..
잠자리의 모습을 하고 날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