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마블

by Far away from

부루마블.

부루마블인지 부르마블인지 이야기할 때마다 헷갈리곤 하는 그 이름.

원래의 뜻을 찾아보니 원래 이름은 '블루마블'

푸른 구슬을 뜻하는 말로 지구를 지칭하는 거라고 한다. 전 세계 주요 수도와 지역을 구매하고 건물을 지어 파산하지 않고 버티면 이기는 부동산 게임. 부동산 게임이라고 하면 왠지 성인게임 느낌이 난다. '땅 따먹기 게임'이라고 명명해야 좀 더 아이 느낌이 날까?

민재는 부루마블에 흠뻑 빠져있다.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이후로 아무리 해도 질려 하지 않는 모습이다.

나와 게임을 하면서 규칙을 배우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몸동작이나 에피소드 등으로 웃고 떠들고 즐기고.. 나도 무척이나 즐겁지만 단순 노동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나로서는 연달아 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

너무 힘겨운 나머지 아내와 민재와 함께 셋이 게임을 하는 도중 나는 슬그머니 안방침대에 몰래 누워 버렸다. 엄마도 집안일을 한다고 빠져서 결국 게임을 하려면 혼자 해야 할 텐데..! 정말 혼자 한다.

혼자 세 명의 주사위를 던지며 엄마의 질문에 대답한다.

엄마: “민재야. 혼자 하는 게 재미있어?”

민재: “응. 아빠 언젠간 돌아올 거 아니야.”

그 말을 누워서 듣고 나서 나는 자동 반사 반응으로 스프링처럼 튕겨 일어나서 다시 게임에 합류한다. 그 정도의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는 민재에게 내가 아빠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함께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항상 함께 해주는 것'이란 말의 무게에 대해 항상 고찰하고 때로는 반성하며 나 자신을 다잡곤 하지만 그럼에도 쉽지 않은 그 말의 피로감. 민재와의 시간이 너무너무 즐겁지만, 가끔은 나에게도 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 내게 주어진 신념과 사명감을 자꾸 망각해버린다.

그렇게 게으름의 끝에 이어진 부루마블을 오랫동안 하고 나서 자기 전 민재가 하는 말.

“아빠, 내일은 언제 와? 내일 빨리 와라 제발.. 오늘 많이 못했으니까 내일은 같이 많이 부루마블 하자.”

보통 3월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관념상. 아직 민재의 7세는 끝나지 않은 기분이다.

7세라는 나이가 내게 주었던 간절함. 그 끝자락에서 민재는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을 몸과 마음을 다해 갈구하고 있다. 내가 최선을 다해야 만족이란 단어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민재의 7세.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놀아주는 것' 이 아니라 '함께 노는 것'인데.. 내가 게을러져서는 안 되는 유일한 것.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서 산타 할아버지는 내게 선물을 주신 듯하다.

부루마블을 통해 함께 하는 시간.

어제는 부루마블을 하다 말고 민서를 재우고 편히 부르마블을 하기 위해 민재와 함께 자는 척을 하다 그만 둘 다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12시가 넘은 시간. 민재가 좀비처럼 벌떡 일어나서 부루마블을 다시 하자고 하는데.. 깜짝 놀란 나는 이 시간에 다시 해서는 너무 무리라고 겨우 설득하여 민재를 재운다.

게임을 하고 싶어 밤에 잠을 깊이 못 자는 아이.. 피곤에 지쳐 쓰러져 자다가도 일어나서 못다 한 부루마블을 하자고 이야기하는 아이.

아침 6시.. 이른 출근시간이지만 항상 일어나서 나의 귀가시간을 묻고 갈구하는 아이. 방학이라 더 자고 싶을 텐데.. 쉬고 싶고 편하고 싶고.. 게다가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이 있는 세상인데.. 나와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을 갈구하고 또 갈구하는 아이.

아낌없이 매만지고 껴안으며 이야기하고 싶다.“민재야. 아빠는 민재를 너무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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