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숨바꼭질을 하다가 어두운 화장실에 숨는다.
숨 막힐듯한 어둠.. 그 어둠 속에서 민재가 나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찾아줘.. 날 찾아줘..'
너무 깊숙이 숨어버린 나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며 어둠 속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친다.
생각해보면.. 그 동안 내가 좋아했던 어둠은 적당한 어둠. 배경만 어둡고 나의 주변은 밝았던. 그런 반 쪽짜리 어둠이었다. 절망스러워했지만 실은 희망의 빛이 빛나고 있었고, 그리 절망스럽지 않기에 절망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견딜만한' 절망..
어두운 화장실 안에서 난, ‘그 누구도 이대로 나를 찾지 못한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숨바꼭질을 하면서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었지만. 혼자 있고 싶었지만. 결국 그 앞엔 '잠시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만 했다는 걸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대로 민재가 날 찾지 못한다면. 이 어둠 속의 화장실 벽에 붙어있는 타일처럼 붙어 있어야만 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거나 행동하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있어야만 한다면..
어쩌면 절망이란 것은 진짜 그 절망의 상황에 빠지는 것보다 그것을 상상할 때 더 극대화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정말 죽거나, 무생물이 된다면 이렇게 절망스러운 감정은 아마 느껴지지 않겠지.
다행히 민재는 나를 찾았고, 못 만날 것만 같던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났다.
그렇게 숨바꼭질은 끝이 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한다.
술래가 볼 때는 움직이지 않고, 보지 않을 때 움직여야 하는.. 아주 감성적인 게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야 하는 가장 모범적인 것들을 시사하는 게임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편안함을 줘야 하고..
보지 않을 땐 열심히 움직이고 노력해서 다른 모습으로 더 가까이 가까이 가야 한다.
‘숨바꼭질’ 같은 세상..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처럼 사는 오늘.
난 살아있고, '행복'하다..